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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휴식터 Sep 09. 2022

학교 안 다녀서 좋겠다고?

대학 진학을 하지 않은 자유로운 20대가 바라보는 사회

학창 시절부터 나는 무언가 행동을 하기 위해선 '이유'가 필요했다.

그런 나에게 대학 진학은 충분한 '이유'를 제공해주지 못했는데..

고등학교 시절 문과생이었던 나는 주위에서 '문과는 취업은 치킨집 창업'이라는 말과 함께 '문과라서 죄송하다는 뜻의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언제 어디서나 들려왔다.


'대학에 졸업하면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수 있는가?' NO
'대학에 입학하면 나의 인생은 조금이라도 더 빛날 수 있는가?' NO


물론, 우리가 흔히 아는 'SKY' S서울대, K고려대, Y연세대 등등 누구나 들어본 수도권 대학교 학생들은 예외에 둬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공부에 흥미도 재능도 없었고, 대학에 가서도 끝없이 시험에 치여 살아야 한다는 사실과 필요한 경우에는 대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원까지 수료해야 한다는 사실은 내가 대학에 갔으면 하는 몇몇 가족과 선생님들의 바람을 이루어지지 못하게 했다.


그렇게 내 친구들이 대학에 입학한 지 시간이 흐른 지금, 졸업을 하는 친구들이 생기고 취업을 하는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한 요즘 나는 겁이 나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학을 가지 않은 나는 대학에 가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하지만 결코 이 글을 통해서 나는 결코 '대학 진학이 정답이니 학생이라면 다른데 시간 쏟지 말고 공부나 하세요'라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대학교를 가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에는 3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1. 내가 가지고 싶은 직업이 요구하는 기본적인 스펙

나는 중국에 살아본 경험도 있어서 중국어가 남들보다 조금 더 유창하여 중국어 선생을 꿈꿨던 적도 있었고, 패션 쪽에 관심이 많아 유명한 패션 브랜드에서 직원 MD로 일해보고 싶단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이 두 직업 모두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스펙이나 경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외국어라는 특기를 살리기 위해선 나의 외국어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는데 한국에선 그것이 자격증이고, 학력이었다. 중국에서 10년을 살았던 사람보다 한국외대 중국어학과를 졸업한 학생이 몸값이 더 비싼 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깨달았을 때, 내가 대학에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몸소 느낄 수 있었고 학창 시절 대학을 준비하지 않았던 내 과거를 처음으로 후회하기 시작했다.


2. 대학생들'만' 하는 활동들

나는 취미생활에 조금 진심인 편인데 나는 내가 갖고 있는 취미생활인 운동을 정말 사랑하고 좋아한다. 그렇게 내가 즐겨하는 운동 중에는 헬스와 같이 혼자 할 수 있는 종목도 있지만, 대체로 축구나 배드민턴과 같이 팀원들과 함께 땀 흘리고 호흡하며 소통하는 운동을 좋아한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나와 같이 운동하던 친구들과 일정이 맞지 않아 취미생활을 즐기기 어려웠고,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은 학교에서 동아리에 가입해 자신의 취미생활을 계속 즐길 수 있었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었지만, 대학생이 된다면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을 이어나가기 조금 더 쉬운 입장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외에도 공모전, 대회 등등 취업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활동들에도 대학생들만 참여 가능한 프로그램이 훨씬 많았다.


3. 혼자 세우는 인생플랜

많은 대학생들은 원하는 교수님의 수업, 혹은 과목을 듣기 위해서 '수강신청'이라는 것을 한다. 이 '수강신청'은 같은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 모두가 경쟁상대이기 때문에 원하는 수업을 듣기 위해선 선착순으로 수강신청을 성공해야 한다. 따라서 수강신청을 하는 날에는 아침부터 동네 피시방에 대학생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수강신청을 마친 학생들은 각자 일주일 스케줄이 완성되고 약 반년 동안 이 일주일의 스케줄대로 자신의 삶을 계획한다. 


하지만 대학교에서 수업을 듣지 않는 이 수강신청이라는 것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다시 말하면 나 같이 대학 진학을 하지 않는 20대 사회 초년생은 반년, 1년, 아니 앞으로도 평생 나 혼자 내 인생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대로 움직여야 한다라는 뜻이다.




나는 틀에 박힌 삶을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 중 한 명이라 생각했고 지금도 이 생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런 내가 학교에 졸업한 이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아침을 맞이했을 때, 나는 이것이 진정한 '자유'라며 나에게 찾아온 자유의 단맛을 음미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시간이 조금 흘러 달콤한 맛을 내던 자유는 쓰디쓴 맛으로 금방 변해버렸다. 


우리는 해가 바뀌는 순간 자신의 1년을 돌아보며 자신의 한 해는 어떠했고 무슨 일을 해냈는지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며 일종의 연말정산을 한다.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12월에 도착하면 누구는 학교 일정에 따라 준비되는 스펙이나, 자신이 가입한 동아리에서 준비했던 작업 물들을 자신의 연말정산에 내놓는다.

하지만 준비 없이 맞이한 12월은 나를 그 누구보다 초라하게 만들었고, 그 후로 나에게 주어진 자유는 더 이상 나에게 기쁨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그렇다고 나는 지금 내 삶에 대한 불만은 없다. 나는 인생에서 흔히 마주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 선택을 했을 뿐이고 살아가면서 계속 마주해나갈 선택지를 준비하는 중이다. 나는 현재 나만의 수강신청을 성공해 나가고 있다.

분명 처음 갖게 된 자유와 시간들을 가볍게 사용하지 않고, 나의 목표에 맞게 적절히 분배하며 사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남들보다 시간이 많다는 사실을 활용해서 남들이 1을 해나갈 때 우리는 2를 완성시켜야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벌써 2022년 9월 한 주가 지나가고 있다. 그리고는 이 글 또한 아마 옛날에 썼던 글 하나로 남을 것이다. 난 오늘도 나의 나태함의 원인이었던 자유를 조금씩 억압하며, 나의 연말정산을 위해 나의 자유를 희생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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