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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보내는 스물여섯 번째 편지

As always

by 한결


그날 선생님을 만나 뵙고 돌아오는 길, 문득 ‘좋은 선생님’이라는 의미의 일부분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시절의 저처럼, 지금의 제 학생들에게도 한 조각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거든요.







오백용 선생님께



선생님을 처음 뵌 순간이 기억납니다. 무테안경 뒤로 장난기 가득한 표정과 셔츠와 넥타이색의 어색한 조합이 눈에 띄었죠. 무심한 듯 따뜻한 말투, 그리고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조회 후에 이름을 불러주시며 건네셨던 안부 인사. 점심을 먹고 운동장으로 달려가기에 바빴던 저를 민지를 시켜 공부에 관심을 갖게 해 주셨던 것도 선생님이셨습니다. 그 영향 덕분인지(?) 저도 지금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아가고 있네요.


7년 만에 선생님을 뵙는다고 했을 때 전날부터 묘한 떨림과 설렘이 있었습니다. 혹시 저를 못 알아보실까 봐 아침부터 유산소 운동까지 하며 붓기를 빼봤지만, 세월의 흔적은 어쩔 수 없더군요. 그런데 한식당에서 선생님을 뵌 순간 깨달았습니다. 선생님이 그때도 꽤 노안(?)이셨다는 걸. 심지어 제가 선생님을 처음 뵈었을 때의 선생님 나이가 지금의 제 나이와 같다는 걸 알고는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세월이 무색할 만큼 그대 로이신 선생님 덕분에, 저희도 잠시 16살 학생 시절로 돌아가 조잘조잘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었죠. 제가 밥을 사겠다고 했지만, 따님이 의대를 갔다며 자랑스럽게 웃으시는 선생님을 보며 결국 제 카드를 슬며시 집어넣었습니다.


사 온 빵도 잊고 카페에서 수다 삼매경에 빠졌던 그날, 대화 중에 선생님께서 무심히 하셨던 “그때 나도 너희가 참 좋았고 참 잘 맞았어”라는 한마디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사범대를 다니며 ‘좋은 선생님’이란 무엇일까를 많이 고민했거든요. 그러다 희미해졌던 기억 속에서 선명하게 떠오른 분이 바로 선생님이었고, 선생님께 안부 연락을 드릴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였습니다. 선생님이 제게 그런 존재였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날 선생님을 만나 뵙고 돌아오는 길, 문득 ‘좋은 선생님’이라는 의미의 일부분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시절의 저처럼, 지금의 제 학생들에게도 한 조각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거든요.


말로는 차마 부끄러워하지 못한 말을 글로써 대신해 봅니다. 그리운 기억 한편에 자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철부지 부반장 정민 올림




p.s 항상 그리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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