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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럭 Feb 15. 2022

작품성과 흥행성

영미 아동도서에 대한 이야기 11

저는 영어 그림책을 구입할 때 작품성과 흥행성을 고려합니다. 먼저 작품성은 수상작, 추천작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칼데곳 상(Caldecott Medal), 영국의 케이트 그린 어웨이 상(Kate Greenaway Medal)의 수상작들은 1차 구매 대상입니다. 또한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SLJ, School Library Journal)의 리뷰에서 별을 받거나 혼북(The Horn Book)의 리뷰에서 Rank 1을 받은 책들도 이에 해당합니다. 이 혼북은 보스턴 글로브 혼북 상(Boston Globe-HornBook Awards)과 관계있습니다. 다음으로 흥행성은 뉴욕타임스 북리뷰의 위클리 차트,  아마존(Amazon) 리뷰수, 굿리즈(Goodreads) 리뷰수 등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점들을 검토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작품성과 흥행성은 항상 비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아마존 리뷰 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아래 사진의 책은 크리스틴 벨(Kristen Bell), 벤자민 하트(Benjamin Hart) 글, 다니엘 와이즈만(Daniel Wiseman) 그림의 'The World Needs More Purple People'입니다. 이 작품은 2020년 6월 2일 출판되었습니다. 2022년 2월 15일 현재까지 아마존 리뷰 수는 9,295개 달려있는 화제의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과 비교할 작품은 같은 해 3월에 출판되어 2021년 칼데콧 메달 수상을 한 캐롤 린드스트롬(Carole Lindstrome ) 글, 미케일라 고드(Michaela Goade) 그림의 'We Are Water Protectors"(번역서: '워터 프로텍터')입니다. 이 수상작의 아마존 리뷰 수는 2,983입니다. 해당 리뷰 수만을 놓고 보면 크리스틴 벨 작가님의 작품이 캐롤 린드스트롬 작가님의 작품의 3배에 이릅니다.

출처: BESTLACLUB


먼저 2021년 칼데콧 수상작을 SLJ 리뷰와 혼북 리뷰를 확인하겠습니다. SLJ의 리뷰는 그해의 추천작에게 빨강 스타를 붙입니다. 내용 마지막에는 'VERDICT'(평결, 의견)이란 단어와 함께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문장이 있습니다. SLJ가 주로 미국 학교 및 공공 도서관 사서들을 대상으로 발간되는 잡지이기 때문에 도서관 소장 도서의 구매에 도움을 주는 이야기가 빠질 수 없습니다. SLJ 리뷰는 'We Are Water Protectors'의 구매 관련 의견으로 'First purchase for all libraries.'(모든 도서관들을 위한 가장 먼저 구입해야 할 책)라고 적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혼북 리뷰에서는 랭킹 2를 받았습니다. 혼북 리뷰는 책들을 랭킹 1에서 4까지 순위와 함께 소개합니다. 혼북도 1위는 스타, 2위는 세모를 부여합니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SLJ의 스타와 혼북의 스타를 받은 책들은 그해 칼데콧 상, 뉴베리 상, 내셔널 북 어워드의 후보작으로 거론되거나 수상작이 됩니다. 여담이지만 2022년 칼테콧 수상작인 'Watercress'는 SLJ의 스타, 혼북의 스타를 동시에 받은 작품입니다.  


그림책으로는 압도적인 아마존 리뷰 수를 가진 크리스틴 벨 작가님의 그림책은 혼북의 리뷰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SLJ에는 이 그림책의 리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그림책의 리뷰는 책 내용을 소개하는 수준이며 구입 자체에 대한 추천은 없습니다. 이 정도면 크리스틴 벨 작가님의 그림책은 확실히 아동문학 평론가나 도서관 사서 종사자 분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는 작품이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림책은 수상작도 아니고 아동문학 관련 전문 리뷰 추천작도 아닙니다. 더군다나 그림 작가님의 이전 작품들도  주목을 받지는 못한  같습니다. 그런데 아마존의  많은 리뷰 수는 뭘까요? 물론 아마존의 상세 도서 소개에는 답은 있었습니다. '#1 New York Times bestseller!'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림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 궁금합니다. 역시  답을 유추해  만한 작가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되어있습니다. 혹시 '크리스틴 ' 아십니까?


뉴욕 타임즈가 인정한 베스트셀러니까 일단 크리스틴 벨 작가님의 그림책을 구입했습니다. 도착한 그림책의 책 자켓(dust cover, dust jacket, book jacket, dust wrapper)에 있는 사진 속의 그녀는 저에게 낯익은 얼굴이었습니다. 혹시 제가 착각하는 것일까 싶어서 구글에서 해당 이름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알고 있는 그분이 정말 맞았습니다. 아마존의 도서 상세 소개에 'Actress, producer....(The Good Place, Veronica Mars, Frozen)...'이라 적어진 글을 볼 때도 막연하게 그림책 작가가 연예인이구나 정도였습니다.


이제 사진 속 그녀를 보니까 제가 1편 보다가 중도 포기한 'The Good Place'란 미국 드라마 여주인공이었습니다. 최근 넷플렉스의 시리즈 '그 여자의 집 건너편 창가에 웬 소녀가 있다'(The Woman in the House Across the Street from the Girl in the Window)도 그녀의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구글에서 확인하면서 알았지만 매년 동안 주야장천 보았던 미드 '가십걸'의 오프닝 목소리가 그녀라니... 미드의 세계를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이야기를 한다면 월트 디즈니의 '겨울왕국'(Frozen)의 '안나'(Anna)의 목소리가 크리스틴 벨 배우님의 목소리라고 합니다. 이렇게 저자의 약력을 알고 보니 저부터도 묻지도 따지지도 이 그림책을 사봤을 것 같습니다.


그림책의 작가가 유명인이라서 받는 주목 현상은 굿리즈의 리뷰에서 더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림책 제목에 'purple people'이란 표현 때문에 인종 차별 반대에 대한 메시지가 있는 그림책인 줄 샀다는 리뷰들이나 보라색(purple)이 빨간색(미 공화당의 색)과 파란색(미 민주당의 색)의 혼합색이기 때문에 미국 정치의 화합을 희망하는 그림책인 줄 알고 샀다는 리뷰들도 있지만 '크리스틴 벨' 배우에 대한 팬심 가득한 리뷰들도 많았습니다.


겨울왕국의 '안나' 목소리라는 강력한 수식어가 좀 걸리지만 국내 부모님들에게 영어 그림책 두 권을 내밀면서 자녀에게 한권만 가져다줄 수 있다고 선택하라는 가정을 하겠습니다. 한 권은 뉴욕타임스 북리뷰에 서평 있는 그림책(주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와는 다름)과 그녀 같은 미국 배우의 그림책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아직도 선택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 분들을 위해 좀 더 가정하겠습니다. 한글 그림책을 내밀면서 00 일보 추천 그림책과 요즘 자신이 보고 있는 한국 드라마의 핫한 주인공이 만들었다는 그림책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선택은 자유입니다. 그런데 이것만은 확실한 듯 합니다. 아마존의 리뷰 수가 그림책의 작품성을 보장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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