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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나 Feb 26. 2024

아저씨, 그 맥주 제가 쏜 겁니다

40대 편순이의 기록



 마치 탤런트 이정섭 님과 비슷한 느낌의 손님이 오셨다. 남자, 중년, 등산복 차림. 너무나 하이텐션 그리고 다정한. 손님이 물었다.

 "OO역 어떻게 가요?"

 "개찰구 나가셔서 오른쪽으로 내려가서 타세요."

  질문은 이어졌다.

 "여기서 몇 정거장?"

 "한 3,4 정거장 될 거예요."

 여기서 곱게 끝났으면 오늘 일이 꼬이지 않았으려나.



 이정섭 님처럼 다정하다고 느꼈던 손님은 한순간 돌변했다.

 "확실해요?"

 "네?"

 "확실하냐고요. 3,4 정거장이."

 "그게.. 내려가서 보시면..."

 그는 뒤돌아서며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이 내 귀에 다 들렸다.

 "사람이 말이야. 확실하지도 않으면서"



 매장을 떠나 OO역으로 가시려나 했더니 안 가신다. 이번엔  쥐포 하나와 맥주 한 캔 들고 다시 와 섰다.

 "이거 계산돼요? 교통카드로 할 건데."

 평소에 잘만 교통카드 결제했으면서 나는 순간 멍청해졌다. '술종류도 교통카드로 되던가?' 긴가민가. 나는 멈칫하다 될 거라고 말씀드렸다.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그가 다시 날 찔렀다.

 "확실해요?"

  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기면서 말했다.

 "해볼게요, 손님."



 이제 더 이상 그를 마주 보고 싶지 않았다. 후다닥 빨리 계산을 끝내고 싶은 마음뿐. 바코드로 쥐포를 찍고 맥주를 찍으려는데, 순간 큐알코드가 여러 개다. 바코드는 어디 붙어 있니. 잘 안 보인다. 큐알도 계산되려나 싶어 큐알을 찍어버렸다. 어서 끝내고픈 마음에.

 "결제되셨어요."

 "아 정말?"

 그는 소풍 가는 아이처럼 신나 했다. 쥐포와 맥주를 챙겨 들고 가게 밖 벤치에 앉았다. 그의 즐거운 혼맥타임. 그가 떠난 후 난 습관처럼 영수증 관리에 들어가 지난 결제를 복기했다.

 "2200원?"

 내가 결제한 그의 쥐포와 맥주의 총금액은 고작 2,200원. 맥주가 빠졌다. 같은 맥주를 가져와 아까 내가 찍었던 큐알코드를 찍어봤다. 금액이 찍히지 않는다. 멍청한 짓을 또 해버린 셈이다. 나는 맥주캔의 바코드를 찍고 내 카드로 결제했다. 차마 아저씨를 다시 부를 수가 없다. 확실하지 않았던 나의 결제를 고백하고 싶지 않다.



'아저씨. 맛있게 드셔요. 그 맥주는 제가 쏜 겁니다.

확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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