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편순이
어제 우산이 정말 많이 팔렸다. 사실 편의점 우산, 싸지 않다. 내 기억 속에는 예전에는 3,4천 원이면 샀던 것 같은데 요즘은 최소 7천 원부터다. 다른 가게 가격은 잘 모르겠지만. 기억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정말 오래전에는 대나무살 같은 우산대에 파란 비닐을 씌운 우산도 있었는데. 그 우산은 수명이 굉장히 짧았지만 약간 이색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마치 일식집 음식 위에 꽂혀 나오는 장식용 우산 같은.
편의점 우산 진열대에 가격표가 붙어 있긴 하나 제 짝이 딱딱 맞지 않을 때도 있다.
"어머! 이거 7천 원 아니네요?"
"네네 손님. 가격표가 좀 헷갈리게 붙어있어요. 아마 옆에 조금 더 날씬한 우산 있을 텐데 그게 7천 원이에요~."
손님이 우산을 다시 바꿔오시면 결제하면서 여쭤본다.
"비닐 제거해 드릴까요?"
비닐에 붙어있는 택까지 깔끔하게 제거한 뒤 손님이 받아 들기 좋게 건네드린다. 이젠 제법 해봤다고 비닐 벗기는 데 1초, 택 제거 2초, 건네드리는 데까지 1초. 총 5초 이내로 끝난다. 그렇게 모든 우산을 비닐을 제거한 뒤 건넨다.
예전에 집 근처 편의점에서 우산을 몇 번 구입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단 한 명도 비닐 벗겨주겠다는 직원이 없었다. 딱 봐도 아르바이트생이었지만. 약속이라도 한 듯 아무도 없었다. 밖에는 비가 내리는데, 손님인 내가 당장 우산을 사용할 게 뻔한데도 말이다. 물론 내가 그 자리에서 비닐을 벗기고 쓰레기통에 가져다 버려도 된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손님을 그렇게 보내고 싶진 않다. 그래서 그런 걸까. 나의 '초밀착 친절 우산 비닐제거 서비스'가 입소문(날리 없지만)이 났는지 어제 우산을 굉장히 많이 팔았다. 심지어 제법 고가에 속하는 접는 우산까지 몇 개나 나갔다. 접는 우산은 손잡이 비닐 벗기는데 1초 정도 더 걸리지만 문제없다.
나는 깔끔하게 정리된 새 우산을 건네드리며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라고 말한다.
우산을 받아들고 나가는 손님의 뒷모습이 만족스럽다. 그거면 됐다. 그거면 나도 만족이다.
'우산 잘 쓰시고 조심해서 귀가하세요. 그리고 다음에 또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