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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나 Aug 16. 2024

편의점 재취업

10분 만에 합격_경력의 힘




 주말 편의점 근무를 그만둔 지 두 달. 슬슬 좀이 쑤셨다. 사실 주중 알바를 하고 있는 데다 무인카페까지 차렸으니 주말엔 아무것도 안 하고 좀 쉬자 했는데, 그게 유통기한이 두 달이었나 보다. 어느새 손가락은 알바앱 화면을 휘젓고 다녔다. 알바천국, 알바몬. 특별히 편의점만 할 생각은 아니라 두루두루 살펴보는데 점점 일자리가 없는 느낌이다. 있다 해도 이제 육체적으로 너무 힘든 일은 망설이게 되니까. 차 떼고 포떼면 남는 게 정말 별로 없다. 그나마 예전에 일했던 스크린골프 주말 마감실장 자리가 보였다. 상상을 했다. 오후 4시부터 밤 12시, 새벽 1시까지 일할 나의 모습을. 마감은 해보지 않았지만 손님들 끝나길 기다리며 저녁시간엔 가게 청소가 메인이겠지. 청소기를 바꿨으려나. 내가 일할 때 메인 청소기는 유선이었는데 방마다 돌아다니며 그 선을 구석진 콘센트에 꽂았다 뺐다 할걸 생각하니 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흡입력은 유선이 무선보다 좋긴 하겠지만 그 번거로움이라니. 




 그래도 해본 일이니까 수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사장(A)이 남자라 또 걸린다. A로 바뀌기 전에는 여자 사장(B)이었다. 그때 B는 실장님들 생각을 많이 해줬다. 설거지가 밀려있음 설거지도 같이 해주고, 본인이 마실 차는 손수 타 마셨다. 요리솜씨도 좋아 실장들 가져가서 먹으라고 꽈리고추조림이며 밑반찬들을 만들어줬다. 그뿐인가. 일하다 식사 때가 되면 적극적으로 같이 상을 차렸다. 그 모든 것보다 가장 내 마음을 움직였던 건, 몸이 약한 B는 항상 우리에게 '고맙다, 덕분이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알바와 사장이 서로 고마워했다. 

 



 헌데 사장님 성별이 바뀌니 모든 게 그 반대로 돌아갔다. 설거지는 전혀, 본인 차도 타서 가져다 드려야 했고(물론 아닌 때도 있었겠지만), 식사거리를 포장해 들고 오시면 건네받아 그릇에 담고 나누고 상을 차렸다. 그러다 단골손님이 식사 때 곁에 계시면 사장님이 함께 드시자고 제안, 그 손님 몫의 음식을 뜨고 건네는 일 또한 대부분 우리 알바들 몫이었다. 치우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어쩔 땐 이게 지금 명절이고 여긴 시집인가 싶은 기분마저 들었다.



 

 당연한 일일 수 있다. 넌 알바고 난 사장이라고. 하지만 하루 이틀 일하고 말 것이 아니라면 여기에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나를 '알바'로만 대하는 사장, 아니면 나를 '귀하고 고마운 존재'로 대해주는 사장. 그 차이다. 하지만 결론은 없다. 이건 끝나지 않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다수의 사장님을 곁에서 본 바, A 같은 사장님들의 생각은 또 이렇다. '싫으면 그만둬. 오히려 우리 가게랑 안 맞으면 빨리 그만두는 게 낫지. 안 그래?' 그래서 그런가 A가 사장님으로 있는 가게는 알바모집 공고가 수시로 올라온다. B가 하는 가게는? 전혀. 이전 가게부터 함께한 오래된 오른팔, 왼팔 실장님 둘이 꽉 붙잡고 '사장'처럼 일하고 있다. 가게는 오토로 돌아가고 B는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편의점 재취업 얘기하려다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다. 어쨌든 스크린 알바는 포기. 그러던 중 구미가 당기는 알바를 발견했다. 내가 전에 했던 브랜드와 같은 브랜드의 지하철 역사 편의점이다. 위치는 집에서 도보 5분, 그리고 주말 이틀, 하루 3시간 근무. 이메일 지원이라니 당장 이메일을 보냈다. 어디 살고 나이는 몇이며 언제부터 언제까지 지하철 편의점에서 근무했다고. 자신만만했다. 경험이 이렇게 힘이 되는 거였구나. 그러다 공고를 다시 들여다보니 이메일에 이력서를 첨부하란다. 이력서? 첨부할 이력서를 손보기 시작했다. 그래. 그래도 2004년 처음 입사한 이래 이래저래 지금까지 뭔가를 해왔구나. 내가 해왔던 일들을 들여다보며 감탄하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느낌이 왔다. 




"여보세요~"

내 주특기. 지금은 많이 걸걸해졌지만 그래도 최대한 기분 좋은 목소리, 상냥한 말투로 인사했다.

합격이란다. 

당장 이번 주 일요일부터 근무 시작.




작년 9월, 처음 편의점 일할 때는 그래도 장장(?) 10여 분에 걸쳐 면접을 봤는데

여긴 면접 없이 통과다. 

물론 들어보니 조금 색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매장이긴 했다.  

또 한 번 날 믿어주고 써주는, 

고마운 편의점에 내 마음을 줘볼 생각이다. 

내 가게인양, 

내가 사장이라는 생각으로. 

또 어떤 손님들을 맞이하게 될지. 

아주 설렌다. 

나이 들어 설렌다는 건, 꽤나 어려운 일.

나는 설레고 싶어 일을 한다. 

사람으로부터, 일로부터. 




끝나지 않은 편순이 이야기. 

그저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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