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의 시작
남편 이종사촌 동생의 아내가 초등학교 교사예요. 장학사를 염두에 두고 준비 중이라고 하셨는데. 한 5,6년 전쯤 명절날 우연히 만났을 때 제가 이런 얘길 물었어요.
"저.. 저희 아들 농촌 유학 같은 거 보내볼까 하는데 어떨까요?"
그리고 전 동서의 대답을 기다렸죠. 선생님이 해주시는 조언은 어떨까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요. 동서는 깔끔하게 정리해 주더라고요. 애들 성격에 달렸다고. 외향적인 아이는 가서도 잘 적응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보내지 않으니만 못하다고. 듣고 보니 너무 당연한 얘기였어요. 그 말을 듣고 아들을 보니(당시 초등학교 5학년) 까불이도 이런 까불이가 없더라고요. 친구들을 잘 웃기고, 이런저런 일에 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아들. 이 정도 성격이면 가서도 별 문제없겠다 싶었죠.
하지만 결국 농촌유학은 가지 않았어요. 농촌은 왠지 자신이 없었죠. 저 혼자 아이 둘을 키울 자신이. 사실 농촌유학 이전에 그 당시 유행이었던 해외 1년 살기를 꿈꾼 적이 있어요. 해외에서는 아이 둘 키울 자신이 있느냐 하면 그건 또 조금 다른 이야기더라고요. 왠지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막무가내 정신이랄까. 그때 좀 알아보면서 살아보고 싶다 했던 나라가 뉴질랜드였어요. 근데 이건 뭐 한 달 살기도 아니고 1년이라니. 아무리 계산기 두드려봐도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아무리 학비가 저렴하네 해도 3인식구(저, 아들, 딸)가 가서 1년을 산다면 그땐 얘기가 달라지죠. 그리고 혼자 남을 남편한테도 미안하고. 이것도 역시 포기. 그렇게 해외살기도 포기, 농촌유학도 포기, 다 포기를 했는데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다면 아이만 보내보면 어떨까 하고 말이죠.
성격 급한 저는 아들을 불러다 앉혀놓고 물어봤어요.
"너, 뉴질랜드 한번 가볼래? 한 6개월?"
다짜고짜 물어보는 저한테 아들이 그래요. 가겠다고. 진짜? 진짜 가겠대요. 평소에 장난치길 좋아하는데 이것도 장난인 줄 아는 거 아닐까 싶었죠. 5학년 짜리 애가 알면 얼마나 알겠어요. 그냥 뉴질랜드가 해외라는 것 정도는 알 거고, 그전에 미국 사는 작은 아빠네 한 두 번 다녀온 적 있으니 비행기 타는 게 얼마나 신나고 외국 가면 학원도 안 가고 맨날 논다. 이 정도 생각 아니었을까 싶어요. 어쨌든 흔쾌히 간다고 나오니 저는 바로 얘를 언제 보낼까 고민에 빠졌습니다.
유학원 홈페이지, 블로그들을 열심히 들여다보니 뉴질랜드에 단기로 유학 왔다 연장해서 눌러앉는 아이들도 종종 있더라고요. 우리 애도 혹시 그러려나 싶어 그것까지 감안하게 되었죠. 한 번 다녀왔다 나중에 중고생 돼서 다시 간다 그러면 그렇게 막 보내줄 형편은 아니니까 최적의 타이밍을 잡아야 했어요. 제 생각엔 그게 바로 6학년 겨울방학이었고요. 어차피 지금 5학년은 반이 지났고 돈도 모아야 하니 한 1년 모아서 6학년 겨울방학 시작과 동시에 보내자. 한 3개월에서 6개월 단기로 지낸 후에 아이가 더 있기를 원한다면 연장하자. 그렇게 시나리오를 짰더랬죠. 겨울방학으로 선택한 이유는 뉴질랜드는 그때가 여름인 데다 1년에 4학기까지 있는데 1학기 시작이 1월 말, 2월 초더라고요. 이왕이면 첫 학기 시작할 때 같이 시작하는 게 좋을 테니까요. 그렇게 우선 시기를 정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열심히 돈을 모으고 내년, 2020년에 유학원 설명회에 참석하고 진행하는 것. 보통 가을에 유학박람회가 열리는데 제가 연락한 유학원이 2020년에 5월 경에 서울에서 설명회를 가진다고 하더라고요. 생각보다 빨리 만나볼 수 있겠다 싶었죠. 그렇게 마음먹고 열심히 살다 보니 2019년이 끝나고 2020년이 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아주 물 흐르듯 좋았어요.
2020년의 2월이 오기 전까지는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