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idermovie Oct 26. 2023

어떻게 과거를 딛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君たちはどう生きるか, 2023)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君たちはどう生きるか, 2023)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은퇴를 번복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상처 입은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영화다. 결국 이 영화는 하야오가 생각하는 인생론에 대한 영화다. 또한, 전범의 과오를, 다시 말해 실패한 과거를 가지고 있는 일본은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화는 주인공 마히토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결국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마히토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고 볼 수 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중심 서사는 마코토 내면에서 쏟아지는 여러 기억들로부터 태어난 사건들이 서로 간의 개연성 없이 펼쳐진다.


하야오는 인간의 내면을 잘 정돈된 깔끔한 서재가 아닌, 어지럽게 여러 기억들이 곳곳에 뒹굴고 있는 창고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 그렇기에 데이빗 린치를 떠오르게 하는 이 영화의 방식 안에서 기승전결을 찾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일지도 모른다. 마히토는, 아니 우리는 그 어지러운 내면에서 “어떻게 살 거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마히토는 이 험난한 내면을 여행하는 과정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기억으로 스스로를 보호한다. 함께 여정을 출발한 저택의 하녀 할머니 키리코는 젊은 모습으로 등장해 그를 지켜준다. 화재로 목숨을 잃은 그의 어머니 히사코는 불을 다루는 능력을 가진 히미로 등장해 마찬가지로 그의 여정을 지켜준다.


이런 일련의 과정 끝에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은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놓는다. 종국에 이 영화는 과거의 실패를 지울 수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마히토의 관자놀이 부근의 상처가 이를 말해준다. 마히토 역시 그 상처를 본인이 남긴 상처라고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이 영화를 전범 국가의 과거를 가진 일본에 대한 영화로 본다면, 하야오는 일본 스스로 만들어 낸 상처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듯하다. 제국주의를 대변하는 영화 속 앵무새 대왕은 결국 자신의 세계를 스스로 파괴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실패한 과거는 결국 실패한 과거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말한다.


그럼에도 일말의 희망은 남아있다. 이후의 세상을 살아가는 후손, 마히토의 손에는 무너진 과거에서부터 얻은 작은 돌 조각이 들려있다. 그 조각 돌을 주춧돌 삼아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하야오가 전하는 세대론이다. 물론 세대론을 전하기 위한 세팅 안에서 죽은 언니의 자리를 대신하는 여동생과 같은 설정은 꽤나 과격해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야심 넘치는 질문에 스스로 명확한 답변을 하고 있다는 점 역시 결말부의 힘을  빼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야오는 매력적인 작화와 그를 기반으로 만들어 낸 매력적인 또 하나의 세계를 통해 다시 한번 관객들과 호흡할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 미야자키 하여오는 은퇴 선언이라는 자신의 실패한 과거를 이 영화를 통해 성공적으로 번복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편견이 빚은 화마(火魔), 그리고 치유의 빗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