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idermovie Mar 04. 2024

좋아하는 마음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 진부하고 낯 뜨거운 표현이라 쓰면서도 민망하지만, 말 그대로 스며들었다. 몰랐던 아이를 처음 본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느낌이 남달랐던 것 같다. 우연히, 아주 우연히, 어떻게 보면 다소 차가운 만남. 구글의 알고리즘이 맺어준 딱딱한 인연. 하지만 소중한 인연. 푸바오를 보면서 참 행복했다.


첫 만남 이후 유튜브에 올라온 지난 3년의 영상을 차례대로 톺았던 시간들이 정말 소중했다. 퇴근 후 침대에 누워서 자기 전에는 꼭 푸바오를 보고 잠이 들었다. 예정된 이별을, 그로 인한 슬픔을 알고 있었음에도 푸바오를 좋아하면서 참 행복했다. 


돌이켜보면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동력 삼아 살아왔던 것 같다. 과몰입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내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의 일에 기뻐했다. 그렇게 얻는 행복이 참 좋았다. 그 안에서 행복이 아닌 슬픔이 불쑥 고개를 들이민다고 하더라도.


푸바오를 보내며 <무한도전>이 생각났다. 그때는 토요일이 오는 것이 좋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토요일 오후 6시 30분이 오는 것이 좋았다. 그렇기에 <무한도전>이 마지막 작별을 고하던 날은 참 무거웠다. 하지만 지금 <무한도전>을 떠올릴 때 드는 감정은 순수한 행복이다. 이별의 슬픔은 없다. 


그래서 그렇게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했던 것 같다. 그를 통해 얻어지는 행복 덕분에. 그 행복을 하나 하나 챙기는 과정에서 따라오는 슬픔은 어떻게 보면 필연적인 세금과도 같다. 결국 세월 속에 걸러지고 남는 것은 행복한 기억이었다. 반드시 그래왔다. <무한도전>이 그랬던 것처럼, 푸바오 역시 그렇게 될 것이다. 푸바오를 보내는 슬픔이 아닌, 푸바오를 보며 행복했던 기억만 오롯이 남을 것이라 믿는다.


푸바오가 대중에게 마지막으로 공개된 오늘. 푸바오의 마지막 퇴근길을 보며 슬퍼하기 전. 새벽에는 손흥민을 보면서 기뻐했다. 오늘 하루의 동력이 된 것은 푸바오와의 작별에서 오는 슬픔이 아닌, 꼭두새벽부터 손흥민으로부터 받은 행복이었다. 그래서 난 내일도 열심히 누군가를 힘차게 좋아하려 한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푸바오에 대한 행복한 기억만이 남기를, 좋아하는 마음으로부터 행복을 얻기를 바라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