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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꺼꿀이 Jun 24. 2023

enfj와 istp가 서로에게 배운 것

우리는 정말 다른 사람이다. 살아온 삶이 달랐기에, 관심분야도 잘하는 것도 모조리 다르다.

그런 우리가 감히 자신있게, 아주 수월하고 단단한 연애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우리는 서로에게 끊임없이 배우려고 한다는 점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가르쳐주려고 하고, 그걸 기꺼이 배운다.


istp는 이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듯이 무언가를 소비할 때 발품파는 행위를 좋아한다.

가격이나 행사 등을 잘 알아보지 않거나, 멤버십을 가입했을 때의 손익을 계산하지 않고 물건을 사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얼마나 싫어하냐면, 만약 조금의 손해를 보고 물건을 사면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다.)

또한 신용카드 발급받았을 때의 이득, 회사에서 어떤 이벤트를 했을 때 그것을 참여했을 때의 이득 이런 것들을 무조건 계산해봐야 하는 사람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난 그런 걸 정말 싫어했었다.

만약 어떤 이벤트를 해야하는데 회원가입을 해야한다면? 나는 바로 뒤로가기를 눌러버리는 그런 사람이었고, 핸드폰을 살 때가 다가오면, 길거리 핸드폰 가게로 바로 돌진해서 핸드폰 사버리는 그런 사람이었고, 신용카드는 혜택을 고려하기보다는 카드 디자인이 귀여운 것을… 발급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istp는 연애 초반 그런 나를 보고 수시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본인의 여자친구가 이렇게 사는 걸(live) 두고 볼 수 없다며 그날부로 나의 모든 경제적 선택에 간섭하기를 택했다.

istp는 내가 생수 6팩조차 못 사게 한다. 왜냐? 무조건 자기가 더 싸게 살 수 있다고 한다.

새로 들어간 오피스텔에서 인터넷 가입(한 달에 거의 2만원꼴)조차 못하게 했고, 어떤 식으로 받아낸지도 유추해낼 수 없는 공기계와 유심을 구해와서 한 달에 천원 꼴도 안되게 무제한 와이파이를 쓰게 만들어 줬다.

또한 신용카드 한도 관리부터 다음 달 혜택까지 모조리 관리 중이며, 내가 사고 싶다고 했던 걸 다 기록해놨다가 핫딜이 뜨거나 할인폭이 커졌을 때 그걸 사둔다.

그걸 4년이나 지켜본 나도 결국은 변했다. 이제 나는 세상에서 가장 귀찮은 회원가입 과정을 거쳐 무료쿠폰 받는 것에 대해 한없이 열린 마음을 가졌고, 내가 받을 수 있는 무료 혜택들은 모조리 기록해놨다가 빠짐없이 쓰려고 하며, 몇십분 발품을 팔아서 100g당 가장 싼 가격으로 무언가를 사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나한테서 istp는 뭘 배웠을까 고민이 많다.

istp에게, “오빠는 나한테 뭘 배운것 같아?”라고 물어보면 흔쾌히 답변이 나오지 않는다.

흔쾌히 답변을 안해주는 이유는, 그래야 내가 괴로우니까…나를 괴롭히는 것에서 엄청난 쾌감을 느끼는 사람이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과연 istp가 나에게 뭘 배웠는지 그의 언어로 들을 순 없지만, 내가 유추해서 써보건데…


수다의 세계에 눈을 뜨게 해줬다고 할 수 있다.

istp는 이야기하는 걸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친구들하고도 별로 이야기하지 않고, 심지어 부모님과는 별로 교류도 하지 않는다. (불화x 그저 교류안하는것 ㅇ)

그런 istp는 나랑 이야기할 때면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워낙 내가 조잘조잘대기도 하고, 그게 재밌다고 하며, 본인이 말을 했을 때 잘 들어주고 반응해줘서 나에게는 미주알고주알 얘기하게 된다고 했다.

사실 가끔 istp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중언부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는 있다 (ㅎ;)

어디 무인도에 갔다가 돌아온 사람마냥 상당히 서툰 화술을 보인다.

하지만 나는 이야기 전개가 조금 재미가 없더라도 나에게 이렇게 다 얘기해주는 istp가 고마워서 혼자 머릿속에서 이야기 전개를 바꿔가며 듣는다.

본인 속알맹이 털어놓는 걸 얼마나 귀찮아하는지 아는데, 나에게 말해주는 당신이 참 귀여워서 잘 들어주는 건데,

그걸 알아주니 또 좋았다.

istp는 enfj 덕에 공감과 대화의 맛을 깨달았다고 나 혼자 마무리를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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