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지기 mbti가 대세다. mbti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다수 있는 것 같지만, 나는 좋아한다. mbti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mbti라는 틀 안에서 한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이 그 사람에 대한 이상한 선입견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바쁜 현대사회에서 선입견은 조금은 쉽게 판단을 도와주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거창하게 얘기했는데 그냥 mbti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나는 enfj다. 예전에 esfj였는데, 몇 개월만에 enfj로 바뀌었고 몇 년동안 계속 바뀌지 않고 있다. 도대체 왜 esfj였을까 생각해본다면, 아마 그 때 하던 업무가 좀 힘들어서 그런것 같다. k-직장은 상상력을 앗아가고 현실에만 몰두하게 만들었다. 업무량이 좀 줄고나니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쉽게 펼치는 n형 인간이 다시 되었다.
mbti 유행이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는데, 트렌드를 한 번 따라가보고자 enfj 인간이 느끼는 여러가지 mbti 유형에 대해서 글을 써보고자 한다. 첫번째 순서는 istp다.
현재 가장 친하게 지내는 단짝이자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istp다. 이것도 mbti검사 해달라고 몇 일을 졸랐더니 겨우 받아낸 검사결과다. istp다운 첫 시작이다. 나의 연인이 나와 모든 글자가 반대라니, 충격적이면서도 동시에 굉장히 흥미로웠다.
생각해보니 참 다른 구석이 많다. 외향-내향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면 입아프다. 나는 친한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과 오래 만난다. 한 달 있다가 다시 만나고, 분기별로 만나고, 계모임도 하고, 만나는 날 당일에 다음에 만날 날짜를 잡고… 모름지기 친한 친구라면 그래야 하지 않나? 싶다. 그런 나의 캘린더를 보는 istp는 항상 의아해한다.
-istp : 00이는 한 달 전에 만나지 않았어?
-enfj : 응, 이번에 또 만나는건데?
-istp : 할 얘기가 있긴 해?
-enfj : 한달이 됐으니까 얘깃거리가 있겠지…?
이런 느낌이다. 친한 친구의 숫자도 적고, 그들과의 소통에 그다지 큰 무게를 두지 않는 istp는 항상 나를 신기해한다. 어쩜 그렇게 만나는 사람이 많은지 / 뭐 그렇게 할 말이 많은지 / 왜 이렇게 자주 만나는지에 대해 진심으로 궁금해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도 내가 친구들을 만나고 와서 미주알고주알 사람 사는 얘기를 해주면 그걸 듣는 걸 매우 재밌어한다. 효율적으로 재밌는 얘기를 빠르고 간결하게 들을 수 있어서 좋나보다.
istp는 또한 지극히 현실적이다. 소설책도 못 읽고, 드라마도 잘 못본다. 다 가짜 얘기인 걸 아니까 몰입이 안된다나? 내가 누군가의 뒷담을 하면 초치기도 잘한다. 그 사람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어서 같이 욕을 못해주겠다고도 하고, 싫으면 관심을 끄라고도 한다. 관심을 끄는 게 가능했으면 애초에 뒷담을 했겠냐고요. 아무튼 이걸로 싸우기도 했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맞장구쳐주긴 하는데, 참 신기한 성격같다. 정말 누군가에 관심이 없고, 본인에게조차 별 생각이 없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데 제격인 캐릭터다.
그럼에도 연애는 줄곧 잘하는 것 같다. 본인 스스로 말하기를,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라고 말하면서 예전에 철없을 때는 무례한 행동을 많이 했었다고 한다. 연락하는 것도 싫어하고, 상대방이 뭐 하자고 했을 때 본인이 하고싶은 것과 다르면 짜증도 내고…참 눈살찌푸려지는 행동들이다. 지금은 확실히 많이 성숙해진 상태인 것 같다. 본인이 굳이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상대방이 원하는건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공감이 굳이 되지 않더라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하는 것 같다. 사회화가 잘 된 istp는 꽤나 따뜻하고 감정적으로 교류할만하다.
enfj로서 istp는 진짜 정말 너무 다르다. 달라서 싫은 것도 있을 수 있겠으나, 좋은 점도 더러 있다. 일단 나는 특유의 <감정 꼬리 물기>를 가지고 있다. 어떤 감정이 탁 마중물처럼 터져나오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감정의 잔치가 열린다. 그럴 때 istp 특유의 <정말 이해가 안되고 너 참 힘들게 산다>는 느낌의 눈빛을 보면 탁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머쓱해지면서 다시 침착해지게 된다.
또한 나에게 별 관심이 없는 것이 좋다. 무관심의 느낌이 아니라, 내가 뭘하든 별로 신경을 안쓴다. 예를 들면 내가 코딱지를 파는 게 취미라고 하자…(제 취미 진짜로 아니고 예시입니다) 누군가는 코딱지를 파는 것에 잔소리도 하고, 경악도 하고, 실망도 하고 그럴 것 같으니까 나로서는 남들에겐 절대 티내고 싶지 않은 취미다. 하지만 istp는 충격적으로 별 신경을 안쓴다. 그래서 한 번은 물어본 적이 있다. 내가 코딱지 파는 거 싫지 않느냐고…(예시입니다!!!!) 그랬더니 <건강에 안좋긴하겠지, 안하는게 좋다고는 생각해. 근데 코딱지 파서 스트레스가 풀리는거면 코딱지 파는 것도 괜찮지 뭐.> 라고 말했다. 나는 istp가 이래서 참 좋다. enfj는 남들의 평가에 상당히 흔들리는 경우가 많은데, istp는 남들을 평가하는 것 자체를 귀찮아하니 그들과 같이 있으면 참 자유로워진다.
istp는 귀찮아서 본인 mbti도 검색을 안해보기때문에 많은 istp는 내 글을 안 읽을 것 같다. 남들한테 별 관심없고, 꽤나 시니컬하고, 본인들이 소시오패스인 줄 알지만 나름 다정하고 귀여운 그들과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해주고 싶다.
https://brunch.co.kr/@11c4c2cda000469/24 -> enfj에게 istp란 (2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