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읽었다 이 책
그 유명한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읽고 싶었으나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강렬한 진입장벽으로 인해 언제나 읽기를 포기했던 작품이다.
친구의 추천으로 드디어 인간 실격을 읽게 되었고, 이것이 왜 유명한지 몸소 깨달았다.
이렇게나 솔직하고, 민망하고, 안타까운 이야기를 담담하게 서술할 수 있다니.
인간 실격과 직소 두 가지 이야기 모두 작지만 참 충격이 큰 이야기들이다.
인간 실격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했던 것은, 인간에게 있어서 <선택> 그리고 <의지>가 얼마나 파장이 큰 지에 대해서였다.
큰 바위가 작은 돌멩이가 될 때까지 큰 충격들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물 한방울이 모이고모이고모이고모인 것, 작은 부닥침들이 모이고모이고모인것, 그것들이 그렇게 강하고 단단한 바위를 작게 만든다.
물 한방울과 작은 부닥침이 인간세계에선 바로 선택과 의지라고 생각했다.
내 인생에 벌어지는 수많은 선택과 그 속에서 발동되는 의지, 그것들이 수렴하는 주된 색깔과 방향성이 바로 나라는 인간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인간 실격의 주인공의 결말은 마약에 중독된 채 모두에게 버려지는 것이다.
그가 어려서부터 죽을 때까지 만들어낸 선택과, 그 선택으로부터 발동되는 의지들은 사실 그 결말을 만들어낼 수 밖에 없었다.
그가 했던 선택 모든 것들은 그가 맞은 결말의 색깔과 매우 흡사하다.
그를 비난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개인의 선택과 의지가 그러했다 하더라도, 사회적 보장 시스템+주변의 좋은 사람들+무조건적인 가족의 지지 같은 것들이 있었다면 그의 결말은 달랐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과 친구와 국가가 필요한 것이겠지. 그것에 대한 비판은 정치적이고 복지적인 관점에서 봐야하고 그 또한 필수적인 요소이기에, 언제나 정치에 대한 관심을 끊어서는 안된다.
이제 다시 얘기의 초점을 개인에게 맞춰보자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때 이 조그만 선택이 불러일으킬 반향에 대한 생각을 한다.
이 선택이 어떻게 성장해서 나에게 돌아오겠는가.
이 선택을 한 이후의 흐름 속에서 나라는 뿌리를 잃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하는 선택들을 모아놓고 봤을 때 그것들을 무어라고 정의하겠는가.
이런 생각을 끝없이 하게 된다.
지금 나는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나라는 사람으로서의 인생에서 꽤나 중요한 분기점에 서있다고 생각한다.
이전 직장에서의 퇴사.
그리고 지금 직장으로의 입사제안. 수락.
그리고 지금의 정글과도 같은 상황들.
2-3달 뒤의 결말은 아마 내가 행한 조그만 선택들의 응집체일 것이다. 어떨진 모르겠다.
사실 현재 나는 어떤 선택을 하든 벅찬 느낌은 있다. 처음이니까.
모든 일이 나에게 처음 벌어지는 일이고 어쩔 수 없이 계속 을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내가 방점을 두고 있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인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에게 나 스스로의 고유한 매력을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성공할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이것이 현재 내가 ‘인간 실격’하지 않기 위해 살아가는 방법이다.
내가 하는 선택, 그것이 낳는 의지, 그것들 모두를 내가 원하는 색깔로 칠해내는 것.
이 책을 보며 나는 이런 걸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