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꺼꿀이 Jul 15. 2023

거친 정치질과 불안한 고용상태와 그걸 지켜보는 나

그건 아마도 전쟁같은 삶…

고용된 지 1개월도 안 된 이 시점, 정치질로 인해 나는 약간 힘든 상태다.

ceo가 있고, 그 옆에 딱 붙어서 회사의 전반적 매출을 좌지우지하는 한 사람이 있다. 앞으로 이 사람을 미스터김이라고 부르겠다.

미스터김은 자기도 고용된 사람인 주제에, 고용주 마냥 이 사람 저 사람을 불러서 훈계하고 압박하고 난리법석을 친다.

ceo가 그런 미스터김을 가만히 두는 이유는,

ceo 또한 만만치 않은 사회성 장애가 있기에 주변에 믿을만한 사람이 없기도 할 뿐더러, 미스터김 덕에 회사가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에 고용된 나.

진짜 속된말도 뭐됐다고 하죠?


우리 회사에는 직원이 100여명이 넘게 있는데, 나는 고용된 지 1개월도 안됐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하진 못했다.

더군다나 내 직군 자체가 많은 사람들과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어서, 더더욱 그런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바로 어제, 여기에서 일한지 5개월 정도 된 분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이 회사에 5개월 정도면 근속하는 편임)

모든 직원들이 미스터김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대박, 나만 싫어하는게 아니었어! 그 새끼는 공공의 적이었어!


하지만 그 뒤로 머릿 속에서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연달아서 무수히 창조되었다.


일단 이렇게 더럽고 치사한 곳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 곳에서 일해야만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짠함이 느껴졌다.

도대체 돈이란게 뭘까?

일하지 않으면 지역보험자가 되면서 내야하는 수많은 세금들도 무섭고,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이 없는 것도 무섭고,

다시 어딘가로 취직을 해야하는 것도 두렵고,

그런 사람들의 간절함을 이용해먹는 이 회사가 너무 싫었다.


두번째, 그렇게 병신처럼 경영을 할거면 왜 이 회사를 폐업안하지?

(워딩이 세지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ceo도 사실 이 회사 분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 이 사실은 전 직원 모두가 아는 사실.

근데 ceo는 워낙 사업을 벌이는걸 좋아하기도 하고, 그래서 이 분야도 한 번 해보려고 하는데 잘 모르니까 미스터김 도움을 받는 것 같은데…

그럴거면 왜 폐업을 안하냐는거지.

왜 모두를 괴롭히냐는거지. 그냥 이 회사를 말아먹고 네가 잘 아는 분야해라, 이새끼야.


마지막, 그럼 일단 내가 남아봐야겠다.

정상인 사람들이 이 회사에서 너무 비정상적인 사람들 때문에 고생하는게 슬펐다.

나는 사실 나가면 그만인 사람이었다.

진심으로 퇴사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채용공고를 하루종일 본 날도 있었다. 이력서를 넣어본 적도 있고…

나는 다른 직원들과는 달리 업무분야가 전문적인 곳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직이 더 수월한 면도 있기에 퇴사 생각을 마음껏 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어제 미스터김의 폭주로 인해 힘들어하는 분과 얘기를 한 후, 그나마 정상 범주인 나라도 남아있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까지 나가면 정말 이제 이 회사에서 내 업무분야를 하는 사람 중에 정상인은 남아있지 않게 된다.

나라도 남아서 그들에게 그나마 작은 촛불이라도 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나중에 추후 그들 중 누군가가 잘리게 되면, 나는 ceo에게 그 분이 잘리면 나도 같이 나가겠다고 할 생각이다.

그렇게라도 이 회사에 ‘연대’라는 작은 조각을 남기고 떠나고 싶다.

사실 미스터김만 나가면 되는 문제.

하지만 이 세상은 간단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원래 세상이 그런거다.


니체는 이 세상은 신들의 도박대라고 표현했다. 신들이 땅덩어리 위에서 주사위를 던지는 게임이 인생이라고.

그렇다는 말은, 미스터김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말.

도박, 해보자고.



매거진의 이전글 불안함에 대한 고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