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지을 때 염두에 둔 것 중 하나가 태양광 전기시설을 하는 것이다. 눈보라가 치는 추운 날 기초 공사를 시작하면서 건축업체소장님이 태양광을 지붕에 할것인지 마당에 할것인지 알려달라고 했다. 지붕에 만들면 별도의 공간이 필요치 않아 공간 활용에 좋을 것 같았지만 웬지 지붕에 뭔가 설치하면 누수가 된다거나 보수를 할 때 지붕위로 올라가야 해서 더 복잡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마당에 설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집이 완성된 후 다시 고민했던 것은 태양광을 할것인지 말 것인지였다. 정부지원금과 지자체지원금을 모두 받으면 3Kw 용량을 설치하는데 130만원정도면 가능했다. 면적은 주차장 한 대 정도 공간이 필요하다. 가장 많은 도움을 받았던 지성아빠 네이버카페에 검색을 해 보니 그 정도 용량이면 전기요금 전체를 감당 할 수는 없고 4인 정도 가정에 3만원정도의 전기요금을 내게 되어 6Kw정도를 설치하면 몇천원 가량만 납부하게 된다고 했다. 3kw에서 초과되는 용량을 설치하려면 모두 개인부담이다. 우리집은 3명이고 보통 전기요금이 5만원에서 한여름에는 10만원가량 나오는데 6Kw를 설치하는데는 700만원가까운 설치비용이 소요되고 전기요금으로 설치비용을 회수하려면 9년정도 사용을 해야 된다는 계산이 되었다. 9년동안 인버터나 패널이 고장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하에 그렇다. 그렇다면 크게 남는 장사가 아니다. 하지만 태양광 전기 시설을 꼭 경제적 이유 때문에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기후위기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도 아니고 환경운동가도 아니다 하지만 태양광 시설을 할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을 갖고 있는 주택에 산다면 마땅히 설치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집 마당에 내리쬐는 태양빛을 이용해 만들어진 전기를 아끼지 않고 마음껏 사용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다음 순서는 어디에 설치할 것인가이다. 단지 내에 다른 집들도 태양광시설을 많이 했는데 대부분 3kw로 주차장 자리에 차 한 대 주차할 넓이로 하거나 지붕에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간혹 마당에 태양광패널을 설치하고 아래쪽에는 평상을 만들어 평상지붕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나는 주차장 자리에 6kw용량으로 두 대 주차할 공간에 설치해서 마치 주차장처럼 활용하기로 했다. 태양광 패널 너비가 한 장에 1미터인데 각각의 패널을 연결할 때 공간을 1cm정도 떼서 해야하는데 비가 오는 날에는 그 사이로 비가 꽤 많이 떨어져서 주차장 본연의 기능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카페 글도 보았다. 그런데 주차장의 가장 큰 기능은 비를 덜맞게 하는 것보다는 자동차위로 바로 태양빛이 내리쬐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그정도 불편은 감수하기로 했다. 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하다가 올 여름 집을 짓고 주차장에 차를 세웠더니 얼마나 뜨거웠는지 썬팅필름이 보글보글 기포가 생기고 부풀어버렸다.
이렇게 결정을 하고 이웃에 문의해서 알아낸 업체들 몇 군데에 통화를 해 보고 가장 잘 설명을 해주는 업체에 시공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실제 시공은 이들이 하지 않고 하청을 받은 시공업자가 했다. 국가지원금은 봄에 한 차례 이미 끝나고 가을에 다시 공지가 된다고 하여 10월초까지기다려야했다. 지자체 지원금은 규제사항이 까다로워 포기하기로 했다. 패널의 각도와 설치 위치가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태양광 패널 각도가 너무 높으면 외관상 그다지 좋지 않아 주차장으로 위장? 하려는 내 목적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10월 중순에 설치를 했고 비로소 우리집은 전기부자가 되었다.
나는 부자는 아니지만 내 땅에서 전기를 충분히 발전시켜 사용하는 전기 부자이다. 비 오는 날엔 패널사이에서 떨어져 내리는 빗물 때문에 그리고 눈이 쌓였다 녹으면서 떨어지는 물 때문에 조금 불편하지만 작동중으로 불이 들어와 있는 인버터를 보면 괜히 뿌듯해진다. 기후위기 극복에도 조금은 기여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가정용 태양광 전기시설을 활성화하려면 지원금을 높여주던지 전기요금을 더 올리던지 하는 약간은 강제성을 띤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전기부자의 여유로움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