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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빛 레오 Jan 25. 2024

와인 이야기

샴페인이 좋아!

나는 술을 좋아한다.

사람들과의 만남을 좋아하거나 술자리를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그저 술이 좋다.

언제부터인지 갑상선저하증이라는 꾀병 같은 병을 얻게 된 후로 술을 거의 마시지 못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예쁘고 알록달록하고 청명한 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마시지도 않을 술을 가끔 사서 진열해두곤 한다. 종류는 위스키, 막걸리, 맥주부터 일본술 사케까지 가리지 않는다.

 지난 가을에는 와인에 입문했다. ‘입문’이란 표현은 술에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와인을 저렴하게  사자는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 그렇게 표현하는 것을 본 기억이 난다. 한 병에 백만원이 넘는 와인을 구입하기 위해 마트 행사일에 새벽부터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고 와인을 맛만 보고 어떤 품종인지 금새 알아맞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와인은 조금씩 마실 수 있어서 좋다. 소주와 사케를 조그만 잔에 가득 따라 한입에 털어 마시고 맥주는 8부쯤 따라 회 안주에 원샷 내지 투샷을 하는 것과 다르게 와인은 그렇게 마셔지질 않는다. 다리가 얇아서 보기만 해도 위태로운 잔에 5분의 1 정도만 따라서 온도변화에 따라 어떻게 맛이 달라지는지 느끼면서 30분에서 1시간을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있어도 좋고 마당에 남편이 만들어놓은 파이어피트에 장작이 타는 것을 보면서 태블릿 PC에 영화를 틀어놓고 홀짝거리기도 안성맞춤이다. 견과류가 들어 있는 치즈를 얇게 슬라이스해서 접시에 놓고 와인 한 모금에 한 조각씩 곁들일 때 약간은 떫은 맛을 품은 향과 달달한 맛이 어우러지는 그 느낌은 참 오묘하다. 마치 느끼한 고기에는 톡 쏘는 콜라가 어울리는 것처럼 말이다.

 드디어 숙취를 최대한 덜 느끼고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술을 찾았다며 이 도시에 있는 모든 와인상점을 정신없이 돌며 가성비 좋은 와인들을 구입했고 나름 내게 맞는 품종이 까베르네쇼비뇽과 쉬라즈라는 것쯤은 알게 되었다.

 그리고, 두어 달이 지나서 내과검진을 갔는데 간 수치가 너무 높다며 약처방과 함께 무조건 운동해야 한다는 처방을 받았다.

 정말 내게는 와인을 홀짝거릴 수 있는 정도의 건강도 허락되지 않는 걸까? 일단 간 수치를 정상으로 돌려놓은 후에 다시 시작해 봐야겠다.

보조주방에 가득한 저 와인들을 어찌할지......

난감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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