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아티스트와 공연을 만들고 음악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대학 졸업하고 그동안 한 번도 만날 일이 없던 사람을 어디선가 만나면 반가움과 놀라움이 담긴 인사를 나눈 후 자연스럽게 근황 이야기로 넘어간다. “무슨 일을 해?” 내가 하는 일이 절대 간단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간단하게 음악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법인 하나 내고 해외 아티스트 내한공연, 페스티벌, 투어, 매니지먼트 같은 것을 하고 있어요. 유통 정도만 빼고 음악 관련된 온갖 것 다 해요. 국내/외국 다 하는데 우린 해외 쪽에 조금 더 스페셜리티가 있어요.”라고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대게 감탄사로 시작되어 “멋지다!”고 끝이 나곤 한다.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던 지인뿐만이 아니었다. 법인 관련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은행 창구에서 직원분이 “그런데 어떤 회사예요?”라고 물어 간단히 설명하면 부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뀌곤 했다. “우와. 진짜 멋지네요. 저도 그런 재밌는 일 하면서 살고 싶었는데. (작은 한숨)” 언젠가 한국 아티스트와 지방 투어를 함께 하는데 지방 공연을 따라왔던 팬분이 서울 공연에 1시간 30분 정도 일찍 왔다. 선착순도 아닌 공연이라 의아했지만, 그만큼 그 아티스트 공연이 보고 싶어 일찍 왔구나 싶었다. 눈인사도 했고 안면도 있어 오셨냐고 말을 거니 반갑게 인사를 한 후에 고백을 한다. “대표님. 저 사실 대표님이랑 이야기하고 싶어서 일찍 왔어요. 제가 공연 쪽 일을 해보고 싶은데 그런 이야기를 들을 곳이 없어서요.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뭐 좀 물어봐도 괜찮아요?”, “어, 물론이죠!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뭐든 알려드릴게요.”
가입해 있는 온라인 그룹에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간단하게 설명을 하면 5개에서 10개 정도의 댓글에 “근데 정말 멋진 일 하시네요.”, “저도 정말 그런 일 꼭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라는 말이 달렸다. 공연하면, 특히나 내한공연을 하면 팬분들이 정성 가득한 선물들을 가지고 온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티켓 부스를 지키고 있는 내게 선물을 가져오는 분들이 생겨났다. “아티스트한테 전달해 드릴까요?”, “아뇨. 대표님 드리려고 가져왔어요.”, “네, 저요? 왜요? 어. 감사합니다.”물론 감사했지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뭐라고. 이걸 받아도 되나.
이런 이야기를 나열한 것은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냥 문득 궁금해졌다. 왜 사람들은 나한테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아, 물론 별개로 나는 내 일에 대한 애정이 깊다. 마음 편히 나눌 수 있는 친구와 일 이야기하다 낯이 뜨거워지며 방금 내 모습을 스스로 인식할 때가 있다. ‘와 방금 내 얼굴에 생기 엄청나게 돌았겠구나. 좀 웃겼겠다. 굳이 말로 안 해도 표정에서 다 티 났을 텐데.’ 내 일을 얼마만큼 좋아하는지는 앞으로의 포스팅에서 사랑과 감기와 가난처럼 자연히 배어 나올 것이다.
나는 분명 매력적인 일을 한다. 또 마침 운 좋게도 그 일을 좋아하고 있다. 하지만 여느 스타트업 사장님들처럼 대단하지 못하다.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인맥이나 자본 같은 에셋을 손에 쥐고 시작하지 않았고 그래서 한 번도 쉬울 수 없었고 지금도 어렵다. (앨런 크루거가 쓴 ‘로코노믹스’란 책을 읽어보면 알 것이다. 음악 비즈니스로 돈을 버는 건 서양이나 동양이나 정말 말도 안 되게 어렵다.) 안 그래도 힘들었는데 이젠 코로나로 죽지 못해 살고 있다.
되돌아와서, 내가 가끔 그런 소리를 듣는 건 다름아닌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다수가 높은 흥미를 갖는 영역의 일인데 그것을 대중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도 아니고 아예 없다고 해도 무관해 보였다. 과거 글로벌 문화콘텐츠학과 석사 과정 시절 기획자의 일이 궁금해 구글링을 해봐도 클래식 공연이나 뮤지컬 기획자의 이야기 정도만을 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에 관해선 업계종사자로서 대략적인 나름의 원인도 가늠은 된다.)
아무튼 내가 직접 그런 이야기를 조금 들려주면 어떨까 싶은 생각에 서비스 오픈 당시 한번 해볼까 싶었다가 말았던 브런치 계정을 열게 되었다. 앞으로 차차 음악 비즈니스와 공연 백스테이지, 아티스트 비하인드 스토리를 무겁지 않게 풀어볼 생각이다. 이 산업이 궁금했던 사람들을 위한 실질적인 이야기를 섞어 들려줄 것이다. 자연스럽게 음악에 대한 취향 이야기도 곁들이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지는 가봐야 할 일이다. 우선 이렇게 시작하려고 한다.
글쓴이는
한국 인디 음악이 좋아 어떻게라도 뮤지션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영국인 친구와 함께 두인디(DOINDIE)라는 100% 국영문 혼용 인디음악 플랫폼을 만들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현재 하이징크스(HIGHJINKX)라는 뮤직 그룹과 비라인레코즈(BEELINE RECORDS)라는 레이블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The Chemical Brothers, Joss Stone, AURORA, Courtney Barnett, Cigarettes After Sex, Mitski, Coin, Hippo Campus, Suuns, Protomartyr, Gym and Swim, Chinese Football 등 수십 개 국에서 온 수많은 글로벌 아티스트 및 Adoy, 카더가든, 바버렛츠, 대한장미포도주연합, 스텔라장, 위댄스, DTSQ, 실리카겔 등 한국 아티스트와 2백여 개의 온·오프라인 프로젝트에 함께 했다. 2020년에 함께 할 수 있었을 멋진 아티스트가 정말 많았는데, 코로나로 주춤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