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말로
기독교인에겐 불편한 작품이지만 교회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작품
미연(문소리), 희숙(김선영), 미옥(장윤주)
미연은 독실한 기독교 집사이다. 그의 남편 동욱도 집사이다. 동욱은 미연이 지휘자로 있는 성가대의 어린 대학생과 바람을 핀다.
집요하게도 미연에게 전화를 걸어 취해 여러가지 말들을 쏟아 놓는 미옥(장윤주). 그것을 답답할 정도로 다 받아주는 미연(문소리). 영화 초반에는 이런 장면을 보면서 도대체 무슨 사연을 가지고 있길래 끊지를 못하는가? 라는 물음이 따랐다.
희숙(김선영)은 딸과 함께 산다. 남편은 돈을 뜯어간다. 딸은 헤비메탈 음악에 심취하고 마요네즈를 간식과 주식으로 먹는다. 성격은 고약하고 어머니인 희숙을 막대한다.
이런 집에서 계속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기독교이다. 미연을 연기한 배우 문소리가 나와서 그런지 영화 오아시스 생각이 났다. 그곳에서 나는 오아시스가 보는 이로 하여금 바닥으로 끌고 가는 작품이라 말했다. 같은 배우 문소리가 나오는 [세자매]는 그 바닥에서 기독교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걸 보여준다. 미연의 모습에서 볼 수 있지만 세자매 중 겉으로 가장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은 미옥이다. 그는 모르는 사람이 보았을 때, 그리고 교회에 있는 교우들이 보았을 때, 아주 모범적인 우아한 여집사이다. 성가대 지휘를 하고(성가대는 지휘자가 리더이다) 이사를 가면 목사와 교우들을 불러 집들이를 하고 매번 식사마다 가정 기도를 인도하며 주일(일요일)마다 가족들을 준비시켜 교회에 출석한다. 십일금에 철저하고 자녀들에게 신앙 교육에 있어 철저한 정도를 넘어 엄격하다. 이렇게 겉으로는 사람들에게 모범적인 그녀지만 그녀의 딸 하은은 매번 가족 식사기도 시간에 공중기도를 하지 못해 미연에게 혼이 난다. 오히려 종교가 미연의 집안에 없었다면 식사시간은 어땠을까? 하은은 나중에 커서 어린 시절의 종교를 어떻게 기억할까? 그리고 그의 신실한 신앙생활과 봉사, 품위와는 다르게 남편인 동욱은 바람이 나고 가정은 깨어진다. 그런 가운데 집들이에 참여한 목사는 그 동네에 사람들을 데려가는 경쟁교회를 신경쓴다. 오늘날 교회는 하나의 사업체다. 그 집안에 종교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미연의 종교는 습관적인 종교일까? 이상하게도 세자매의 아버지도 교회 장로이다. 어린시절 세자매, 특히 첫째 희숙과 세자매의 남동생 진섭을 폭행했던 아버지는 교회 장로이다. 마지막 세자매가 어머니의 생신에 모여 함께 할 때, 그때도 동네 목사가 그 자리에 있었지만 진섭이 아버지에게 오줌을 싸고 그 모임이 초토화 되었을 때, 목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때에 미연의 말이 인상적이다.
"목사님 죄송합니다. 근데 목사님은 뭘 좀 잘 모르세요. 그러니까 좀 빠져주시고요. 죄송합니다"
독실한 집사인 미연의 입에서 나온 소리다. 그들의 힘겨운 문제 가운데 그녀의 삶을 지탱하던 종교의 사제가 그런 문제와 상관이 없다면 어찌된 일인가? 미연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종교생활과 신앙생활, 교회생활을 던져버린다.
그 장면이 끝나고 세자매는 바닷가에 함께 모인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사이좋은 모습으로 함께 사진을 찍는다. 거기에 종교는 나오지 않는다. 미연은 누구에게도 교회 나가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종교의 겉치레를 벗어던졌을 때, 이상하게도 그들은 영화 가운데 유일하게 행복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