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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3막은 불확실 속에서

by 소시민

목회를 그만두고 모든 퇴직금을 백수 생활에 들이부었다.


얼마 되지 않은 금액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내게는 큰돈이었다.


생각보다 큰돈이 3개월 정도면 바닥이 난다는 걸 알지 못했다.


새로 시작한 일은 장애인 지원주택에서 지적 장애인을 지원하는 일이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실은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살아가고 싶었다.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하게 되기까지는.


그러나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것처럼 성공은 생각처럼 따라와 주지 않는다.


새벽에 일어나 매일 지하철로 출근하는 삶을 살아가며, 함께 저주받은 사람들을 본다. 피곤에 찌들어 지하철에서 졸며 가는 사람들. 개미가 지하로 돌아다니는 것처럼 오늘도 성실한 회사원들은 지하철을 통해 분주히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간다. 전에는 이런 사회와 한 발짝 떨어져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곤 설교했었다. 그런데 직접 세상에 뛰어드니 그 세상은 훨씬 힘겹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는 걸 배운다.


숨 쉬며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돈이었다.


어김없이 월세 날이 돌아왔고 내가 먹는 것과 생활하는 모든 건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다. 보고 듣고 여가 생활을 책임져 주는 OTT의 구독도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사택을 주고 공과금도 어느 정도 해결해 주던 목회 생활과는 달라졌다.



나를 건져 준 건 먼저 목회를 그만둔 선배의 소개였다.


C 선배는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선배 목회자였지만 은퇴 시기가 다가오기 전에 목회직을 떠났다.

한편으로 그를 존경했었고 그의 생각을 따라가 보려, 그가 한 설교나 말들을 복기하곤 했다.


그가 나보다 몇 개월 전에 목회를 떠난 것은 나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지적장애인 지원주택이라는 곳에서 은퇴 후에 일을 시작했다. 교단에서 목회를 10년 이상 한 목회자들 중에 희망퇴직을 하면 상당한 금액의 은퇴자금을 주었다. 선배는 그 자금을 받고 은퇴를 했기에 나처럼 빈곤한 상태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바로 일을 시작했다. 내가 그만두었을 때 선배는 "돈도 안 주는 데 왜 그만뒀냐"라고 말했다.


은퇴를 하면 돈과의 사투가 시작된 다는 걸 그는 잘 알았다. 그는 나와 같이 어린 시절 목회를 한번 그만둔 경험이 있었다.


꾸준히 글을 써서 얼마 전 장편 소설을 한 편 완성했다. 그래서 여러 곳에 투고를 해보고 있지만 그나마 출판이 어렵다고 답장을 주는 출판사들에게 고맙다.


글을 꾸준히 쓰고 싶다. 아직 첫 작품이 출판도 안되고 아무것도 아니지만 또 다음 글을 써 나가고 싶다. 올해 안에는 출판을 하는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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