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무표정한 사람이에요. 일 잘하는 사람은 어차피 10명 중에 서너 명이고, 일은 배우면 돼요. 표정이 없으니 속을 모르겠고, 무슨 말을 하면 불만 있는 사람처럼 뚱한 사람이 일 못하는 사람보다 더 힘들어요. 출근할 때도 그 표정이 떠올라 한숨부터 나와요. 상사보다 더 무서우면 말 다했죠? 아무래도 내가 못 견디고 먼저 회사를 떠날 것 같아.(웃음)”
다른 부서 팀장님의 질문 하나로 시작된 스몰토크였는데, 점점 진지해져서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그 후 여러 유형의 후배와 직원들을 겪으면서, 그 팀장님의 말이 새록새록 생각날 때가 있다. 팀장님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나한테 그런 말을 털어놨을까….
누군가는 “일만 잘하면 되지 표정이 뭐가 중요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나도 예전에는 그랬다. 학교 다닐 때 말 안 하고 있으면 짝꿍이 화났냐고 묻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얼굴 생김이 문제라고 여겼다. 그런데 알고 보니 생김새가 아니라 표정에 답이 있었다. 잘못된 표정 관리로 오해를 줬던 것이다.
직장에서의 표정관리, 왜 중요할까?
어느 날 한 인터넷 기사에서 '얼굴표정이 평생연봉을 결정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얼굴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천연자원이지만 표정은 자신의 책임이라는 내용의 글이었다. 특히 우리가 어떤 표정을 짓느냐에 따라 주변 사람들에게 ‘선호 1호’가 되기도 하고, '기피 1호'가 되기도 한다는 글이 오랫동안 나의 기억에 남아있다. 이와 같이 표정은 내면의 감정과 태도를 나타낸다. 표정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나온다는 점에서 언어보다도 솔직하다. 직장에서의 긍정적인 표정은 상사와 동료 등 구성원들에게 프로페셔널함을 전달하며, 신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면 ‘싫은 티’가 얼굴에 바로 나타나거나 불만, 비웃음 등을 보이는 태도는 상대방에게 적대감을 일으키는 갈등의 지름길이다.
팀원들의 표정 관리는 업무 효율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긍정적인 표정을 지으면 협업의 분위기가 좋아지고, 팀원 간에 소통이 원활해진다. 또한 상사와의 편안한 소통을 위해서도 표정관리는 중요하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무표정한 직원 사례가 말해주듯, 무표정은 표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 무섭고 불편한 표정이다. 밝고 온유한 표정은 소통의 문을 열어놓았다는 첫 번째 신호다.
프로는 ‘포커페이스’의 달인이다
포커페이스는 사회생활의 기본으로, 우리가 장착해야 하는 표정은 단연 미소다. 그렇다고 시도 때도 없이 짓는 미소는 가벼워 보인다.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정도의 온유한 미소가 좋다.
살다 보면 저절로 우러나오는 진짜 웃음도 많지만,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가짜 미소’도 있다. 가짜 미소는 무표정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짧다고 한다. 진짜 미소는 웃음기가 사라지는 데 몇 초가 걸리지만, 가짜 미소는 필요한 웃음을 지은 뒤 순식간에 사라진다. 보고를 마치고 돌아서는 후배의 미소가 가짜 미소라면? 아무리 강심장 상사라도 가슴이 서늘할 것이다. 그러나 포커페이스의 달인은 미소 짓고 돌아서며 바로 입꼬리를 내리지 않는다.
포커페이스는 단지 표정을 숨기는 기술이 아니다.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침착한 표정을 유지한다면 사람들은 당신의 표정에서 안정을 느끼고, 저절로 당신을 더 믿고 의지하게 된다. 포커페이스의 또 다른 장점은 의사소통의 효율성이다. 감정적 반응을 최소화함으로써 상대방 또한 표정에 영향을 받지 않고, 차분히 소통할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은 단기간에 습득되지 않는다. 꾸준한 연습과 자기 인식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자연스러운 표정과 진실한 태도로, 사람들에게 신뢰를 전달하는 것이다.
표정 및 신체언어가 의사소통의 핵심인 이유
찡그린 얼굴로 옳은 말을 한다면? 상대에게 옳은 말은 안 들리고, 나쁜 표정부터 보인다. 비언어적인 신체언어가 말보다 빠르게 전달되고 강력하다는 뜻이다. 수어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마스크가 필수이던 시기에도 마스크를 쓰지 못했다. 입 모양과 표정이 중요한 정보 전달 수단이기 때문이다. 마스크가 표정을 가리면 의사소통의 정확도가 떨어진다. 이것만 보더라도 표정 및 신체언어는 의도와 뉘앙스를 전달하는 강력한 언어다.
유능한 직장인들은 이러한 비언어적 소통의 특징들을 잘 활용한다. 그들은 긍정적인 표정, 몸짓, 그리고 자세를 통해 직장 내에서 더 신뢰받고, 팀원들과의 관계를 강화한다. 회의 중에 적절한 눈 맞춤과 끄덕임으로 경청하는 모습도 신체언어다. 이는 상대방에게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 더 원활한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눈 맞춤은 당당함을 나타내고, 끄덕임은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러한 비언어적 표현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더욱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참여하게 만든다. 이처럼 긍정적인 표정 및 신체언어는 팀원 간의 유대감을 높이고, 건강한 직장 문화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다.
돌이켜보면 나의 사회생활도 표정에 변화가 찾아오기 전과 후로 나뉜다. 누구나 그렇듯이 입사 초기에는 지적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심사의원처럼 느껴지는 상사들 속에서 내 얼굴이 편했을 리 없다. 그렇게 주눅 든 시기는 1년 이상 지속됐다. 일이 익숙해지고 자신감이 생기면서, 가장 먼저 찾아온 변화는 바로 거울 속 내 표정의 변화였다. 밝은 에너지는 많은 것들을 변하게 했다. 임원이나 사장님이 나를 찾는 횟수가 많아졌고, 다른 팀 직원들도 환한 내 얼굴만 보면 피로가 다 풀린다고 하면서 다가왔다.
좋아하는 선배가 있었다. 튀는 이목구비는 아닌데 환한 표정이 눈에 띄는 여성이었다. 선거가 한창이던 어느 날, 선거 후보와 스텝들이 지지 호소를 위해 우리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런데 후보가 들어오면서 20여 명의 직원들 중, 그 선배한테 먼저 가서 인사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후보 인사를 하는데, 첫마디가 그 선배에 대한 소감이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아 저분이 이 사무실을 먹여 살리는구나!’라고 직감을 했다는 것이다. 그 말에 모든 임직원들은 환호와 박수를 쳐주었고, 그 선배는 그날 스타가 되었다. 환한 표정과 활기찬 걸음걸이가 굉장히 당당해 보였던 여성이라 그분의 상사들까지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동양인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유명하고, 감정 표현도 서툴다. 그런 이유로 한국 사회에서는 밝은 표정을 짓는 사람이 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직장인 중에 표정 관리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고쳐지지 않아 고민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안된다고 이를 신경 쓰지 않으면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밝고 온화한 얼굴로 팀원들과 소통하는 연습을 해보자. 또한 ‘포커페이스의 달인’처럼 꾸준한 연습과 자기 인식을 통해, 감정을 조절하고. 표정을 관리하는 연습을 하자. 당신의 좋은 표정은 당신의 팀과 주위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