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참여한 북카페에서 김영하 님의 [여행의 이유]를 읽었어요. 빠리 여행 마니아로서 제 자신과 파리를 되짚어 보는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에 오늘은 본문 중 제가 수다하고 싶은 부분을 가져왔습니다. 저작권 문제시 말씀 주세요. 감사합니다.
김영하 작가님은 자의식과 에고가 높은 강한 필체의 소유자이셔서 저는 어색하게 읽기도 했고, 빠른 호흡의 높은 필력을 정신없이 따라가기도 했어요.
뜨악하거나 반박이 줄줄 나오는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간 제가 깊게 생각하지 않은 여행 자체에 대한 철학을 나눠주셔서 격하게 공감하고감탄했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님은 역시 남다르시네요.
《 자신과 세계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을 알게 되는 것.. 》
저는 파리 여행을 통해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게 됐어요. 잘 말하고 알아듣지 못하는 불어 환경에서 오롯이 혼자 지내다 보면 나를 분석하게 되고, 이해해 줄 수 있었어요.
《 아버지의 그런 꽉 막힌 성격은.. 》
저는 아버님의 여행기록본으로 작가님이 아버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생각해요. 그리고 여행자로서의 아버님은 순수하신 분 같고 참 멋지다 생각합니다.
《 반면 경험 풍부한 여행자들은 눈앞의 현실에 맞춰 즉각적으로 자신의 고정관념을 수정한다.. 》
개인의 성향 차이 같아요. 여행 경험이 풍부한 자들은 덜 놀라고, 좀 더 빠르게 적응할 뿐이지 사고까지 수정하는 것은 너무 나간 것 아닐까 싶었어요.
《 그러니 그 여행은 주식투자자의 손절매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와우ㅡ 브라보를 외친 문구입니다.!! 이런 여행도 우리 경험해 본 적 있지 않나요? ^^
《 ... 가끔씩은 맛보지 않으면 안 되는 반복적인 경험이 있을 것이다. 》
제가 10년 넘게 10번 이하로 빠리에 방문한 것도 일종의 반복적인 경험 중독인가 싶었어요. 앞으로 파리에 자주 갈 순 없지만 제가 파리를 끊을 순 없죠ㅡ
《 인생은 눈에 보이는 적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어떤 허깨비와 싸우는 것일지도 》
저는 여행에 더해 테라피를 받으면서도 느꼈어요.
《 자기가 번 돈으로 청약저축 한 번 부어보지 않는 사람에게.. 》
강남 10채의 무게는 세습될 테고, 그 감당에 대해서는 개인차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자산 이야기는 항상 함구하는게 나은 것 같아요.
《 .. 보이지 않는 적과 맞설 에너지가 조금씩 다시 차오르는 기분 ..》
작가는 호텔방에서 그랬군요. 저는 나무와 꽃, 조각상이 가득한 뤽상부르 공원에서 그랬어요. 그래서 매일 아침 꼭 뤽상부르 정원을 오래 걸었어요.
《 모국어가 때로 나를 할퀴고, 상처 내고, 고문하기도 한다.》
저는 순수 100% 관광객으로서만 파리에 방문했고 일방통행 관광 불어로 거의 알아듣진 못해요. 영어로 대답해 주시겠어요가 필요했죠.
제 불어가 생존 가능(화장실 위치, 물 구매 등) 선에서 멈춰버려 여행 시 부족함이 컸지만 이는 선택된 결정이었어요. 저는 파리를 미국과 달리 조용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충전이 필요할 때, 주변 소음이 없는 곳이라면 어떨 것 같으세요? 그리고 그곳이 문화 예술의 도시라면요!^^
《 .. 초월의 경험은 시간이 충분히 흐른 뒤에야 언어로 기술할 수 있다.》
작가의 자아 이야기와는 결이 다르지만 코시국속 제가 파리 이야기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는 이제야 보이는 것을 지금은 수다할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바로 쓴 여행기가 생동감 있었겠지만 아마 제 경험과 인간미는 부족했을 거예요.
《 여행은 그런 우리를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와 다시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다.》
!! 지난 주말에 본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에도 비슷한 대사가 나왔어요. [ 난 과거를 뒤돌아 볼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해 기대만 할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지 않으면 안 돼. 아오이, 너의 고독한 눈동자에 다시 한번 나를 찾을 수 있게 된다면... 그때... 나는... 너를... ] 꺅
《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가려면 타인의 환대가 필요하고, 적절한 장소도 주어져야 한다.》
저는 완벽한 배낭 여행객인 적이 없어 외국에서의 tip과 관련해서 생각해 보았어요. 지친 여행자들이 기꺼이 감사히 팁을 더 지불할 때는 대개 이럴 때죠.
《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조차 신경 쓰지 않는 것들, 그러나 잃고 나면 매우 고통스러워지는 것들, 그 그림자를 소중히 여겨라 》
파리의 화장실이 한국의 화장실과 비교해 그렇지요ㅍ 그리고 요즘 발가락 골절로 집콕 중인데 여러분도 항상 조심하셔야 됩니다. 냉동실에서 뭐 떨어졌을 때, 침대 모서리 등 집에서도 자주 발생한답니다.
《 백인 여성들이... '아무것도 아닌 자'.. 》
저는 이때 작가님이 특별한 분이었다 생각해요. 학생들이 눈을 감고 편히 잘 수 있게 해 주는~ 저도 파리의 라발레 아울렛을 가는 RER 전철(이상한 사람 꼭 만나는 외곽 노선)에서 경험했어요.
영국 아저씨와 따님이 디즈니 랜드에서 오시는 길인데 우리 시내까지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자 제안하셨어요. 나의 아저씨였을까요ㅡ 아저씨는 제가 필요하지 않으셨을 텐데 감사했고 안전히 왔어요.
《 우리는 노바디가 되어 현지인 사이에 숨으려 하고, 섬바디로 확연히 구별되고자 한다 》
저는 파리에서 유학생 인척 옷 입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고요, 출신을 물을 때 중국인보다는 일본인이냐 질문받는 게 나은 속물이었어요.
《 .. 피해를 복구하고 다시 삶을 이어 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
제게 파리는 대개 안정적일 때 보다, 힘들 때 가서 울기도 해.. 미안하지만 참 고마운 곳이에요! 어느 순간에 파리도 저를 사랑해 줌을 알 수 있었고요, 다녀오면 항상 일이 잘 풀렸어요.
《 ... 한국음식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코를 찌른다.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감각들이 되살아난다.》
문장에서 입국 시 느끼는 인천공항 냄새가 나는 것 같았어요. 친근해라.
《 우리는 모두 여행자이며, 타인의 신뢰와 환대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그 시가 생각났습니다. [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ㅡ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