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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 Jan 25. 2024

1년 가까이 연애하며

1년 가까이 연애해 보며 느낀 것 중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저 사람의 쉴 그늘이 되어주듯 나에게도 쉴 그늘을 마련해 주는 사람이 최고다. 항상 투덜대고 징징대며 그늘밑에 상주하는 나무는 과감히 베어버려라. 당당히 해도 볼 줄 알고 깊은 밤 달과 함께 고독 또한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한 사람을 만나라. 혼자 있는 시간을 성숙히 이겨내는 자만이 함께 있을 때도 즐겁게 있을 수 있다. 혼자 이겨내지 못하고 항상 기대려 하는 사람의 내면은 허약하다.


나에게 전부를 요구하는 사람은 피해라. 꼭 물질적인 게 아니더라도 나만의 시간을 갉아먹으며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은 정말 피곤하다. 잘 들어주면 공감능력이 뛰어나다고들 좋아하지만 그건 그냥 바보다. 연애는 너와 내가 하는 것이기에 평등한 것이다. 누군가가 위에 서는 것도 아니고 아래에 있는 것도 아니다. 서로 귀중한 시간을 투자하여 이루어낸 결실이다. 그 결실의 열매가 달기 위해선 서로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나만 주는 사랑은 과감히 끊어버려라


마음속에 서운한 마음이 쌓이고 쌓인다면 그만해야 된다는 신호다. 즉각적으로 나의 서운함을 말로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괜찮지만 항시 불만을 속에 간직한 사람에게는 큰 독이 된다. 한번 두 번은 내가 좋으니 넘어가지만 매번 내가 손해 보는 것 같고 답답하다면 이별이 다가온 것이다. 열 번 밥을 쿨하게 사주었는데 본인이 한 번 산다고 생색내는 사람 참 많다. 그 정도에 사람과 연애를 하면 여러분도 어쩔 수 없이 쪼잔해진다.


현실적인 사람을 만나라 영화나 드라마 SNS에 과몰입 한 사람은 피해라. 분명 누군가와의 연애를 비교하게 된다. 누구는 풀빌라에 바다 가서 행복하게 지내는데 우리는 대체 뭐야? 이런 어처구니없는 불만이 나오기 쉽다. 사실 굶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소고기 고깃집 이자카야 같은 분위기 좋은 곳을 종종 가는데도 말이다. 만족이 없다.


타인에게 아낌없이 주는 사람보다 자신에게 아낌없이 주는 사람을 만나라.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 나를 미워하며 너를 좋아한다는 말은 장담하는데 거짓말이거나 본인도 모르고 내뱉은 말이다. 자기 관리가 되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은  누군가를 품을 수 있는 강인한 사람이다. 또한 잘 못되었으면 가끔은 따끔히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된 사람이다.


말로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사람보다 사랑을 몸으로 표현하는 사람을 만나라. 사랑을 주는 방식은 전부 다르다.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줄 수 있는 최고의 방식을 고려할 뿐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듣지 못하여도 돌아보아야 한다. 저 사람이 내게 얼마나 헌신적인 제스처를 취해왔는지 얼마나 내가 배려받고 있었는지.


1년 가까이 제가 연애를 해보며 느낀 것들입니다.

현재 헤어질까 하며 서로 시간을 두고 있습니다. 정신없이 만날 때는 정리가 잘 안 되었는데 제 안에 서운함을 서술하다 보니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군요. 여러분도 싸우면 무조건 만나서 해결하려고 하지만 마세요. 그건 전부 다 불안에서 나오는 조급 함이잖아요. 그 불안을 직면하고 불안과 함께 하며 시간을 보나다 보면 고요해집니다. 그 고요 안에서 서로를 생각해 보고 신중히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후회는 없겠구나 생각해요. 어느 정도 확신이 들었고 나의 삶 챙기기도 힘들고 정신과 약까지 먹어가는 상황에서 충분히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거든요. 이제는 그 시간 분투한 내 자신이 위로받을 차례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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