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너에게 좋은 기억만 선물해 주고 싶어
'그걸 다 기억하고 있는 거야?'
나는 아이의 비상한 기억력에 매번 놀란다.
내가 겪었던 경이로운 경험을 친정엄마에게 호들갑 떨며 들려주곤 하지만,
"다 그렇지~ 지금이 뭐든지 스펀지처럼 흡수할 시기잖아."
언제나 덤덤한 반응이 돌아온다.
아이를 셋이나 키운 엄마에게는 그저 평범한 이야기에 불과한가 보다.
지금부터 써 내려갈 이야기도
나에게는 그저 감탄스럽고, 아이 외할머니에게는 그다지 놀랍지 않은
그런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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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놀이를 하던 중이었다.
아이가 모래 놀이하는 양동이를 주머니에서 꺼내길래,
"Oh, the bucket was inside the bag."이라고 지나가듯 말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양동이를 장난감 차 위에 올려두고
"bucket truck!!"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모래놀이 bucket을 보고 bucket truck을 떠올리다니?!
bucket의 말소리와 그에 해당하는 이미지가 아이의 머릿속에는 확실히 저장되어 있었다!
(아이가 'bucket=양동이' 이렇게 원어와 대응어로 암기했다면,
절대 bucket truck을 떠올릴 수 없었을 것이다.)
감탄하는 엄마를 뒤로하고
아이는 또다시 소꿉놀이 젓가락을 들고 와
양동이 구멍에 넣고, 사람모형 블록을 양동이 안에 넣고,
"신호등 고치고 있는 거야!" 하는 것이 아닌가?!
'잠시만, 이거 어디서 봤던 그림인데?'
신기하게도 아이는 엄마와 한참 전에 읽었던 그림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놀이에 응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틀 뒤 거짓말처럼 우리 앞에 나타난 교통신호 정비 트럭!!!!!!
'그걸 다 기억하고 있는 거야?'
아이가 기억하는 건,
엄마가 읽어주었던 책의 내용만은 아닐 것이다.
아이는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을 머릿속에 담는다.
그렇기에 엄마는 더욱더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아이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
아이가 영어로된 말 한마디를 기억하기보다,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느꼈던 온기를, 미소를,
마음속에 차곡차곡 잘 쌓아두었으면 좋겠다.
훗날 누군가의 말과 행동으로 상처받을지라도,
엄마가 선물해 주었던 따뜻하고 소중한 추억을 꺼내보며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인지를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