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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혁 Jun 11. 2023

로드킬

검은 장송곡

꺾어진 목으로 살아선 기댈 수 없었던 척추에

턱을 괴고 엎드렸다

감지 않은 눈엔 마지막 순간이 멈춰있다

가야 할 곳을 바라봤던 무심이 고여있다


아직 굳지 않은 피에 미끄러지며

소복보다 눈부신 하얀 창자가

정오의 아스팔트 위로 흐른다


달려오는 타이어들의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도

서둘지 않는 까마귀의 검은 눈엔

능숙한 장의사의 엄숙함이 비춘다


영혼의 습기가 마르기 전에

침묵의 레퀴엠이 땅을 흔들고

검은 사라방드가 하늘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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