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따금씩 날벼락을 맞게 된다"
로또 1등에 당첨되면 뭐 하지?
자고 일어났는데 톱스타가 되면 어떻게 살지?
짜릿한 상상은 많이 해봤지만
반지하에 살다가 정전 났는데 핸드폰 전원도 꺼지면 어떡하지? 따위의 작은 곤란함은 상상해 본 적이 없다.
그렇다
정전이 났다
자취도 처음이고
반지하도 처음이고
정전도 처음이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에 혼자인 것도 처음이다
이제는 볼일 보다가 휴지가 떨어지면 혼자 엉거주춤 걸어 나가 휴지를 집어와야 하고,
대신 택배를 받아줄 사람이 없어 무조건 회사에서 카드를 수령해야 하고,
바퀴벌레가 나와도 혼자서 효율적으로 잡아내야 한다.
정전이 나면
핸드폰도 전원이 나갔고 손전등도 없지만 인센스 스틱으로 혼자 두꺼비집을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이 모든 일들이 왜 이렇게 신날까?
나는 이제 혼자서 바퀴벌레도 잘 잡고
정전 나도 바로 차단기를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 로또 1등 되면 그냥 운 좋은 사람이 아니라
생활력도 갖추고 운 좋은 사람이 되는 거 아닐까? ^^
나의 하루를 정리해 봤을 때 점점 포트폴리오가 탄탄해지는 느낌이다
토익 980점 - 빨래력 98점
컴활 2급 - 수납스킬 2등급
영상편집기술 - 집안잡내제거 기술
이런 식으로 점점 '할 줄 아는 것이 많은' 인류가 되는 기분
아빠는 어떻게 그렇게 슈퍼맨 같았을까
아빠도 나처럼 10대, 20대가 있었을 텐데
그때 돈 버는 법, 빨래 개는 법, 사랑을 나눠주는 법을 차곡차곡 쌓아온 걸까
나는 아직 무한한 사랑을 나눠주는 사랑력(love power)은 많이 부족한 듯하다.
늦었지만 무척 빠른 시간에 허둥지둥 어른이 되었고
혼자를 키워내는 것이 아직도 어렵지만 사랑 어린 눈으로 미래를 바라보려 한다.
자신감을 잃으면 온 세상이 나의 적(敵)이 된다자
자신감을 잃으면 온 세상이 나의 적이 된다
맞다
현재를 부정하고 주어진 상황을 미워했더니 세상 모든 것이 다 원망스러웠다
부모님이랑 같이 살면서 10분 거리 회사로 출퇴근하는 친구들도
이렇게 힘든 경제 상황을 만들어버린 정치인들도
반지하라고 신나게 내려오는 온갖 벌레들도
다 얄밉고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가장 얄미운 것은 지금까지 이 세상을 우습게 생각했던 나였다.
왜 로또 1등 당첨만 상상했을까?
로또 1등 같은 행운은 아니지만 매일 이렇게 성장하는 기회를 얻고 있다는 거
정전이 나면 대처할 수 있는 법을 배우고, 암흑 속에서 나를 돌아보게 한다는 거
무더운 한여름 곰팡이 핀 집에서 고생하다 가을바람에 이렇게도 기뻐질 수 있다는 거
아빠가 나를 엄청 사랑해 주었다는 것
아픈 와중에도 땀을 뻘뻘 흘려가며 딸내미 방의 커튼을 바꿔주고 책상을 새로 사준 모든 시간들이 너무나도 소중했다는 거
난 이미 로또를 세 번 이상 당첨된 사람이나 다름없다
다정한 아빠를 만났다는 거
힘들지만 잘 이겨내는 엄마가 있다는 거
그리운 아빠를 똑 닮은 오빠가 뒤에서 날 응원하고 있다는 것
이게 행운이 아니면 대체 무엇일까
이제는 세상과 친하게 지낼 것이다
그리고 슬픔은 잠시 묻어둔 채
자신감을 회복하고 온 세상이 내 친구가 될 수 있게 살아갈 것이다!
자신감을 잃으면 온 세상이 나의 적(敵)이 된다ㅈ
자신감을 잃으면 온 세상이 나의 적(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