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에세이 2025년 12월호
브런치에서 글을 쓰다 처음으로 '원고 청탁'이라는 걸 받아보았습니다.
꽤 오랜 시간 네이버에서 육아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다양한 형태의 원고 의뢰는 수없이 받아왔습니다. 대부분 상품이나 팝업 전시를 알리기 위한 홍보 목적이었고, 종종 광고에 넣을 사진이나 영상을 요청받기도 했어요.
그러나 브런치를 시작하고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자유 주제로 글을 써달라는 '청탁 의뢰서'를 받아본 건 말입니다.
메일을 확인하고는 3단계의 감정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첫 번째는 '깜놀' 단계입니다.
'에세이 청탁?', '나에게?', '어째서?' '왜?' 스스로에게 질문 폭탄을 쏟아냅니다. 그러면서도 입꼬리는 자꾸만 하늘로 솟아오르죠. 광대가 내려올 생각을 않습니다.
두 번째는 '의심' 단계입니다.
받았던 메일을 수차례 열어 보지만 '스팸일 거야', '보이스 피싱일지도 몰라'와 같은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그러면서도 왼쪽 전두엽을 풀가동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잠시 뒤, 메일 하단에 기재된 이름과 직책을 포털에 넣어도 보고, 카톡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사실임을 확인합니다.
세 번째는 '기쁨' 단계입니다.
그리 짧지도, 길지도 않은 원고 마감 기한을 받았습니다. 매일 밤 노트북 앞에 앉아야 꾸벅꾸벅 졸아가면서도 쓰는 재미에 흠뻑 빠져봅니다. 손으로 마른 얼굴을 비벼가며 잠을 쫓고, 창작의 고통 속에서도 작은 희열을 느낄 수가 있었죠.
신입 작가를 믿고 원고를 의뢰한 출판사에 누가 되지 않도록 수십 번의 퇴고를 거듭했지요.
그렇게 다듬고 또 다듬어 완성한 글이 <월간 에세이> 2025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
출판사에서 1부를 보내주더라고요. 12월호를 받아 보고야 알았습니다. 월간에세이와 저의 탄생 연도가 같다는 걸요. 표지를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반갑다, 친구야."라고 외칠 뻔했습니다.
제 생일보다 두 달 앞서 창간된 <월간 에세이>.
목차를 펴고 '이달의 에세이'에서 제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을 닮아가는 중입니다 / 조아라
최근 들어 자주 찾아오는 슬럼프 탓에 마인드 컨트롤이 쉽지 않았거든요. 그런 저를 다독이고 싶어 썼던 글이었어요.
참 신기하게도 마음을 꺼내어 찬찬히 들여다보고, 가만히 생각하다 느껴지는 감정을 끄적이다 보면 제법 괜찮아져요. 언제 괴로웠었냐는 듯 말이죠. 그래서 자꾸만 쓰고 싶어지나 봅니다.
저의 첫 기고글을 멋지게 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순전히 브런치 덕분입니다.
그리고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로 용기를 주는 브런치 글벗들 덕분입니다.
이 길을 계속 걸어가고 싶게 만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받았던 그 따스한 마음들 잊지 않고 돌려드릴 수 있도록, 그리 살아가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