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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벽한 가족 Feb 23. 2022

그림책에서 연륜이 느껴진다

  육아로 과거형이 되었지만, 서점을 좋아했다. 서점은 흥청망청한 20대의 일상을 적절히 견제하는 공간이었다. 요즘 북디자인 트렌드는 어떤지, 끌리는 타이틀은 무엇이 있는지 구경하다 보면 두세 시간은 금세 갔다. 퇴근 후 잠시라도 서가 사이사이를 거닐면 시간을 허투루 쓰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그간 많은 책들을 훑었다고 생각했는데 부모가 된 후에야 비로소 눈을 뜬 세계가 있다. 그림책이다. 가물어버린 마음에 비를 내리는 그림책 몇  소개하고 싶다.     






1. 내가 제일 커

(글 조슈아 조지, 그림 메건 하긴스 | 그레이트북스)



 여기, 장난기 가득한 곰 한 마리가 있다. 숲에서 본인이 가장 크다고 자신했던 곰은 더 거대한 곰들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잔뜩 시무룩해진다. 그런가하면 이번에는 ‘내가 더 작아’라고 말하는 앙증맞은 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이는 크기의 개념을, 어른은 비교하지 않는 삶에 대해 배운다. 위만 바라보고 사는 삶은 불행하고, 가치는 언제나 상대적이다. '인생 N회차 철학'이 담긴 그림책으로, 삶을 관통하는 깨우침이 있다.     





2. Hooray for fish

(글과 그림 루시 커진스 | JYbooks)



 작은 물고기에겐 친구가 많다. 빨간 물고기, 점박이 물고기, 코끼리를 닮은 물고기, 수줍은 물고기.. 저마다 모습과 성격이 다르다. 누구 하나 같은 모습이 없는 바다 생태계처럼 사람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저 사람은 대체 왜 저럴까’ 싶을 때 이 책을 보자.


 서로 다른 존재는 존귀하다. 상호 보완되어 제3의 역동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름을 포용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인격적 성숙을 이룬다. ‘물고기 만세(Hooray for fish)’라는 제목 대신 개인적으로 ‘다양성 만세(Hooray for diversity)’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싶다.

 




3. 그랬구나

(글 김금향, 그림 정진호 | 키즈엠)



 아이가 악을 쓰고 짜증을 낸다. 말도 안 통하고, 이유도 모르겠고, ‘에라 모르겠다’  역시 소리나 꽥 지르고 싶다. 남은 인내심을 박박 긁어모아 겨우 다시 평화의 국면을 되찾을 때마다 생각한다. ‘섣불리 내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라고.


 <그랬구나>는 아이와 소통이 어려운 영유아 시기한번 더 자녀의 마음을 헤아리도록 돕는 책이다. 아이의 실수 앞에서 좀처럼 하기 힘든 말, 그래서 더 해야 하는 말, 어른들의 세상에 꼭 필요한 말, ‘그랬구나.’

단순히 참는 것에서 나아가 관계를 한층 성숙시키는 마법의 말이다.





4. 완벽한 아이 팔아요

(글 미카엘 에스코피에, 그림 마티외 모데 | 길벗스쿨)



 아이가 없는 뒤프레 부부는 아이를 사기 위해 ‘아이 마트’를 찾는다. 음악특기생, 타고난 천재…. 진열된 많은 아이들 중 부부의 마음에 꼭 드는 아이, ‘바티스트’를 고른다.


 어느 날 바티스트의 일탈 행동에 놀란 부부는 수리센터를 방문하고, 담당 직원은 아이에게 묻는다. “얘야, 너는 어때? 새 가족이 마음에 드니?” 아이는 무어라고 답했을까? 마지막 페이지 속 바티스트의 대답은 모든 부모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완벽한 부모는 없다. 당연히 완벽한 자녀도 없다. 혹시 나는 내가 바라는 이상향에 아이를 억지로 끼워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 <완벽한 아이 팔아요>는 부모를 위한, 부모에게 더 좋은 그림책이다.

 





 성인이 그림책을 읽으면 한 줄의 문구에서도 백 마디를 얻을 수 있다. 경험의 크기만큼 해석이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책 한 권 집어들기도 부담되는 바쁜 삶이라면 그림책을 펼쳐보자.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하는 알토란같은 그림책의 힘에 짐짓 놀랄 것이다.  



* 대가 없이 순수하게 작성한 입니다. 살아가는 순간마다 곱씹게 되는, 기억이 자꾸만 불러내는 책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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