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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벽한 가족 Mar 23. 2022

자식은 좋지만 육아는 싫어

 

 나에게는 고모가 있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창원에서 올라와 결혼식 혼주석을 지켜주신 고마운 고모다. 아이 낳은 직후, 고모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애 키우기를 그렇게 힘들어한다고 하더라. 힘들지~ 너무 힘들 땐 애도 울고 부모도 같이 운단다~”     


 당시엔 아무 감흥이 없었다. 경험해본 적이 없으니 와닿을 턱이 있나. 요즘 다시 고모의 말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애 키우기 힘들어하는 ‘요즘 젊은 사람’이 바로 나라는 생각. 일과 육아에 지친 마음 끝자락에 스치는 진짜 속마음.      


‘자식은 좋지만 육아는 싫어.’     


 이루 말할 수 없는 도둑 심보에 스스로도 흠칫 놀랐다. 월급은 받고 싶지만 일은 하기 싫어, 교사가 되고 싶지만 공부는 하기 싫어, 대통령이 되고 싶지만 선거운동은 하기 싫다는 것과 대체 뭐가 다르지?


나같은 인간이 부모라니. 이거 꽤 노답인걸?(출처는 인터넷 짤)


 공상을 좋아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여러 생각들이 갑자기 툭 튀어나올 때가 있지만 이날의 속마음은 그 중에서도 상당히 노답이었다. 나는 스스로의 무책임함에 치를 떨었다.


 순간, 브런치 계정 닉네임이자 우리의 교육 타이틀을 떠올렸다. ‘완벽한 가족.’      


 “완벽한 가족은 없다, 노력하는 가족이 있을 뿐이다.”라는 사실이 반어적으로 표현된 타이틀이다. 누구나 지향하지만 닿을 수 없는 ‘완벽함’.

 부모라고 어찌 다 완벽할 수 있겠는가. 습관적 변명으로 쓰여서는 안 되겠지만 부모 역시 불완전한 사람일 뿐이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라고.      


 어렵고 힘든 육아를 즐겁다고 얘기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건 진심이 아니다. 원하는 모습으로 포장한다면 멋져 보일 수 있겠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그래서 브런치에 쓴다. 나의 찌질함과 숙함을 직면하고 내가 누구인지 제대로 아는 것. 부족한데 완벽한 척 하는 건 아무래도 꼴사나우니까. 그때마다 업무 한 꼬집, 자아실현 한 꼬집, 스트레스 해소 여덟 꼬집 정도 넣어 글로 풀어내면 복잡한 심경이 차분히 정리된다.

 고마워요,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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