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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더하기 Apr 17. 2024

님에서 남으로

 

아는 동생에게서 무거운 목소리도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젊은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겨울 다섯 시 같은 어두움을 한 모습이었다. 남편과 이혼 서류를 제출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한 때는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애틋한 부부애를 자랑하던, 통통한 손이 예쁘다고 동생을 애칭으로 ‘손뚱 손뚱’ 부르며 한 시도 손을 놓지 않았던 기억이 새삼 나면서 믿기지가 않았다.


어느 날부터인가 소원했던 우리 사이의 거리만큼 사연이 길게 이어졌다. 동생의 남편이 코로나19로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원하지 않는 실직을 하게 되면서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 했다.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동생이 퇴근해서 오면 당연히 집에 있는 남편이 집안일을 해 놓았을 거라 생각했지만 빨래조차 안 해 놓고 차려주는 밥을 기다렸다고 했다. 

처음은 실직으로 마음이 다쳐 그런가 보다 하고 이해하려 했지만 몇 개월이 지나도 똑같은 상황에 화가 났고 화는 싸움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러다가 회복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갔고 그 마무리로 법원에서 도장을 찍으며 끝이 났다고 했다. 이제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 날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했던 사이에서 이제는 지나가다 그림자도 보고 싶지 않은 사이가 되었다고 했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된다는 트로트 가삿말처럼  사랑하는 님에서 상관없는 남이 될 수도 있다.(아니 원수가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이 남이 되어버린 관계가 얼마나 많은지 생각이 든다. 요즘 나이가 들면서 사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일이 많아진다. 다수의 아는 지인보다 몇 명의 내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 사람들에게 남이 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반성하게 된다. 


일주일 사이에 씬이 바뀌듯 앞다투어 피는 꽃과 잎들로 눈이 즐겁다. 동생이 어울리지 않는 얼굴표정을 지우고 봄 같은 얼굴로 다시 세상과 마주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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