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제국 이전에 북해제국North Sea Empire
크누트 대왕의 북해제국 -앵글로색슨과 바이킹의 융합의 역사
유키무라 마코토의 만화 "빈란드 사가"에서도 그려지는 크누트 대왕은 정복왕 윌리엄1세에 비해서 덜 알려져 있지만, 중세 영국 역사 뿐 중세 유럽사를 통틀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입니다. 이번 글을 통해서 영국 역사 뿐 아니라 당시 중세 유럽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크누트(1016~1035) 대왕의 북해제국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좌)크누트 대왕과 크누트 대왕의 깃발
그의 영토는 영국을 포함하여 덴마크, 노르웨이 그리고 스웨덴 일부까지 뻗어있었으며 사실상 “북해제국(North Sea empire)”이라고 불리우는 영국 역사상 최초의 제국 시기로 기록되었습니다. 크누트 대왕의 통치기는 바이킹의 영국 통치 그리고 스칸디나비아 민족과 영국 민족간의 민족학적-정치-경제적 융합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크누트 대왕이 통치했던 북해제국의 영토
9세기 말 알프레드 대왕의 리더쉽으로 인해서 웨식스 지역을 중심으로 영국 본토가 안정기에 접어듭니다. 하지만 알프레드 대왕 사후 힘의 공백이 생기고 이는 여러 지방토후들이 군웅할거 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영국은 침략해오는 바이킹들을 회유하기 위해서 그냥 조공을 받치거나 토지를 주기도 했는데, 크누트의 아버지 스웬도 정기적으로 영국을 습격한 바이킹 부족장 중 하나 였습니다.
존 블래어가 공저자로 참여한 옥스퍼드 영국사에서 말하길, 970년대에 덴마크와 노르웨이 두 곳 모두를 장악하고 있던 덴마크 왕 푸른이빨의 해럴드는 고도로 훈련된 직업 군인들로 이루어진 강력한 구대를 창성했으며, 그의 아들 스웨인 또한 이 강력한 군사조직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하랄드 블루투스(Harald Bluetooth)
1002년 애설레드가 잉글랜드내의 모든 데인인들을 학살하라고 명령했으며, 이 대학살이 스웨인의 바이킹 부족 침략의 명분이 되었습니다. 스웨인의 바이킹 부족들은 잉글랜드 영토를 휩쓸기 시작합니다. 다음해 버크셔(Berkshire), 월트셔(Waltshire), 햄프셔(Hampshire)를 군대로 휩쓸었고, 다시한번 막대한 배상금이 지불되어야 했습니다. 덴마크 지역에서 경쟁부족들을 제압한 후 덴마크 왕에 등극한 1013년 스웬은 알프레드 사후 강력한 리더쉽이 부재한 영국을 정복하기로 합니다. 스웬이 영국을 정복한 이후 애설래드를 내쫒고 왕위에 등극합니다.스웨인 바이킹부족을 피해서 애설래드가 노르망디로 피신을 하게됩니다.
크누트 대왕이 아버지 스웨인(Sweyn Forkbeard)
이후 스웬이 죽고 크누트가 후계자가 되는데 덴마크에서는 이복형 하랄이 등극합니다. 크누트는 덴마크는 하랄드와의 지분분할을 위해서 덴마크로 돌아가게됩니다. 이를 틈타, 애설래드와 그의 아들 에드문드 Ironside가 영국으로 돌아와서 잉글랜드왕좌를 되찾습니다.
이복형 하랄과 평화협정 이후 크누트는 하랄로부터 군대와 전함 그리고 군비를 지원받습니다, 그에대한 대가로 크누트는 하랄의 덴마크 통치를 인정해줍니다. 크누트의 영국원정군에는 비단 덴마크 바이킹들 뿐 아니라 스웨덴 노르웨이 출신의 바이킹 부족들 뿐 아니라 폴란드 용병들도 참전을 합니다.
잉글랜드를 취하기 위해서 이복형 하랄과 평화협정을 일시적으로 맺음.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 크누트는 에드문드와 전투 이후 평화 협정을 맺게 되는데, 에드문드가 웨섹스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남부지역을 통치하고, 크누트가 노섬브리아를 중심으로 하는 북부지역을 통치합니다.
당시 에드문드와 크누트가 맺은 조약이 인상적인데 에드문드는 크누트를 후계자로 임명하고, 크누트는 에드문드를 후계자로 임명했는데, 누군가는 일찍 죽어야 하는 게임이었습니다. 이후 1017년 알 수 없는 이유로 에드문드가 사망하고(다양한 버전이 있는데, 전투 이후 부상이 심해져 죽었다는 설도 있고, 화장실에서 변을 보다가 창에 찔렸다는 설도있음)
크누트는 에드문드의 영국남부를 취하고 명실상부 잉글랜드 왕위에 등극하게 됩니다. 이후 운이 좋게도 1018년 그의 이복동생 하랄드가 죽음으로 인해서 덴마크의 왕권도 동시에 잡게 됩니다.
하지만 통치초기에는 잉글랜드에서 멀리떨어진 스칸디나비아 지역을 관리하는데 애를 먹기도 합니다. 1025년 당시 덴마크의 리더쉽 공백이 생긴 것을 눈치 챈 노르웨이 왕 올라프 하랄드손이 스웨덴왕 아눈드 야콥과 연합해 바이킹군대를 이끌고 덴마크를 침공하기 시작합니다.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안정화를 위해 크누트는 영국군과 덴마크바이킹으로 구성된 군대를 이끌고 덴마크에 상륙을 하고 노르웨이와 스웨덴 군대를 Helga 전투에서 박살냅니다.
Helga 전투
이후, 노르웨이의 올라프왕은 스웨덴과 연합해서 크누트에 반기를 드려했지만 노르웨이 내 크누트를 지지하는 지방호족과 농민들로 이루어진 군대가 스틱레스타드 Stiklestad 전투에서 올라프의 군대를 무찌르고 여기서 올라프 왕은 전사를 하게 됩니다.
스틱레스타드 (Stiklestad) 전투
이 전투의 결과로 노르웨이 지역 또한 크누트 왕의 통치권역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이렇게 크누트는 잉글랜드를 넘어서 덴마크, 노르웨이 그리고 스웨덴의 일부까지를 손에 넣으며 북해를 호수로 삼는 엄청난 영토를 통치하게 됩니다. 앨프래드 사후 강력한 리더쉽의 공백으로 혼란과 분열에 빠진 잉글랜드 지역이 크누트의 리더쉽하에 잉글랜드는 다시 안정기에 접어듭니다. 다음세기의 연대기 작가의 말에 따르면 그는 ‘야만인에서 가장 기독교인다운 왕’으로 변신하였다고 합니다. 캠브리지 대학의 조나단 쉐퍼드 교수에 따르면, 크누트는 기독교 문명국가의 왕으로서 인정받기 위해 영국내 대주교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썼다고 합니다. 실제로 수도원 건립과 영국 내 기독교도들에 대한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으며, 이에 대한 보답으로 대주교는 크누트의 개혁정책에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통치기 기존 영국의 토착인들인 앵글로색슨계열과 북부 노스맨들간의 민족간의 충돌이 없었으며, 앵글로색슨왕국의 법과 전통에 따라 통치했다고 합니다. 특히나, 이교도를 믿는 북부 혈통인 크누트는 영국의 기독교적 전통을 존중해 주었고, 그가 영국 본토를 통치할 때 많은 앵글로 색슨 인재들을 등용해 그의 가신(Earl)으로 등용하는 등 포용정치를 펼쳤다고 기록합니다.
사회의 상층부뿐 아니라 일반 하층민 사회에서도 영국인과 덴마크 인들을 동등하게 통치하려고 했으며 덴마크인들과 영국인들간의 혼인을 장려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융화정책으로 인해서 덴마크혈족이 영국 본토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됩니다.
국외적으로도 크누트는 기독교세계와의 외교관계에 노력을 했습니다. 1027년 로마를 방문했을 때, 신성로마제국황제 콘라드와 교황을 알현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콘라드 황제는 크누트에게 포메라니아 지역을 우정의 징표로 선물해주기도 합니다. 또한 노르망디공의 딸 엠마와의 혼인은 유럽대륙의 기독교문명세계와 화합을 할 것이라는 제스쳐를 보였으며, 크누트의 딸들을 콘라드 황제의 아들 그리고 노르망디공의 아들과 다시 혼인을 시킴으로서 유럽문명국의 지도자로서의 외교적 제스쳐를 취합니다.
크누트는 기독교 문명국 군주로서 인정 받기 위해 신성로마제국 콘란드 황제 와 돈독한 관계를 맺으려 노력했다.
국내정치 안정화를 위해 일단 잉글랜드 통치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행정구역을 웨식스, 노섬브리아, 머시아, 이스트앙글리아로 이루어진 4개의 행정구역으로 나눕니다. 중심지 웨식스는 크누트대왕이 통치를 하고, 나머지 3곳의 행정구역은 크누트가 임명한 측근들이 통치하게 됩니다.
효율적인 국내통치를 위해서 4개의 행정구역으로 나눔
1016년 영국정벌이후, 군대해산령을 내리게 됩니다. 크누트를 따라서 영국을 정벌하러 온 바이킹부족들의 군대의 무장상태를 해지함으로 인해서 향후 반란 가능성을 차단하게 됩니다. 그 대신 2000명에 달하는 Housecarls이라는 친위대를 창설해 그의 중앙집권적 통치력을 강화합니다. 이는 근대 중앙집권국가에서 보여지는 왕권을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상비군” 역할을 해주고 이는 이후 고백왕 에드워드(Edward Confessor)시기 까지 이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Housecarls이라는 그룹은 크누트의 개인 근위대 및 정예병 그리고 세금징수인으로 근무하게됩니다.
크누트 대왕의 통치권력을 강화시켜준 상비군 하우스 칼(Housecarl)
또한 해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Ledig이라는 전투선과 Fryd라는 전투선을 건조했다고 합니다. 독일성직자 메르세부르그(Merseburg)의 티에트마(Thietmar) 연대기에 따르면, 크누트 대왕이 직접 전함을 이끌고 영국과 스칸디나비아 권역에서 활동하는 해적들을 토벌했다고 합니다
북해권역에서 해적을 토벌하는 영국군
크누트는 영국을 19년동안 통치했습니다. 그의 통치기 동안 스코틀랜드를 제외한 영국본토와 스칸디비아 영토(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일부)는 번영을 누렸다고 합니다.
바이킹들의 주요 습격경로
이는 스칸디나비아로부터 침략해오는 바이킹들의 약탈경로를 무역로로 바꿈으로 인해서 영국과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경제가 좋아지게 됩니다. 그 동안 빈번했던 영국에 대한 바이킹들의 약탈과 습격행위가 중지되고 이들간의 무역과 상업활동이 진흥된 결과였습니다. 즉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영국으로 가는 습격루트가 무역루트로 변한 것 이지요.
크누트 대왕 치하 바이킹들으 ㅣ습격경로가 무역경로로 바뀌는 과정
역사학자들은 덴마크의 위치에 주목을 합니다. 크누트가 통치한 덴마크는 지리적으로 발트해와 북해를 아우르는 위치로 평상시 바이킹들이 영국 혹은 유럽 대륙 내 신성로마제국을 습격하는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는 주요 습격로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크누트 대왕 즉위 이후, 덴마크는 약탈과 습격을 위해 모이는 바이킹전사들의 미팅포인트가 아닌 영국-스칸디나비아의 상인들의 교역장소의 중심지가 됩니다.
크누트 제국 당시 북해, 발트해 바닷길이 안정됨에 따라 무역이 활발해지고 영국, 아일랜드, 노르망디, 플랑드르 스칸디나비아 라인란드 지역의 무역이 활발해지게 됩니다. 역사학자 Ryan Lavalle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스칸디나비아반도를 아우르는 북해권역에서의 무역활성화는 크누트 대왕의 통치력과 안전성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비단, 크누트 대왕이 직접 통치하는 북해제국 권역인 스칸디나비아와 잉글랜드 뿐 아니라 인접 지역과의 무역과 상호작용도 활발해지게 됩니다. 일례로 아일랜드 더블린의 바이킹 정착촌에서는 북해권역에서의 해적과 노략질이 없어지게 되고, 크누트 대왕의 무역진흥책으로 인해서 아일랜드 상인들이 유럽대륙과 영국 그리고 스칸디나비아 지역으로의 왕래가 잦았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바이킹이 정착하는 무역촌의 모습
역사학자 조나단 쉐퍼드(Jonathan Sherperd)는 링커셔와 요크를 중심으로 영국 해안가의 항구들이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합니다. 특히나, 스칸디나비아의 고고학 유적지에서 크누트 시대로 추정되는 시기의 대형 선박들과 그 선박 내에서 각종 사치품들이 발굴된 것으로 추정할 때 이 시기 무역이 얼마나 활발했는지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바이킹이 통치한 영국의 첫번째 제국시기인 크누트 대왕의 통치기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참고문헌
Lavelle, R. (2017). Cnut, The North Sea King.
Bartlett, W. B. (2016). King Cnut and the Viking Conquest of England 1016. Amberley Publishing Limited.
Shepard, J. (2016). North Sea (Anglo‐Scandinavian) Empire. The Encyclopedia of Empire, 1-2.
Wise, T. (1979). Saxon, Viking and Norman (Vol. 85). Osprey Publishing.
Bolton, T. (2009). The empire of Cnut the Great: conquest and the consolidation of power in Northern Europe in the early eleventh century. Bri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