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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asletter Jan 13. 2022

첫 번째 편지

우리의 첫 만남


To. 어스에게


 어스야 안녕. 형이야.


 형이라는 말을 알아들으려나? 매번 '형 어딨어?'라고 하면 뛰어오기는 하는데 간혹 네가 정말 나를 형으로 알고 뛰어오는 것인지 아님 형 어딨어라는 명령어를 들으면 나에게 오는 걸로 교육이 된 건지 고민이 될 때가 있어. 만약 못 알아듣더라도 내가 너의 형이었다는 거, 아니 가족이었다는 거 정도는 평생 잊지 않았음 해. 근데 우리 어스는 똑똑한 강아지니까 아마 내가 형인 건 알고 있을 거야.(형은 그렇게 생각할래 그냥)


 나름 글쓰기를 좋아하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편지를 종종 쓴다고 자부했었지만 너에게는 처음으로 편지를 쓰네.(물론 네가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래서 안 쓴 건 아냐. 이 자리를 빌려 사과할게) 그동안 하고픈 말도, 잊지 않았음 하는 기억들도 너무 많았는데 그 방법이 그저 사진과 영상밖에 없다고 착각했었어. 그래서 이제라도 이렇게 너에게 전할 편지들을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 가.


 어스야,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니? 너에겐 말 못 했지만 사실 형은 당시에 날 위로해줄 누군가가 있었음 했어. 그래서 널 만나게 된 거야. 그저 나를 위해 목적을 가지고 누군가를 만나는 건 정말 나쁜 행동이란 걸 알아. 근데 그럼에도 너라는 존재가 내겐 너무 소중하고 필요했어. 참 못된 형이지? 그래서인지 아빠가 네가 집에 오는 걸 엄청 반대했었다? 너도 눈치가 있어서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 그랬었다고 그냥... 사실 모든 게 준비가 안 된 나 때문이었어. 처음에 집에 와서 적응하기 조금 힘들었다면 미안해. 그래도 아마 너와 마주치는 첫 순간을 아빠와 함께였다면 오히려 아빠가 먼저 너와 같이 집에 가자고 했을지도 몰라. 지금은 아빠가 너 없으면 못 살 정도로 이뻐하잖아. 너도 알지?


 너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면 하고픈 얘기들이 정말 많아. 아, 나 궁금한 게 있어. 혹시라도 네가 내게 말해줄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이 질문은 꼭 한번 해보고 싶었어. 처음 우릴 본 날 너는 무슨 생각이 들었니? 우릴 오래 기다린 것 마냥 케이지 안에서 손을 잡기 위해 올라타고 낑낑대던 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 그 모습이 너무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로 '왜 이제야 우리가 너에게 찾아간 걸까? 이 아이는 얼마나 힘든 시간을 이 좁은 케이지 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기다리고 있던 걸까? 우리가 내미는 손이 너에게 오히려 상처가 되진 않을까?' 많이 괴로웠었어. 그래도 웃으며 우릴 맞아줘서 고마워. 그리고 너무 늦게 너한테 가서 미안해. 이젠 외롭지 않게 형이랑 누나랑, 엄마랑, 아빠랑 모두 다 너랑 같이 있을게. 항상 행복하자.


 그런데 형은 너한테 잘하고 있니? 처음 네가 봤던 형의 모습에서 혹시 변한 건 없니? 사실 네가 집에 온 날 누나한테 네 사진과 함께 집에 왔다는 톡을 보고 얼른 퇴근하기만을 기다렸던 것 같아. 그리고 집 문을 열고 들어와 잠들어 있는 너를 보고 숨이 멎는 줄 알았어. '와, 세상에 이런 귀여운 생명체도 있구나. 네가 나를 퇴사하지 못하게 하는구나. 열심히 돈 벌어올게'를 수없이 외쳤던 거 같아. 근데 사실 나보다는 누나가 돈을 더 많이 썼어. 나중에 누나한테 맛있는 간식이라도 나눠줘. 아무튼 그런 형의 마음이 지금도 느껴지니? 느껴지면 다행일 텐데 안 느껴지면 흠... 더 분발할게! 나름 우리 첫날부터 아빠한테 쫓겨나서 내 방에서 같이 밤을 지새웠던 사이잖아. 침대에 올려달라고 계속 낑낑대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언제 이렇게 컸는지.


우리 서로 처음 본 그날의 애틋함 잊지 말고 항상 서로 위해주고 좋은 추억 많이 만들자. 사랑해 어스야. 다음번에 또 편지 쓸게.


첫 만남을 기억하며,

철없던 어스 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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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내가 숨이 멎었던 순간, 이렇게 귀여운 생명체가 있다니. / 우: 새벽에 잠을 깨우며
어스야 잠 좀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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