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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asletter Jan 14. 2022

첫 번째 편지, 그 이야기

우리의 첫 만남에 관하여 pt.1

 어스와의 첫 만남은 바람이 세차게 불던 11월 어느 날이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평범한 우울과 지루함을 자본으로 달래고 간신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을 평범한 여느 날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직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회사였다는 점이다. 나뭇가지 끝의 연소성 물질이 이제 막 마찰을 끝내 성냥을 환하게 비추고 조금씩 흔들림이 안정될 시기, 그쯤이었다.


 내 삶은 화려함을 쫓고 있었지만 지극히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어른들의 말에 따라 취직을 하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고배를 마시며 원하는 기업에 취업을 계속하여 시도하기보다는 날 찾아주는 곳에서 일하기를 택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세상에 날 필요로 하는 곳은 있었고(물론 급여, 근무 조건 등은 날 위한 것이 아니지만) 운이 좋게도 내가 한 번쯤 그려본 이상적인 직군의 부름이었기에 나는 나름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고 굳게 믿었었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느끼지 못할 그 나름의 과정 속 힘듦은 잊고 있었다.


 나는 그 힘듦이 집에서 역력히 드러났다. 가족들과의 대화는 점점 줄고 그나마 하루에 한 번씩 같이 먹던 저녁식사도 거르거나 밖에서 먹기 부지기수였다. 어릴 적 어려움이 있으면 쫄래쫄래 부모님께 가 해달라고 어리광 피우던 나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가 없었다. 부모님의 말은 그 시절과 같은 내용이었지만 조언에서 잔소리로 명칭이 바뀌었었고, 손길은 그 시절과 같은 마음이었지만 응원에서 간섭이 되어 있었다. 내가 스스로를 고립했지만 난 그걸 모르고 외로움이라고 멋대로 정의해버렸다. 그리고 홀로 바닷속으로 뛰어들었었다. 그때 바닷속에서 보았던 것이 바로 다른 이들의 반려동물 영상들이었다.



영상들을 보기 시작하면서 나는 '나만 강아지 없어, 나만 고양이 없어.' 등의 철없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생과 어머니에게 한 번씩 영상을 보여주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한 얘기를 넌지시 던지곤 했다.(차마 아버지께는 하지 못했다.) 반응은 생각보다 긍정적이었고 동생과 나는 어느새 한 편이 되어 있었다.(알고 보니 동생은 1년 전부터 반려동물과 함께하기 위해 공부도 하고 준비를 해왔었다고 한다.) TV에 항상 귀여운 반려동물의 모습, 반려견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들에 관한 영상들을 틀어놨고 무의식 속에서 우린 이미 한 마리의 강아지를 집에 풀어놓고 있었다. 상상 속 강아지의 이름을 지어주고 밥을 주고, 산책을 시켜주고 그 과정들을 다 같이 이야기하고. 이러한 모든 모습들이 내겐 너무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직 우리가 반려견과 함께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그 존재만으로, 아니 상상만으로도 위로받고 있구나.


 나는 그 길로 어머니를 꼬셔 동생과 함께 무작정 실제 강아지를 보러 갔다. 


* 첫 번째 편지, 그 이야기(우리의 첫 만남에 관하여 pt.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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