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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asletter Jan 14. 2022

첫 번째 편지, 그 이야기

우리의 첫 만남에 관하여 pt.2

* 첫 번째 편지, 그 이야기(우리의 첫 만남에 관하여 pt.1)와 이어집니다.



 나는 그 길로 어머니를 꼬셔 동생과 함께 무작정 실제 강아지를 보러 갔다. 어릴 적 대형견과 함께 자라셨던 어머니와 나와 생각이 일치했던 건 중형견 이상의 듬직한 반려견이 우리 식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보더콜리라는 종을 택했다. 운이 좋게도 집과 멀지 않은 거리에 미분양된 보더콜리가 있었다. 블루멀(*털 색깔에 따른 분류로 대리석 색의 반점이 있는 털색을 의미, 흔히 회색과 하얀색이 섞인 색으로 알려져 있다.)에 생후 2개월이 된 작은 보더콜리 여아였다. 실제로 봤을 땐 '2개월도 안 된 것 같은데'란 의문을 일으킬 정도로 작은 아이였다. 더욱이 남매 중 한 마리가 먼저 분양되고 혼자 남아있었던 탓인지, 아님 졸렸던 건지 아무런 미동도 없이 누워있기만 했다. 그 모습이 조금 쓸쓸해 보였다. 우리는 그 쓸쓸한 모습을 뒤로한 채 펫 샵을 나왔다.



 * 우리나라엔 많은 펫 샵이 있다. 하지만 강아지 공장이라는 곳을 통해 말 그대로 펫을 팔기 위해 반려동물들이 무분별하게 키워지고 전시되고 있다. 아닌 곳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용어를 포함해 이 부분에 있어서는 반려인으로써 개선되어야 함을 피력해본다. 그리고 당시 이러한 사실들을 모르고 그저 강아지와 같이 살고 싶단 어린 맘에 펫 샵을 방문하고 강아지를 분양받은 필자 스스로 반성합니다.


 길을 나서고도 나는 블루멀 보더콜리의 쓸쓸한 모습이 마음에 계속해서 걸렸다. 마치 내 모습같이 느껴졌다. 분명 다 같이 있는데 고립된 공간 속에서 혼자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 저 아이의 마음이 지금 내 마음과 같지 않을까. 그저 우리가 흔히 인연이 아니라는 말을 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그 관계를 외면함으로써 느껴질 죄책감을 애써 합리화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무거운 죄책감을 잊지 않으려 불편한 마음을 불만으로 여실히 표현해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늘은 강아지들의 모습을 보러 온 거다. 우린 아직 새 식구를 맞이할 준비가 다 안 되었다. 그건 오히려 그 아이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것일 수 있다.'는 어머니의 말에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골목길에서 간판도, 조명도 제대로 켜져있지 않은 상가가 하나 있었다. 그 안에는 따닥따닥 붙은 케이지 안에 조그마한 강아지들이 부리나케 짖어대고 있었다. (나중에 펫 샵의 실태에 대해 알고 보니 인근 펫 샵에서 분양되지 않은 강아지들이 안락사나 보호소로 보내지기 전 옮겨지는 곳이었던 것 같다. 어스가 처음 집에 왔을 때 밥을 허겁지겁 먹고 공복토를 계속하는 걸 보고 해당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우린 어스를 만났다. 우릴 보자마자 손을 물려고 하는 건지, 안아달라고 하는 것인지 모르게 케이지 문을 박박 긁으며 우리에게 다가오려 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이 모습이 귀여운 건지, 애처로운 건지 모를 이상한 감정에 휘말려 그 가게에 나올 때는 우리 가족 모두가 아무 말을 하지 못했었다. 나는 이때도 내 감정에만 치우쳐 우리가 지금 당장 집으로 데려가자고 생떼만 부렸다. 그렇게 우린 이상한 감정에 서로 날만 세우고 부딪치며 집으로 돌아왔다.


 사실 이 날이 어스와의 정말 첫 만남이었다. 나는 집에서도 내내 어스가 케이지를 긁던 모습과 그 가게에서 보았던 다른 강아지들의 온도, 블루멀 아이의 쓸쓸한 뒷모습이 계속 아른거렸다. 그날 나는 아버지께 장문의 카톡을 보냈다. 대략 '제가 사회생활도 하고 제가 먹여 살리겠다. 지금 우리 가족 더 화목해질 수 있다. 믿어달라. 반려견을 집에 데려오게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아버지는 예상대로 반대하셨고 냉랭한 온도 속에서 나는 잠을 설쳤다.


 다음 날, 유독 바람이 너무나 세차게 불었던 11월의 어느 날. 동생과 어머니가 품 속에 어스를 품고 집에 왔다. 바람이 들지 않도록 담요로 꼭 감싸서 패딩으로 여매고서는. 그리고 그것마저 추울까 한 걸음도 걷지 않고 반려동물 탑승 가능 콜택시를 불러서.




 동생도 그날 잠을 설쳤다고 했다.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 거 같다. 그리고 동생은 졸음에 취해 짧은 순간 깊은 꿈에 빠졌다고 한다.

 앞이 훤히 펼쳐진 동산이었다. 바람의 정원인 양 풀들이 바람을 따라 고개를 움직였다. 나는 트렁크를 훤히 열고 차에 걸터앉아 지는 노을을 바라봤다. 내가 본 영화나 드라마 속 노을도 이것보다 아름다울 순 없었다. 더없이 행복했다. 그리고 이 풍경을 혼자 보는 걸 시기라도 하듯이, 너와 함께 보내는 이 순간들이 사라지는 걸 아쉬워라도 하듯이 네가 내 옆에 걸터앉았다. 그렇게 너는 내게, 나는 네게 서로에게 기대었다. 운명처럼 내게 기댄 건 어스, 너였다. 이 순간이 평생 잊혀지질 않길.


좌: 유독 바람이 세차게 불었던 11월의 어느 날 / 우: 깊은 꿈에 빠진 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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