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인 스웨덴
일 년 동안 총 30일의 유급휴가와 2주의 무급휴가를 쓸 수 있다. 회사와 연령, 경력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회사는 25일의 유급휴가를 기본으로 하고 병가 및 양육(아이가 아프거나 돌봄이 필요한 경우)을 위한 휴가는 제한이 없다.
4주째 휴가 중이다. 첫 주는 아이를 데리고 시댁으로 달려갔다. 도시 근교 작은 마을에 위치한 시댁. 집 앞에 호수가 있어서 물놀이를 좋아하는 아이와 여름을 보내기에는 최고의 장소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가 시부모님을 워낙 잘 따라서 이렇게라도 조금 쉬고 싶다는 나의 꼼수..
스웨덴의 여름은 빛나는 태양과 건조한 날씨, 호수와 들꽃이 어우러져서 마치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시골에서 아이는 아침부터 바쁘다. 장화를 챙겨 신고 딸기밭으로 달려가 밤새 새들이 딸기를 쪼아 먹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고 마당 구석구석을 돌며 곤충과 풀들을 살핀다.
낚시가 하고 싶다고 하면 할아버지는 거름더미로 가서 지렁이를 잡아 와서 배를 띄워 주고 수영이 하고 싶다고 하면 구명조끼를 들고 함께 호수로 나가주고 심심하다고 하면 창고에서 트랙터든 4륜 자동차든 끌고 나와 동네 한 바퀴를 쌩하고 달려주니 시댁은 아이에게 놀이동산과 진배가 없다.
나 역시도 휴가라는 들뜬 마음에 매일매일 바빴다. SUP-보드를 타며 호수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낚시도 하고 꽃구경도 하고 마당 잔디에 누위 낮잠도 자고... 현실과 동떨어진 곳에서 만끽하는 여름은 참 신났다.
2주째의 나는 심신이 아팠다. 이상하게 밀려오는 고단함과 무기력증, 무엇에도 흥미가 없이 침대에 누워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의 긴장과 스트레스가 소용돌이치는 느낌이랄까. 이상하리만치 지친 한 주였다.
3주째 에는 쉬는 것이 일상처럼 편안해졌다. 내가 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까마득해 질만큼 일에 대한 무엇도 떠올리지 않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저 아이와 놀이터에 가고 친구집을 방문하고 잠깐씩 책을 보고 간단한 식사와 홀가분한 몸... 평범하고 평온한 일상의 날들이었다.
4주째인 지금은 다음 주로 계획한 여행을 준비 중이다. 이웃나라 노르웨이에서 마지막 한 주를 보내려고 한다.
나이가 들고 직장생활이 길어질수록 긴 휴가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내 몸에 알게 모르게 쌓였던 피로와 스트레스... 며칠 간의 휴식으로는 날려버릴 수 없는 마음의 짐들. 사실 이번 휴가는 내 생애 처음으로 유급으로 5주를 통으로 쉴 수 있는 기회였고 처음으로 들뜸과 무기력함, 회복의 시간을 주별로 경험하면서 스스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제도라는 것은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을 텐데 휴식의 필요를 이미 70년대에 제도로서 만들어낸 이곳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 걸까. 좋은 제도의 이면에는 언제나 슬픈 자화상이 존재하는 법이니까. 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