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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장금 Apr 16. 2023

발리 우붓에서는 조금은 느리게

여행하지 않고 싶어도 괜찮아요

    평소 주말에는 8시간을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가 않아서 오후에 한두 시간 낮잠을 자는 게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이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여행만 오면 하루에 두세 시간만 자고 일어나도 다음날 멀쩡하게 일정을 소화해 낸다. 물론, 여행을 다녀온 다음에 일상으로 돌아오면 여행 때 모두 소모해 버린 에너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번 발리 여행의 경우는 짧은 일정 안에 발리의 남쪽부터 북쪽까지 모두를 돌아다니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에 가까워짐에 따라 이동하는 차 안에서 뻗어버리는 시간이 늘어갔다.


    발리 여행 일정을 짤 때, 원래는 아궁산(Agung Mountain)의 야간 트레킹을 하고 정상에서 일출을 보는 것을 넣고 싶었지만 그 누구도 함께 동행하기를 원치 않았다. 일출을 보는 것은 낭만적일 것 같지만 새벽부터 장정 8시간의 트레킹은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서로의 의견을 타협한 결과 우리는 바투르산(Batur Mountain)의 일출 지프투어로 결정했다. 지프투어를 위해서는 새벽 2시 반에는 일어나야 했는데, 다시금 생각해 보면 제대로 쉬는 일정이 없이 빡빡했던 3박 4일의 일정에 아궁산의 야간 트레킹보다는 바투르산의 지프투어가 좀 더 현명한 결정이었던 것 같다.


    벤을 타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바뚜르산의 초입에서 우리는 지프로 환승했다. 분명 태양이 떠있는 낮에는 굉장히 더운 발리지만 새벽녘에 산을 오르는 지프에서는 이가 딱딱 부딪힐 정도로 추웠기 때문에 담요에 겨우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지프를 타고 올라가며 본 바투르 산의 중턱과 정상에는 일출을 보기 위해 더 부지런히 움직인 등산가들의 헤드라이트들 곳곳에 보였다. 조금은 게을렀던 우리는 그렇게 지프를 타고 나름 편안하게 산의 중턱까지 올라왔다. 일출을 기다리며 지프의 지붕 위에 앉아서 사진도 찍고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자니, 호수 건너편의 하늘이 조금씩 붉은색으로 변해갔다. 혹여나 구름 때문에 제대로 일출을 보지 못할까 하고 걱정하기는 했지만 해가 솟아오를수록 구름도 조금씩 걷혀가 아궁산 옆에 완전히 둥그런 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Copyright 2023. 농장금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일출과 함께 상쾌하게 아침을 시작한 다음의 목적지는 계단식 논으로 발리에서는 라이스 테라스(Rice Terrace)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라이스 테라스는 보통 초록색의 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러 방문하는 곳으로 발리 스윙(Bali Swing)을 타며 찍는 사진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특히 발리의 가이드 분들은 모두 열정적인 포토그래퍼 분들이 시기 때문에 요청하지 않아도 알아서 다양한 각도에서 인생샷을 찍어주시기로 유명하고, 아니나 다를까 라이스 테라스를 산책하는 와중에도 우리의 가이드분도 계속해서 우리의 사진을 찍어 주고 계셨다. 하지만 이곳은 논이기 때문에 뜨거운 햇볕을 가려줄 그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머무르기 어려운 곳이기에 우리도 30분 남짓 논을 둘러본 후에 다시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벤으로 피신했다.


    모두가 2~3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한 채로 이른 아침부터 하루를 시작하다 보니 벌써부터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뜨그눙안 폭포(Tegenungam Waterfall)까지 다녀오는 일정이었지만 폭포 입구에서부터 폭포까지 이어지는 길을 보고 모두 내려갔다 올라올 자신이 없어 모두 먼발치에서만 보는 폭포 구경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 대신 입구에 있는 카페에서 시원한 과일주스를 보며 폭포를 감상하며 수분을 보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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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친 몸의 에너지를 채우기에는 음식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발리 전통 음식인 바비굴링(Bali Guling)이라는 돼지 통구이 요리를 먹으러 갔다. 우붓에 있는 이부오카(Ibu Oka)라는 식당에 방문하였는데, 이곳은 식당 입구가 맞을까 계속 의심하면서 들어갈 만큼 식당을 들어가는 길이 이상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다행히 오픈 시간에 맞추어 가서 테이블 대부분이 비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편하게 자리를 잡았다. 다만, 에어컨이 있는 실내가 아니었기 때문에 점차 온도가 오르는 낮시간에는 오래 앉아있기 힘들다는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이부오카의 바비굴링은 돼지 요리를 즐겨 먹는 한국인에게는 엄청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돼지 껍질은 바삭하게 잘 요리가 되어 나왔다. 하지만 순대의 경우는 피순대와 유사하게 만들어졌는데, 도무지 고기 비린내가 잡히지 않은 상태여서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여러모로 우붓에서의 이부오카는 한 번의 경험으로 만족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우붓 시내를 거닐기 위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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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붓은 시내 곳곳에 작은 상점들과 오토바이가 가득한 곳이었다. 그리고 스미냑에서는 많이 만나지 못했던 한국인들도 거리에서 꽤나 자주 보이기 시작했는데, 네이버나 인스타그램에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는 기념품샵과 소품샵들에는 어김없이 한국어가 들렸다. 그렇게 한 곳 한 곳을 둘러보며 걷다 보니 우붓에서의 시간은 서울에서의 시간과는 다르게 천천히 흘러가는 것처럼만 느껴졌다. 서울과 같은 도시에서는 볼 것도 많고 사람도 많기 때문에 빨리빨리에 익숙해져 있다면, 우붓에서는 조그마한 가게에 구경하는 손님이 꽉 차더라도 누구도 빨리빨리 둘러보고 나가라고 눈치 주지 않기 때문에 손님이 있고 싶은 만큼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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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리는 신들의 섬이라고 불릴 만큼 수많은 사원이 곳곳에 위치해 있는데, 그중 사라스와띠 사원(Saraswati Temple)의 경우는 사원 앞에 위치한 스타벅스와 로투스 카페(Lotus Cafe)때문에 특히 많은 방문객들이 찾는다. 로투스 카페에 앉아 시원한 과일 주스를 마시며 감상하는 사원뷰 때문에 휴식이 필요한 관광객들에게는 필수 방문지인데, 좀 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필요하다 스타벅스를 추천하고 싶다. 우리도 선풍기 아래에 앉아서 땀을 식힐 요량으로 로투스 카페에 들어갔지만 선풍기의 바람은 발리의 한낮의 온도를 식혀주기에는 역시나 무리가 있었기 때문에 결국 스타벅스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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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붓에서는 짧은 오후 시간을 보내고 다시 스미냑으로 돌아왔다. 새벽부터 시작한 일정 탓도 있겠지만 모두가 무더운 날씨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기에 숙소로 돌아가서 쉬는 것으로 결정했다. 비록 발리의 숨겨진 모습을 담고 있는 우붓에서의 시간이 다소 짧았던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우붓에게 작별인사를 전했다. 


    우붓을 끝으로 3박 4일간의 발리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물론 발리에서의 시간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에너지를 보충해 주기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일상에서 지쳤을 때, 되돌아볼 추억과 그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들을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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