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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장금 May 20. 2023

또다시 떠난 대만 여행

공항에는 2시간 전에 도착하세요

    해외여행을 나가기 위해서는 인천공항에 최소 2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 물론 체크인 카운터가 대개 3시간 전에 열리기 때문에 면세점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2시간보다 더 일찍이 공항에 도착해 여유롭게 체크인을 하고 쇼핑을 즐기기도 한다. 나 역시 보통 2시간 전에 도착해서 후다닥 체크인을 하고 게이트 주변에 앉아 있거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이번 대만 여행은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여유로움과는 거리가 멀게 시작했다.


    수요일 밤 10시 50분 비행기였기 때문에 퇴근하며 집에 오는 지하철 안에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밥 먹는 것부터 씻고 짐을 챙겨 오는 것까지 모두 분단위로 계산을 하며, 행복한 대만 여행을 그려보았다. 그리고 지하철에서 계산했던 시간에 맞춰서 저녁 식사도 느긋하게 먹고 비행기에서 뽀송뽀송한 상태로 숙면을 취하기 위해 여유롭게 샤워까지 마치고 나왔다. 하지만 너무 늑장을 부린 탓이었을까 샤워를 마치고 휴대폰을 집어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8시 15분이었고 갑자기 깨끗하게 씻은 온몸의 땀구멍이 열리면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퇴근길에 분명 시간을 분단위로 계획했었지만 정작 집에서 공항까지 가는 대중교통 시간을 계산하지 않았고 출발 시간이 2시간 반 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직 머리도 못 말린 상태로 제대로 옷조차 입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지하철 노선 앱이 최신 버전이 아니었기 때문에 공항철도의 도착 시간까지도 예전 버전으로 알려주어 눈앞에서 공항철도마저 놓쳐버렸다.


    분명 퇴근길에서 그린 예상 시뮬레이션에서는 지금은 온몸은 은은한 바디워시의 향이 느껴지며 뽀송뽀송한 상태로 공항철도 안에 있어야 했다. 하지만 정작 현실은 비행시간이 2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아직도 지하철 승강장인 상황이었고 캐리어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말리지도 못한 머리는 물과 땀에 범벅이 된 상태였으며, 이미 활짝 열린 온몸의 땀구멍은 닫힐 줄을 모르고 계속해서 땀을 배출해내고 있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탄 공항철도 안에서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 스카이스캐너로 다음 비행기를 알아보니 새벽 2시 정도에 타이베이로 향하는 비행기가 있었다. 비행기 값도 20만 원 정도였기 때문에 만약 11시 비행기를 놓치면 2시 비행기를 타기로 마음을 먹으면서도, 인천공항 역에 다가오니 신발끈은 꽉 매어 지하철의 문이 열리자마자 캐리어를 들고 달려갈 준비를 했다.


    그렇게 공항철도에서 내리자마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를 향해 전력질주를 하였는데, 겨우 출발 한 시간 십 여분 전에 체크인 카운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항철도는 지하에 있었기 때문에 평지를 달리는 것 몇 배 이상으로 힘들었기에 숨을 고르는데도 한참 걸렸고, 마스크를 쓰고는 있었지만 계속해서 가쁜 숨을 몰아쉬니까 주변 사람들이 힐끔힐끔 눈치를 보기도 했다. 이번 대만 여행 때 이용했던 항공사는 싱가포르의 저가 항공사인 스쿠트 (Scoot) 항공이었는데, 대개 인천공항에서 저가항공사들은 별도의 탑승동에 게이트가 있기 때문에 체크인을 하고도 다시 또 탑승동을 향해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게이트 오픈 시간 10분 전에 겨우 도착하고 나니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고 어두운 밤하늘 아래 곧 출발할 비행기의 모습을 창 밖으로 보니 여행을 떠나는 실감이 조금씩 느껴졌다.

Copyright 2023. 농장금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퇴근 후 우여곡절 끝에 탄 비행기에서는 앉자마자 잠들었고 눈을 떠보니 창밖에는 2시간 반 남짓한 비행시간을 끝을 알리는 대만의 도시들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입국수속을 모두 마치고 나니 새벽 한 시 정도가 되어 택시를 타고 호텔로 이동하였는데 듣기는 했지만 막상 경험해 본 대만의 비싼 택시비에 깜짝 놀랐다. 대만의 물가는 그렇게 비싼 편이 아닌데, 택시비는 공항에서 차로 40분 정도 떨어진 타이베이 메인역에 위치한 호텔까지 약 5만 원 정도였다. 하지만 문제는 비싼 돈을 주고 탄 택시였지만 엉뚱한 호텔에 내렸다. 알고 보니 호텔에는 여러 개의 지점이 있었고, 지점들이 모두 타이베이 메인역 주변에 있었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1번 지점으로 택시를 타고 온 것이었다. 그렇게 1번 지점에서 다시 예약했던 다른 지점을 찾아 혼자 캐리어를 끌고 타이베이의 밤거리를 활보했다. 겨우 도착한 호텔에서 땀범벅이 되어버린 옷가지를 뒤로한 채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당장 내일 어디를 갈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깊은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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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여행할 때만큼이나 자명종 소리가 반가운 적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분명 출근할 때와 같은 시간에 같은 소리로 울리는 벨소리이지만 여행할 때만큼은 하루가 새롭고 즐겁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호텔에 도착해서 네 시간 정도도 제대로 못 자고 일어났지만 생각 이상으로 개운했고 곧바로 타이베이 메인역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하지만 거리에는 벌써 아침거리를 판매하는 가게들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고,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이 괜스레 어떤 음식들이 있는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스칼리온 팬케이크 (Scallion Pancake)라고 불리는 음식을 먹기로 했다. 얼핏 보면 부침개 같은데, 계란 물과 반죽으로 전병 같은 것을 만들고 그 위에 손님이 원하는 토핑을 올려주는 대만식 아침식사 메뉴이다. 조리과정을 보니 아침으로 먹기에는 기름지지 않을까 싶었지만 막상 한 입 베어 물어보니 기름진 음식에 대한 걱정을 한 것은 까먹고 맛있다를 연신 되풀이하며 금세 입 안으로 털어 넣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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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케이크를 먹으면서 도착한 타이베이 메인역은 매우 한산했다. 주말이나 저녁 시간이었으면 일반기차나 고속여차를 타기 위해 분명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돌아다녔을 것이다. 이곳 타이베이 메인역은 한 가지 독특한 구조로 만들어졌는데, 역의 중앙 부분은 마치 광장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또한 중앙의 천장이 투명 유리로 되어 있어 채광도 잘 들뿐 아니라 파란 하늘이 바로 보이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출발 전 인증샷을 남기는 곳이다. 우리도 여느 관광객처럼 이곳에서 포토타임만을 가진 후 기차역 바로 옆에 있는 버스 터미널로 이동했다. 타이베이 기차역은 크고 광장 같았다면 타이베이 버스 터미널은 다소 오래된 느낌을 주어 마치 서울의 동서울 버스터미널과 같은 인상을 주었다. 타이베이와 대만의 다른 지역들을 연결해 주는 핵심적인 버스 터미널임에 반해 건물과 시설들이 낙후되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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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버스터미널의 건물이 낙후되어 보인다고 해서 터미널의 시스템이 낙후된 것은 전혀 아니었다. 예정대로라면 10시 버스를 타야 했지만 9시 40분 버스에도 여분 자리가 충분히 있었고, 우리는 출발 1분 전에 버스 게이트에서 10시 버스가 아닌 9시 40분 버스로 갈아타기로 결정했다. 혹여나 10시에 출발하는 버스티켓을 환불하고 다시 9시 40분 티켓을 매표소에 돌아가서 사 와야 하나 했지만 버스 티켓을 관리하시는 분께서 버스에 아무 자리에 앉아도 된다고 알려주시고 우리의 티켓을 받아가셨다. 아마 주말이면 상상도 못 했을 전개였지만 평일이었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우리는 타이중 (Taichung) 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분명 몇 시간 전만 해도 인천 공항에서 헐레벌떡 뛰어다녔고, 타이베이의 밤거리를 활보하며 호텔을 찾아다녔는데, 막상 이렇게 타이중행 버스에 오르니 진짜 대만 여행이 시작되는 느낌이었고, 창밖의 푸른 하늘과 함께 우리의 대만 여행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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