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농장금 Aug 31. 2023

필리핀에는 왜 가셨나요?

2박 3일 같은 3박 4일 마닐라 여행의 시작

    올해 5월은 유난히도 공휴일이 많았다. 어린이날도 토요일이었고, 부처님 오신 날도 월요일이어서 주말을 이용해서 짧게 여행을 다녀오기에 너무나도 좋은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5월 마지막주 부처님 오신 날의 경우는 대체 공휴일이 지정되어 휴무가 확정된 것에 대해서도 한 달 전에 알게 되었다. 만약 좀 더 일찍 알았다면 넉넉히 여행 일정을 세웠겠지만 아쉽게도 급하게 항공권을 알아보다 보니 선택지가 필리핀의 수도인 마닐라(Manila) 정도였다.


    마닐라행 티켓을 끊을 때까지도 과연 이곳이 정말 옳은 선택지일까에 대해서 수십 번도 넘게 고민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주변에서도 필리핀 하면 보통 휴양지인 세부(Cebu)나 보라카이(Boracay)를 많이 방문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서 보홀(Bohol)이나 팔라완(Palawan) 등을 가지만 마닐라를 여행하러 가는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네이버에 마닐라 여행을 검색해도 재밌어 보이는 관광지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우연히도 인스타그램에서 따가이따이(Tagaytay)의 자연의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그 아름다움 때문에 마닐라를 가야겠다고 결정했다. 따가이따이에 위치한 타알 호수(Taal Lake) 안에 타알 화산(Taal Volcano)이 있는데, 십여 년 전에는 뉴욕타임스에서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봐야 하는 여행지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 풍경으로 필리핀 사람들도 많이 방문하는 곳이라고 한다.

Copyright 2023. 농장금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그렇게 인스타그램의 사진 한 장과 마닐라에 있는 친구의 설득 끝에 마닐라행 비행기표를 며칠을 고민한 끝에 구매했다. 제주항공을 비롯한 아시아나와 대한항공도 있었지만 필리핀의 국적기는 어떨지 궁금해서 필리핀 항공(Philippine Airlines)으로 왕복 항공권을 구매했다. 그리고 결국 이번 마닐라 여행을 끝으로 다시는 이용하고 싶지 않은 항공사가 되어 버렸다.


    필리핀 항공은 지연이 잦은 곳으로 악명이 높은데, 아니나 다를까 체크인을 하면서 이미 게이트 오픈 시간이 1시간이나 밀린 채로 결국 예정 시간보다 한 시간 반이나 더 지나 비행기가 출발할 수 있었다. 사실 항공사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행기가 지연되고 좌석이 좁은 것은 큰 어려움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오히려 기내식이 생각보다 구성이 알차서 속으로 내심 감탄하면서 세 시간의 비행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Copyright 2023. 농장금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마닐라 공항에 도착해서 제일 신기했던 것은 짐을 찾는 곳에 대형 TV화면이 설치되어 있어 컨베이어 벨트 바깥에서 어떻게 짐이 실리는지를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수화물의 분실과 관련한 보안과 캐리어 파손에 관련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서 생겨난 조치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화면으로 수화물을 실은 운반 차량들이 돌아다니고 수화물들이 컨베이어 벨트에 하나둘씩 올라가는 모습을 보다 보니 생각보다 수화물을 찾는 시간이 지루하지도 않았다.


    짐을 찾고 픽업을 나온 친구와 함께 공항을 벗어나 만달루용(Mandaluyong)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바라본 필리핀 수도의 모습은 빛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서울은 밤에 어딜 가나 가로등과 건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 때문에 거리를 돌아다니는 게 무섭지 않은데, 차량의 헤드라이트가 전부인 이 도시에서는 차가 아니라 걸어서 밤거리를 산책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Copyright 2023. 농장금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새벽 두 시가 다 되어서야 씻고 침대에 누워 다음 날 가기로 한 따가이따이를 비롯해 2박 3일 같은 3박 4일의 일정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마닐라 내에서는 방문할 만한 곳이 많지 않은 것 같아서 일정을 여유롭게 짜도 되겠다고 생각해서 다음날 따가이따이에서 돌아와서 다시 고민하기로 하고 잠을 청했다. 그렇게 나와 친구는 이번 마닐라 여행에서 세워둔 계획이 어떻게 하나 둘씩 망가질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잠들어 버렸다.

    



매거진의 이전글 싱가포르에서 끝난 말레이시아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