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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장금 Sep 02. 2023

마닐라 옆 작은 관광지, 따가이따이

오늘 하루 날씨의 요정은 어디가셨나요..?

    낮과 밤의 마닐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분명 지난밤에 공항에서 도시로 들어올 때 느꼈던 마닐라는 다소 위험천만한 도시 같았지만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맞이한 아침의 마닐라는 다시 생기가 넘치는 도시가 된 듯하였다. 하지만 주말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거리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이 눈에 띄지는 않았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하루 종일 흐리거나 비가 예보되어 있어 혹여라도 따가이따이에서 타알 화산을 보지 못할까 걱정을 했지만 창 밖에는 푸른 하늘이 구름 사이에 가려져 드문드문 나타나는 모습이 왜인지 모르게 따가이따이에서의 하늘은 더욱 푸를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분 좋은 예감과 함께 따가이따이로 향하기 전에 친구네 집 앞의 세븐일레븐에 들려 간단한 아침거리랑 음료수를 샀다. 마닐라의 세븐일레븐 역시 다양한 먹거리가 있었는데, 천 원 남짓한 빵으로 만든 만두를 몇 개 집었다. 

Copyright 2023. 농장금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만두를 먹으면서 에너지를 채우려 하였으나, 오히려 만두를 먹고 달리는 차 안에 가만히 앉아 있다 보니 간 밤에 제대로 풀지 못한 노곤함이 몰려왔다. 그렇게 한참을 자다가 갑작스레 차 위로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는데, 소나기가 엄청나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내리고 있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는 마치 하늘에서 우박이 떨어지는 정도로 커서 창문의 유리가 깨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할 정도였다.


    두 시간을 달려서 따가이따이의 피크닉 그로브(Picnic Grove)에 도착하였다. 이곳에는 산 중턱에 수많은 코타지들이 있는데,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각자 준비해 온 음식을 먹으며, 타알화산과 그 주변의 풍경을 즐기기 위해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날씨가 좋은 날은 저 멀리의 타알 호수와 타알 화산이 더 선명하게 보이지만, 우리가 방문했던 날은 아쉽게도 날씨가 이상하게 뿌옜다.


    그리고 이곳에는 또 관람차, 승마, 집라인 등 나름 방문객들이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몇 가지 더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타알 화산을 보기 위해 왔던 터라 딱히 음식을 싸 오지도 않았기 때문에 사진만 몇 장 찍고 점심을 먹으로 주변의 식당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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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따가이따이 여행을 검색했을 때는 먹을 곳도 많다고 했지만 이상하리만큼 눈에 들어오는 식당이 없었다. 그래서 차에 타기 전 한참을 구글맵을 통해서 식당을 찾다 Tanglaw라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곳은 피크닉 그로브에서 차로 1분 거리에 위치한 곳으로 식당의 평점보다는 그저 피크닉 그로브에서 매우 가까웠던 필리핀 음식을 파는 식당이어서 이곳으로 결정했다.


    어떤 음식을 주문할지 잘 몰라서 웨이터 분께 추천을 받았는데, 이곳은 불랄로(Bulalo)라는 음식이 유명한 곳이었다. 불랄로는 필리핀의 보양식으로 한국이 갈비탕과 비슷한 음식이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나중에 불랄로라는 음식을 검색하다 보니 따가이따이에서도 불랄로를 전문으로 파는 식당들이 꽤나 많이 있었다. 만약 여행 전에 어떤 음식을 먹을지 좀 더 찾아봤더라면, 좀 더 유명한 맛집에서 식사를 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신기했던 것은 한국의 경우는 볶음밥이 아닌 이상은 대부분의 식당에서 밥을 개별 공기에 담아서 주는데, 이곳은 밥을 큰 사발에 주고 각자의 접시에 떠서 먹는 점이었다. 그리고 밥의 양이 한국인이 생각하는 1명 당 밥 한 공기의 수준이 아닌 1인당 최소 2 공기 이상이 되는 양이 나왔는데, 운전기사님께서 말씀해 주시기로는 필리핀 사람들은 밥을 많이 먹고 오히려 반찬을 적게 먹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오히려 반찬이 부족해 밥만 드시는 모습처럼 밥을 서너 스푼을 드시고서야 반찬을 한 점 먹는 식으로 식사를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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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타알 화산의 안에 들어가기 위해 보트를 타러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막상 선착장에 가보니 날씨 때문에 화산에 우리를 실어다 줄 배가 뜰 수 없는 상황으로 오후에 모든 배가 취소되었다고 했다. 원래의 계획은 보트를 타고 타알 화산의 입구에 가서 화산 주변을 트레킹 하는 것이었고, 그게 이번 필리핀 여행을 결심한 이유였기 때문에 아쉬움이 너무나도 컸다.


    특히 뿌연 시야 때문에 타알화산과 호수를 제대로 감상할 수도 없었고, 하늘도 점점 구름이 껴가면서 점점 더 어두워져 가기만 했다. 그래서 아쉬움을 뒤로한 채 어쩔 수 없이 따가이따이에서 꼭 방문해야 하는 관광명소인 스타벅스로 향했다. 이곳 스타벅스가 유명한 이유는 화산섬이 보이는 뷰 때문인데, 이 역시 뿌연 시야 때문에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파란 하늘과 초록색 나무들만을 감상할 수 있었다.


    따가이따이에서의 일정 대부분이 틀어지게 되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마닐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트래킹을 끝내고 저녁까지 먹고 마닐라에 돌아가려 하였지만 이곳에서 애매하게 시간을 더 보내기보다는 차라리 마닐라에 돌아가서 쉬는 게 좀 더 편하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다시 마닐라로 돌아가는 길에 도로를 따라 쭉 뻗어 있는 과일 상점에 들러 열대 과일도 구경했다. 하지만 이곳은 이상하리만큼 어떤 가게를 가도 가격이 모두 다 똑같았고, 심지어 친구는 마닐라보다도 그 가격이 더 비싼 곳 같다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이곳이 아니면 다시 또 마닐라의 어딘가로 과일을 사러 장을 보러 가야 하는 게 귀찮았던 우리는 조금 비싸기는 했지만 이곳에서 망고스틴을 사서 우리의 야식으로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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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은 생각하지도 못한 일 때문에 계획이 모두가 틀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상하리만큼 이번에 따가이따이를 방문할 때가 딱 그랬다. 분명 아침에는 좋았던 날씨가 따가이따이를 향할수록 나빠지고, 막상 따가이따이에 도착하니 비가 오지는 않았지만 알 수 없는 뿌연 시야 때문에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다. 그리고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에 도착하니 하늘이 너무 흐려져 있었는데, 막상 다시 스타벅스가 있는 위쪽으로 돌아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파란 하늘이 나타났다.


    그랬기 때문에 돌아오는 차에서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으니 이번에는 따가이따이가 인연이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하고 다음에 다시 마닐라를 돌아올 이유가 생겼구나 하고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또 예기치 못한 일이 다시 한번 더 발생했고, 마닐라 여행은 점점 이상하게만 꼬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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