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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May 21. 2023

니나 사이먼, 연관성의 예술

방, 문, 열쇠라는 비유로 그린 문화기관의 역할

많은 이들에게 지지와 신뢰 그리고 사랑까지
받는 문화기관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니나 사이먼은 여기에 연관성이라고  답변했습니다. 문화기관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단순히 재미와 흥미거리를 주는 것으로는 부족하며, 해당 기관을 자신과 연관 있는 곳으로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찾아오는 이들에게 각각의 목적과 이유를 설정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바꾸고 싶은 태도]

"우리가 할 일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때 나는 너무나 떨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만 그 구절은 나의 뇌 속에 가시처럼 박히게 되었다. 이 가시는 그 이후 회의, 콘퍼런스, 그리고 브레인스토밍 세션들 속에서 똑같은 이야기가 수십 번 되풀이해 들릴 때마다 조금씩 더 자라는 느낌이다. 그 구절을 들을 때마다 나는 머리가 돌 것 같다. 가부장적인 느낌이 물씬하다. 자기 혼자서 주어진 문제에 관한 전문가가 되는 것만으로도 부족한지, 이제 우리는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서까지 전문가가 되려고 하는 것일까? (127)


[믿고 있는 것]

우리가 하는 작업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의 동기는 랍비 노아를 움직이게 하는 전도사의 열망과 비슷한 것일 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가 제공하는 것이 가진 힘을 신봉한다. 우리는 그것이 사람들에게 가치와 의미를 열어 줄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그것이 이미 우리를 잘 아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외부의 사람들에 대해서도 통할 것으로 믿는다. (277)


[하고 싶은 말]

“나는 당신이, 나의 목적이 아니라 당신의 목적으로 인해 여기에 왔으면 합니다. 당신이 이 방 안에서 뭔가 가치를 발견하리라고 기대했던 사실이 매우 기쁩니다. 그것에 다가갈 수 있도록 제가 돕겠습니다.” (83)





 






2022년에 개정된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박물관 정의를 알고 계신가요?

“박물관은 유무형 유산을 연구·수집·보존·해석 전시하여 사회에 봉사하는 비영리, 영구기관이다. 박물관은 모두에게 열려 있어 이용하기 쉽고 포용적이어서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을 촉진한다. 박물관은 공동체의 참여로 윤리적, 전문적으로 소통하며, 교육·향유·성찰·지식 공유를 위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달라진 박물관의 정의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인 기능(유무형 유산을 연구·수집·보존·해석 전시) 보다 역할과 태도를 강조합니다. 이처럼 문화기관의 새로운 모습을 어떻게 그려야 할까요? 저자는 방, 문, 열쇠라는 비유를 통해 제시합니다. 


전통적인 기관의 정의에 친숙하고 가까운 이들은 방안에 있는 내부자, 그리고 새롭게 기관을 찾아올 방 밖의 사람들을 외부자라고 지칭합니다. 이들은 각자 개개인이 서로 다른 연결성이라는 열쇠를 갖고 있으며, 이 열쇠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을 발견하면 방 안쪽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저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방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여러가지를 시도합니다. 정문에 문을 안내하는 전령을 배치하기도 하고 종종 문의 모양을 바꿔보기도 합니다. 문화기관이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하는 커다란 방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합니다. 개념적인 비유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례도 함께 기술합니다. 


책을 읽으며 흥미로운 비유들에 흠뻑 빠져 여러 가지 갈래로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저자가 보여준 큰 그림과 여러 방법들을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소화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성격이 급한 저는 모두 소화 못하고 적당히 씹고 뱉어냅니다(!?) 이름하야~ 리믹스! 연관성의 예술! 제가 쓴 문장은 없습니다. 변화하는 문화기관의 역할과 태도를 만들어가기 위한 큰  그림을 함께 그려보기 위해서 방, 문, 열쇠에 대한 내용을 자르고 붙이고 편집하여 그럴듯한 방식으로 재가공했어요. 실력이 없어서 편집본도 깁니다. 사실… 기왕이면 전문의 책을 다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원하시는 분이 있다면 책 모임을 꾸려 함께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의견 남겨주시면 만들어 보겠습니다.










[방, 문, 열쇠라는 비유]

하나의 잠긴 문을 상상해 보자. 그 너머에 뭔가 강력한 것-정보, 감정, 체험, 가치-이 존재하고 있다. 그곳은 놀라움의 방이고 잠겨있는 방이다. 연관성이란 바로 그 문을 여는 열쇠이다. (26) (1부. 연관성이란 무엇인가? ) 그것은 우리의 관심사가 되고 우리를 놀라게 하고, 우리의 삶에 가치를 가져오는 체험의 문을 연다. / 나는 연결성을 연결고리로 보던 생각을 버리고 그것을 하나의 열쇠로 생각해 보기로 시작했다. (26) 


(2부. 외부에서 내부로) 연관성의 세계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외부자와 내부자이다. 내부자들은 방 안에 있다. 그들은 이곳에 대해 알고 있고, 사랑하며, 이곳을 사수한다. 외부자들은 문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다. 그들은 관심이 없고, 믿음이 없고, 환영받지 못한다. 새로운 사람을 안으로 들어오게 하려면, 우리는 새로운 문, 외부자에게 말을 걸 수 있는 문을 열어주어야 하고 그들을 환대해야 한다.


(3부. 연관성과 커뮤니티) 누구와의 연관성을 살려야 할까?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라면 누구와도 연관성을 키워가자. 커뮤니티는 공통된 꿈, 관심, 그리고 배경을 공유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더 잘 이해할수록 그들과 연관성 있는 경험을 더 쉽게 열 수 있을 것이다. 함께하면 더 큰 방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 우리가 주위의 내부자들을 바라볼 때 그들을 교차된 커뮤니티에 소속된 복잡한 사람들의 집합이라고 여기듯, 외부자 들 역시 그러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 자신의 콘텐츠와 신뢰할 만한 연결고리를 가진 외부자를 찾으려 노력해 보자. 조금이라도 얼굴을 비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 말이다. '될 듯 말 듯한 사람'이란 우리의 콘텐츠에 호기심을 느끼면서도 우리의 문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누구에게나 출발하는 장소는 정문이다. 사람들이 처음 그 문을 열고 들어서게 되면 뭔가 이유가 필요하고, 많은 경우 그것은 그들 자신이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무엇, 세상이 자신에게 준 열쇠 꾸러미와 딱 맞는 무엇이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더 깊이 나아갈 수만 있다면 더 멀리 갈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마음속으로 바라보는 모습에 우리가 연관될 수 만 있다면 우리는 더 많은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방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선택된 사람만이 아니라 다는 누군가에게도 가까이 갈 수 있고, 더 많은 사람을 위한 더 중요한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67)


좋은 정문이 되려면 그곳에는 그 커뮤니티와 닮은 안내인이 문 앞에 서서 사람들을 맞이해야 한다. 그 사람들이 쓰는 언어로 말을 건네야 하고 그들이 매일 사용하는 열쇠에 딱 맞는 입구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게 첫 번째 문을 여는 것은 중요하다.(64) 많은 내부자들, 특히 전문가의 경우, 박물관, 극장, 사원, 아니면 공원과 같은 곳에 문지방 공포와 같은 것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잘 믿지 못한다. 어떻게 박물관을 들어오는 일이 위축되거나 실제로 무서울 수 있다는 말인가? 그게 어떻게 두렵거나 혼란스럽단 말이지? 그런 공포심을 우리는 잘 헤아리지 못하며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그냥 과소평가하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한다. (89)


새로운 커뮤니티와의 연관성을 추구한다고 문을 만들더라도 그것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해당 커뮤니티 속에서 나와 협업이 가능한 외부자를 찾아야 한다. 문은 둘이 함께 만드는 것이다. (110) 어떤 특정 커뮤니티와 긴 시간을 두고 연관성에 투자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결국 그 커뮤니티에 속한 임원이나 직원을 영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들은 우리 기관을 변화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100) 적절한 사람을 찾아내 다가가야 했고, 적절한 메시지를 구사해야 했으며, 적절한 전령을 통해 그것을 전달해야 했다. (59) 만약 우리가 어떤 외부자를 찾고 있다면 그들과 함께 시간을 쌓아 갈 필요가 있고, 그들의 기대, 장점, 혹은 염려에 대해 경청할 필요가 있다. (112) 


공간에 들어설 때 우리는 판단을 하게 된다. 이게 나와 연관된 곳일까? 여기서 나와 같은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그게 아니라면, 내가 여기서 나만의 자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가치가 있는 걸까? (86) 다행히 나를 환대하는 누군가를 만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스피커에서 나오거나, 나와 닮은 사람을 발견한다. 그제야 나는 긴장을 풀게 된다. 이 방 안에도 나를 위한 공간이 있었음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89) 


하지만 그렇게 첫 번째 문만 붙들고 있다면 우리의 연관성은 조금도 앞으로 더 나갈 수 없을 것이다.(64) 문 안쪽에 뭔가 강력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그것은 의미 없는 것이 된다. 만약 그 문을 통해 소중한 무언가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의 가슴속에 각인되지 않는다면 관심은 시들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17) 왜냐하면 정문은 단지 안에서 일어날 경험의 서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신참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방 안에서 보낸 시간이 형편없다면, 또 자신이 환영받는 일이 그저 특별한 시간이나 행사 기간에만 일어날 뿐이라고 느끼게 되면 그녀는 자신 손에 쥔 열쇠의 가치를 회의하기 시작할 것이다. (64) 


우리가 처음 가진 열쇠들은 부모, 선생님, 또는 동료에게서 받은 것들이다. 어떤 것들은 내부적으로 정의된 것도 있고 다른 것들은 사회 규범적으로 규정되기도 한다. 이러한 규범들은 우리가 가능성 있는 경험들을 탐색해 나갈 때, 어떤 문에 더 끌리게 될지, 또는 어느 문이 열리게 될지를 규정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이런 범주를 초월하여 새로운 열쇠를 받는 일이 불가능하기만 하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언제라도 그렇게 할 수 있고 그렇게 한다. 특히 우리는 받은 열쇠들을, 설령 그것이 나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것이라 하더라도 끝까지 간직하게 된다. (63) 


그런데 왜 새로운 사람들이 내부자들과 같은 문을 이용해야만 되는가? 외부자들은 방 안의 규칙을 꼭 따라야만 할까? 왜 외부자들은 내부자들과 기나긴 시간 동안 감정이 축적된 이 방의 완벽한 상태를 존중하지 못하는 것인가? (75) 외부자를 초대할 때는 그것이 무엇이건 그들의 관점에서 초청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의 관점이 아니다. 열쇠는 그들의 열쇠이고, 문은 그들의 문이다. (99) (4부. 연관성과 미션) 모든 기관은 방의 내부 구조를 결정하기 위해 미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의 겉만 번지르르하게 치장해서는 안 된다. 해묵은 페인트를 벗겨내고, 새 액자에 집어넣고, 그것을 기준으로 삼아 새로운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문을 만들어가야 한다. 


연관성을 가지기로 한다면 그것은 행동에 나서기를 의미한다. 그것은 우리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를 구성하는 고객 기반이 중요하게 여기는 이슈에 대해 공적 행동에 나선다는 뜻이다. 공공적 사회 책무의 수행은 미션 충실도의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사업의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226) 연관성은 과정이다. 그것은 문을 단번에 휙 하고 여는 것과는 다르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시간이 쌓여가면서 서서히 연관성이 함께 증가함을 느끼게 된다. 삶을 살아가며 서로 다른 이유로 같은 방에 오고 또 오기를 반복하면서 말이다. (65) (5부. 연관성의 한가운데) 열쇠는 더 많이 사용될수록 그것이 자신의 일부가 되어 간다. 방은 자신을 변화하게 하고, 자신은 방을 변화시키게 된다. / 연관성 구축을 위한 핵심은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홍보함과 다른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관심사에 귀 기울임 사이에서 창조적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데 있다. 나의 내부를 외부로 확산함, 그리고 외부를 내부로 포용함이다. (273) 









위의 비유가 뜬 구름처럼 느껴지고 좀 더 실제 사례에 적용된 것을 파악하고 싶다면?  도른 커머체로의 '푸드왓'이 제시된 사기꾼, 농부, 멋쟁이(240) 파트. 그리고  블랙풋 주민과 글렌보 박물관의 약물다발 함께 이루어낸 '전환적 연관성'(262) 파트를 읽어보길 바란다.








구체적인 내용, 방식에 대한 요소를 정리해본 것으로는 아래의 항목을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니나 사이먼의 전 저서인 '참여적 박물관'을 읽기를 권한다.


1. 연관성에 대하여  (58, 26, 31, 201, 39, 44)

2. 외부인에게 직접 질문하라 (258, 260, 140, 138-139)

3. 외부인을 충분히 보호하고 보조하라 (224)

4. 기관에 대해서 솔집하고 용하게 말하라 (231, 233)

5. 변화는 방 밖과 안에서 함께 일어난다  (212, 268)

6. 내부자와 외부자는 호혜적으로 관계 맺을 수 있다 (132, 133,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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