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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은 자기서사를 형성한다

시민적 자기서사와 윤리로서의 자기서사에 대한 메모

by 파랑

감상을 기록하는 일을 반복해왔다.

처음에는 감정의 흐름을 따라 어떤 장면이나 사물에 대한 인상을 적는 데서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행위는 보다 구조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다. 감상은자신의 위치를 인식하고, 관계의 윤리를 사유하는 과정으로 확장되었다.


감상은 특정 대상에 대한 일회성의 반응이 아니라,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이 말은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동반하는 실천이다. 반복된 감상 기록은 개인적 표현을 넘어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를 구성하고 있었다.


1. 시민적 자기서사: 감상을 통해 위치를 인식하다


감상을 통해 가장 먼저 형성된 변화는, 사회 속에서 나의 위치를 인식하고자 하는 태도였다.

감상은 그저 개인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아니라, 어떤 사회적 맥락 속에서 그 감각이 발생했는지를 사유하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이며, 그것을 어떻게 언어화하는가는 모두 사회적 위치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러한 과정은 ‘시민적 자기서사’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나는 말할 수 있는 시민인가? 나의 감상은 어떤 공적 언어로 전환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을 통해 감상은 단순한 취향의 언표가 아닌, 공동체 속 위치를 가늠하는 언어적 행위로 전환된다.


2. 윤리로서의 자기서사: 감상을 통해 관계를 사유하다

한편 감상을 반복하는 가운데 종종 마주하는 것은, 말하지 못하는 것, 혹은 말하지 않는 것들이다. 때때로 감상은 언어 이전의 감각에 머물고, 타인의 경험에 대해 말하기보다는 조용히 그 존재를 떠올리는 방향으로 흐른다. 이 지점에서 감상은 단지 나의 위치를 드러내는 도구가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태도는 ‘윤리로서의 자기서사’로 설명할 수 있다. 이 말은 누구를 향하는가? 나는 누구를 배제하거나 소외시키고 있는가?ㅠ감상을 통해 발화하는 나의 존재는 결국 누군가에게 응답하는 방식으로 사회와 관계 맺는다. 이처럼 감상은 응답 가능성이라는 윤리적 질문을 내포한 실천이기도 하다.


3. 감상은 말할 수 있는 나와 응답할 수 있는 나를 동시에 길러낸다


시민적 자기서사와 윤리로서의 자기서사는 서로 다른 방향의 개념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감상 실천 속에서는 서로를 전제하고 확장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 시민적 자기서사가 ‘광장에 나가기 위한 자기 인식’이라면,

• 윤리로서의 자기서사는 ‘타인과 마주 앉을 수 있는 존재로서의 응답성’을 기반으로 한다.


감상을 반복하는 동안, 나는 점차 이 두 가지를 함께 고민하게 되었다. 어떤 감상은 나를 공적인 말하기의 자리로 이끌고, 어떤 감상은 침묵 속에서 누군가를 향해 머무르게 한다.

감상이란, 결국 나를 구성하는 언어를 길러내고, 그 언어를 통해 사회와 관계 맺는 방식을 실천하는 하나의 구조다. 나는 이 구조 안에서 말할 수 있는 나, 그리고 응답할 수 있는 나를 함께 형성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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