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하고 멋진 여행이었다. 다소 힘들고 평범하지 않은 곳을 함께 했던 일행들도, 인솔자도 마음을 나누기에 충분한 추억을 공유했다. 인도를 떠나는 날, 델리 공항의 펍에서 여행 중 가장 그리웠던, 맥주를 마시던 날이 떠오른다. 우리는 인도를 다녀와서 서울에서, 파주에서, 양양에서 만났다. 양양의 동호해변에서는 각자 가져온 매트를 펼쳐놓고 인도에서처럼 함께 요가를 했다. 바닷바람의 시원함과 오후 햇살의 따사로움과 내 호흡 속에서 느끼는 자유로움은 영혼까지 충만하게 했다.
인솔자는 요가선생님이기도 했다. 깡마른 몸에서 엄청난 카리스마를 뿜어내었고, 살뜰하게 여행자들을 챙길 줄 알았고, 여행을 많이 해 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답고 자유로운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가 했던 말 중 “신께 소원을 비는 삶이 아닌, 감사를 드리는 삶을 살길 바랍니다.”는 오래오래 내 마음을 울렸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신께 소원을 빌지 않기로 했다.
버킷리스트에 있던 여행을 다녀온 후 나는 조금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표정이 밝아지고 잘 웃게 된 것이다. 한 직장 동료는 내게 얼굴이 밝고 좋아 보인다고, 무슨 시술을 받았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표정이 밝아지니 마음도 밝아졌다. 예민함도 사라졌다.
나는 몇 년 전에 공황장애를 앓았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 이미 지나버린 일을 상상하고 불안해하고 염려했다. 불안한 상상들은 풍선처럼 부풀어 머릿속을 휘젓고 다녔고, 둥둥 떠다니는 갈 곳 없는 마음은 허상의 줄을 타고 이어지고 이어지다 결국 터지고 만 것이다. 예기불안이 깊어지면서 과호흡 증상과 함께 응급실에 실려갔다. 잠도 쉽게 들지 못하고, 쉽게 깨어나 다시 잠들지 못했다. 피로가 쌓인 몸과 마음은 방전 직전의 상태를 유지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견뎌냈다.
그 고비를 넘기면서 조금씩 내 마음의 고삐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평온한 삶을 지향하고, 되도록 고요한 마음을 유지하려고 했다. 내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심하게 자책하지도 않고 게으름을 부리더라도 나를 이해하려고 했다. 나 자신과 잘 지내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다녀온 인도 여행은 효능 좋은 영양제를 먹은 것 같았다. 몸도 마음도 조금 더 건강해진 것 같았다. 앞으로 더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고,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을 신뢰하게 되었다. 더 이상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을 것이다. 나 자신을 믿으며 하루하루 정성껏 살아내면 되는 것이다.
인도도 무사히 다녀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