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를 낳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육아의 내용을 공감하고 맞장구칠 개인적 경험이 전혀 없다. 하지만 이 책은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에 대한 엄마의 넋두리가 나열된 책이 아니다. 또한 아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가치관에 대한 내용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ㄱ부터 ㅎ까지 일상 단어들의 사전적 의미 곁에는 김민채 작가님의 시선으로 풀어낸 사소하고 소중한 의미가 담겨있다. 모든 단어에 사랑을 품을 수 있는 작가님의 문장들은, 읽는 내내 마음을 정돈하게 했다. 작가님이 얼마나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를 키워내고 가정을 지켜내는지, 자신의 일을 해내고 있는지가 단어 하나하나에 실려 있다. 처음 엄마 사전에 담긴 단어는 작가님 ‘삶’의 예쁜 조각들이다. 자신이 낳은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기억하고 싶고, 이 힘으로 자신을 더 단단하게 살아가도록 하고 싶어 틈틈이 기록했을 것이다. 아이가 하는 귀여운 말과 행동을 잊지 않고 싶었을 여리고 다정한 엄마는 자신의 소중한 조각을 하나하나 보듬어 책으로 만들어내었다. 그래서 더 애틋하고 아름답다. 다음은 무수히 많은 아름다운 문장 중,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다.
“내 아이들은 무엇보다 여행자의 정체성을 갖고 자라났으면 한다. 많은 공간에서 다양한 삶을 만나며 자신만의 알을 깨고 나오기를. 애정을 담아 만든 눈사람도 해가 비치면 녹아 사라진다는 사실을, 무엇이든 영원할 수 없음을, 놀다가 자연스레 배우듯이, 여행하며 걷다가 깨치는 진리가 있을 것이다. 아이들아, 그러니 어서 커 주렴(그러나 천천히!). 우리 같이 여행 가자. 모르는 식당에서 모르는 맛을 주문하고 기다리자. 모르는 길로 들어서서 조금 무서워하자. 헝클어진 머리로 아침을 먹으러 가자. 바람이 나무에 몸을 부딪는 소리를 듣자.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자. 친구를 기다리는 척 술을 한 잔 시키자. 모르는 말로 쓰인 책을 읽자. 아무 데나 앉아 노래를 부르자. 아무도 모르는 언어로, 파도처럼 멀리 파도처럼 가까이.”
- p.90-91, 배낭여행, 중 -
자신의 소중한 순간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것이 결국 삶을 이끌어간다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더 자유롭게, 행복하게 정성껏 살아가고 싶어 진다. 때로는 지치고 아프기도 하고, 두렵고 후회스럽기도 하겠지만 하루하루를 여행의 순간처럼 깃털처럼 가볍게 살아가고 싶다. 삶은, ‘오직 사랑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