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처연한
‘마침내’, ‘붕괴’, ‘안개’라는 단어로 집약되었던 아름다운 영화였다.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람이 있다면 물에 잉크가 퍼지듯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는 거야. “라고 해준은 말했다. 슬픔이 흡수되는 결의 차이를 이해하는, 세심하고 여린 감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안개 자욱한 삶에서 끝까지 미결로 남고 싶었던 서래는 처연했다. 사랑한다고 말한 적 없는 사랑을 믿으며, ‘붕괴’라는 단어를 가슴속에 심어 둔 채, 해준을 그리워했다.
호기심인지, 끌림인지, 설렘인지 모를 애매한 마음들을 의심 없이 에둘러 ‘사랑’이라 믿는 서래의 순수하고 당당한 모습은 기품 있었다. 스스로 선택한 삶의 마지막 순간은, 파란색인지 초록색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수시로 안약을 넣던 해준에게 알려 주었을 것이다. 마침내, 파도처럼, 잉크처럼, 사랑임을 알게 했을 것이다.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