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고하는 새해 소망
남편은 멋진 사람이다.
연애를 포함해 신혼시절을 지나 숱하게 싸워댔지만
언젠가부터 우리는 더이상 싸우지 않는다.
그 결정적인 계기가 된 대화가 있었으니....
"오빠는 (아무것도 해준게 없는) 부모님께 어쩜 그리 잘해?"
(남편은 어린시절 태권도 학원도 다니지 못했다고 했다.
다른 말은 않겠다. 그냥 우리집 아저씨는 십대에 독립해 부모 도움 없이 스스로 살아왔다.
그래서인가? 우리집 2호는 항상 형이 하는 걸 똑같이 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낳아주셨잖아."
졌다. 내가 졌어. 어떻게도 이길 수가 없다.
뭐 작작해야지. 낳아주셨다는데 그걸 어떻게 이기냐.
다만 그 효도에 나는 이제는. 더이상. 동참할 생각이 없다.
더 적극적으로, 좀 더 솔직하자면 나도 늙어간다.
제사, 명절, 어버이날, 생신 등... 1년에 한번 뿐인 날은 왜 이렇게 많은가.
(못된년인가. 그냥 못된년할란다. 나도 지킬 게 많다.
왜 항상왜 자식만 부모를 챙겨야 하나. 왜 항상 일방적으로 한쪽만 받는 것이 당연한가.)
평생 아끼고 절약해 가진 거라곤 작은 집 하나 달랑 있는
친정부모님은 만날 나와 손주들에게 베푸신다.
내가 이기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손주들 생일한번 챙겨주지 않는 할머니이자
나의 시어머니....
결혼하기도 전부터 그동안 안하던 김장을 하겠다던 시어머니.
결혼 축하금으로 빚 수억을 하사하신 시어머니.
그러면서도 용돈을,
때에 맞는 거한 선물을 요구하시던 시어머니.
대단한 집에 시집와 명절과 제사를 준비하러 가며
울홧병이 생긴 나. 마누라 병난건 모르고
1월1일부터 본가에 가자던 남편.
아무리 몸이 좋지 않고
아무리 가기 싫어도
그냥 간다. (지금까지는. 좀 더 현명한 방법을 찾게 된다면 ..... 안하고 싶다. 합법적으로(?) 정정당당하게)
이 한몸 병나서 모두가 해피하다면, 은 아니고.
이 집의 평화를 위해서 간다. 지금까지는. 아직까지는 내가 찾은 베스트는 이 방법이니까.
자신의 부모 형제를 "낳아주셨잖아"라는 철벽으로 방어하는 남편
나 역시 그의 그런 가족일까? 그렇겠지? 아니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지? 내게도 그런 날이 오겠지?
희망회로를 돌리며 남편을 바라본다.
아침 저녁 집에서 먹는 우리집 아저씨.
그런 남편이 요즘 <나의 아저씨> 를 끊임없이 다시 보기 하고 있다.
울고 웃으며 보던 드라마인데
남편은 집에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귀에 이어폰을 꼽고
<나의 아저씨>를 계속 본다.
.............
.............
드라마와 현실은 다른 것인가.
드라마 주인공 박동훈의 대사에 위로 받았는데.
...
그래도,
옆에 있는 남편을 위해줄 수 있는 내가 되어야 할텐데.
50이 된 남편아,
반백살이 됐으면
이제 부인 귀한 것도 알아야 한단다.
나도 늙어간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