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s of the Fall, Fall 아니고 the Fall?
<가을의 전설>이라는 영화가 절로 생각나는 계절이다.
지금보다 더 젋고 어렸던 그 언젠가 그 영화를 보면서 왜 '가을'의 전설일까, 생각했다.
척박한 겨울이 아니라 가을.... 이라?
그리고 수십년이 지난 다음 탕웨이의 <만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는 것도 같다.
영화 제목 중 계절(?)을 딴 것들이 제법 있는데,
내가 영화평론가도 아닐 뿐더러 극장 영화보다는 빨리감기와 스킵이 가능한 '비디오'(진짜 현대인들은 ... 모를 수도 있겠다) 를 더 편안해하는 성질급한 서민으로서 지금 생각나는 건 달랑 세개 뿐이다.
<춘광사설> 잠깐 드는 봄날의 볕인가 ... 를 뜻한다. <해피투게더>라는 제목도 있었는데
나는 어쩐지 <춘광사설>이 더 좋았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여러가지 색과 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
... 따뜻하고 아름다운 해피엔딩이 아니라 떫고 쌉사름한 날것 같은,
잘 알수는 없지만 그냥 더럽게 슬프고 싸하고 아련한것도 사랑일 수도 있겠구나 싶어
따끔따끔 거렸다.
아. <화양연화>도 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뜻한다고 나온다.
딱히 계절을 꼬집은건 아니지만 대충 꽃피는 봄날을 얘기하는 걸 눈치챌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역시 우울하고... 애잔하다.
인생을 살아가는 중생들에게 조금의 달콤한 위안도 주지 않는 날것 그대로...의 영화로 기억한다.
무튼 <가을의 전설>의 브래드피트는 정말 아름다웠다. 줄리아 오몬드의 미모도 빛났지만 빵형을 따라오지는 못했다. 와. 미모에 성별을 따지는 것은 별 의미 없다는 것을 알려준 빵형.
햇빛에 반사된 금발 머리를 휘날리며 달리던 소년, 빵형을 보고 몇날 며칠 밤잠을 설레였던가.
다시 봐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생김새다. 물론 지금은 아무리 머리카락을 휘날려도 잠만 잘 잔다.
삼형제가 한 여자에게 반하는 막장스토리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 평론을 하려는건 아니니까.
...언젠가 그토록 빛나던 빵형을
그 빵형 때문에 설레여서 잠 못이루던 풋풋했던 나의 시간들을 더듬어보는 것 뿐이다.
저렇게 생긴 사람은 거울 볼 때 무슨 생각이 들까?
이 가을의 끝을 잡고 빵형에게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