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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야 Sep 30. 2022

오늘의 운세, 약간의 위안

어쩐지 운수가 좋더라니.

 세상에는 많은 미신들이 존재한다. 모르고 살 때는 괜찮은데, 들으면 괜히 신경 쓰이는 미신들. 집에 두는 그림은 어떤 게 좋고, 올해는 아홉수니 뭘 조심해야 하고... 등등. 하나 둘 머리에 쌓여 나가던 정보들이 나를 조금씩 옥죄어 오지만, 무시하자니 영 찝찝하다. 특히, 올해 아홉수인 거랑 전에 사주에서 운동 안 하면 서른쯤에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한 거랑, 내 짧은 생명선이 합쳐지면서 올해는, 운세 어플을 깔아놓고 보고 있다. 구구절절 긴 내용을 잘 보지는 않고, 그날 그날 행운의 컬러 정도만 보고 최대한 옷에 반영하는 정도. 사실 요새는 운세 어플이 아니더라도 내 오늘의 운세가 이렇다 저렇다 하는 어플들이 많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그냥 돈 받으려고 매일매일 보게 된, 토스의 행운 복권 - 재물운. 재물운 성공운 애정운이 있는데, 어쩐지 재물운이 보고 싶었다. 길게 쓰여 있지는 않고,  한 줄 정도 쓰인 줄글. 포츈쿠키 같기도 하다. 아무튼 그날의 멘트는 그랬다. 푼돈에 연연하다가... 뭐라고 했는데, 아무튼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정도의 멘트였다. 뭔가 주의를 해야 하나, 싶긴 했는데, 그러기엔 내가 연연해하는 푼돈이 너무 많다(나는 앱테크를 꽤나 꾸준히 하고 있다). 자기 전에 열심히 출석체크를 하는 게 나름의 일과일 정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 하루를 보내고, 운동도 안 하는 날인데다 다른 일정도 없어서 행복하게 집에서 놀면서, 그러고도 생긴 평일의 피로함을 무릅쓰고 출첵을 완료하고, 자다 떨굴까봐 폰도 침대 옆 바닥에 내려놓고- 자고 일어났는데, 50퍼센트 정도였던 배터리가 아무것도 안 쓴 6시간 사이에 방전되어 꺼져 있었다.


 뭔가 과열됐나보다-하고, 이미 5년된 폰이라 가끔 밤새 울리는 알람들에 계속 켜졌나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충전선을 꽂아 놓고 출근 준비를 하고 났는데, 났는데... 왜인지 전원이 켜졌는데도 휴대폰에 반응이 없었다. 잠금화면이 열리지 않는다. 끼던 귀걸이를 빼서 강제종료를... 찾다가 실패하고 검색해서 강제 재부팅을 세 번쯤, 지각이 이미 확정이지만 그래도 휴대폰을 두고 갈 수는 없으니 설마...  설마... 하면서 계속 시도했다.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다. 사색이 돼서 일단 출근을 하고, 부서에 말을 하고 오픈런으로 수리를 하러 갔는데, 처음엔 액정만 갈면 된다던 기사님이 안 좋은 목소리로 전화가 오더니, 메인보드 문제라고 했다. 근데 3년 전 깨진 액정 유리가루 탓으로 추정되어, 둘 다 수리해야 하는 상태라고. 최소 30만원이 드는데, 5년 된 폰에 굳이 들일 돈은 아닌 것 같다고 하시더라.


 아니 이건, 예전에 깨진 액정 수리비는 푼돈...은 아니잖니? 앱테크로 과열돼서(요새 자주 버벅대곤 했다) 문제가 더 심화된 걸까? 뒤늦게 백업을 하고 데이터를 비워 내도, 휴대전화는 돌아오지 않았다. 심지어 이거 전에 쓰던 폰도 그 전 폰도 충전만 하면 느려도 사용은 되는데, 정말 화면도 멀쩡하고 내부도 멀쩡한 애가 유체이탈이 된 듯이 그 둘 사이에 연결이 되지 않는다. 그냥 포기하기엔, 너무 멀쩡하고. 굳이 저가형 폰을 사서 대체하기엔 30만원 주고 수리하는 게 더 기능도 좋다. 무엇보다, 이미 잘 세팅되어 있는 내 환경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얘를 어떻게든 써 보고 싶었다.

  

 패닉이 된 채로 백업을 위해 찾아냈던 방법은 마우스였다. 인터넷에는 터치가 고장났을 때 선을 연결해서 마우스를 연결하는 사람이 많았고, 다행히 데이터는 (중간에 잘못 눌러 몇개 날렸지만) 대부분 구해났다. 다른 폰을 이용해 마우스패드처럼 쓰는 어플도 찾아내서, 길 가면서도 그 폰을 이용해서 간단한 기능은 사용할 수도 있게 되긴 했다. 맨날 방치하던 사무실 키보드에도 연결해서, 심지어 전보다 더 편하게 카톡이 가능해지기도 했다. 웃으며 1년은 더 쓸 수 있겠다고 농담을 하다 집에 왔는데, 자꾸 습관적으로 터치를 하게 된다. 집에서 인스타를 구경하는데 누워서 할 수 없다. 만보기 상자를 여는데 딸깍딸깍 마우스 소리가 거슬린다. 식사를 하다가 메신저에 답을 하려는데 마우스로 하자니 영 벅차고, 화딱지가 났다. 이게 뭐라고, 이게 뭐라고. 언니는 사지마비 된 애한테 자꾸 링거를 투입하지 말라고 했는데, 거기에 이거는 링거가 아니라 눈이나 뇌파를 읽어 대화를 하게 해주는거다! 라고 대응하지만 이 친구, 안락사가 필요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름의 장점은... 디지털 디톡스가 되고 있다는 것과 간만에 브런치를 쓰게 되었다는 것, 게임화면 클릭이 이상하게 마우스랑 상호작용이 잘 안 돼서 자기 전에 들이는 시간이 줄었다는 것...인데, 얼마나 갈 지 모르겠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나는 왜 이것조차도 잘 버리지 못하는지(아니 근데 멀쩡하다구ㅜ) 스스로에 대해 고찰하 되긴 했...는데, 엉엉 우리 노팔이 노팔이. 자고 일어나면 다시 살아날 줄 알았는데 자고 일어나도 악몽이 그대로라 너무 슬프다. 나는 널 아직 보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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