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행사 전 늘 회의를 여러 번 진행하는, 회의를 좋아하는 작은 지구 멤버들은 많은 예산을 받고 시작하는 쓰레기 없는 피크닉존 (이하 쓰업피)은 과연 몇 번의 회의를 하는 것이 적당 한 지가 가장 큰 회의 안건이었다. 그동안 번개 모임처럼 가능한 시간을 투표해서 가장 많은 인원이 모이는 날 회의를 했지만, 이번에는 시간을 정하기로 했다. 논의 사항이 생길 때마다 바로바로 회의를 열면 빠른 의사결정은 가능하지만 피로도가 높아질 수 있기에, 시간을 정하고 미리 안건도 정하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매주 금요일 저녁 9시 줌으로 모이기로 했다.
평균 1시간 30분의 회의를 총 10번 진행했으니 900분, 15시간의 회의를 했다. 가끔 2시간이 넘기도 하고 협업하는 수원문화재단, 참좋은수다문화협동조합과의 회의, 플라스틱바이바이 참여 가게 사장님들과의 미팅 시간까지 합하면 아마 곱절의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틀간의 행사가 끝나고 금요일 저녁의 자유를 얻게 되어서 너무 좋다는 멤버도 있었다. 비록 끝나고도 두 번의 리뷰 회의를 더 하긴 했지만..!
'즐겁게 재밌게 해요'를 항상 말하던 우리였지만 솔직히 회의가 늘 재밌지는 않았다. 금요일 저녁이면 회사 퇴근, 공부 퇴근, 육아 퇴근 후 줌으로 모였다. 어떤 멤버는 퇴근길 버스 안에서, 때론 퇴근을 못해 회사에서, 자다가 깬 아기와 함께 회의에 참여했다. 각자의 일상을 보내고 지친 몸으로 모였지만 회의를 하다 보면 열정적으로 의견을 내고 좋은 아이디어를 서치 하며 회의에 임했다.
"노션 업로드했고..", "ㅇㅇ카페, ㅁㅁ베이커리 방문했고..", "인스타 디엠 보냈고.." , "그럼 다음 주까지 지도 완성해 주시고", "방문 못한 가게 방문해 주시고.." 서로의 숙제 검사를 하고 다시 숙제를 받으며 빠른 속도로 회의만 하다, 어느 날 다정님이 너무 사무적이라며 그래도 우리 서로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는 묻자는 제안으로 근황 토크를 하며 회의를 시작했다. 작은 지구는 친목만을 위한 모임은 아니지만 비즈니스만을 위한 모임도 아니니까!
가장 오래 회의한 주제는 피크닉 세트 구성과 스탬프 투어이다. 피크닉 세트는 예쁘고 화려해야 한다는 선입견에 처음엔 이것저것 더하며 세트를 꾸리다 문득 오히려 피크닉 세트가 또 다른 쓰레기를 만드는 건 아닌가?라는 의문이 생겨 '투박'하게 가기로 했다. 그렇게 거울, 꽃 등 다 빼고 있을 것만 있는 알짜배기 피크닉 세트가 탄생했다.
알짜배기 피크닉 세트를 담은 영상
더 많은 사람들이 이번 행사에 참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최적의 동선 짜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도를 그려가며 동선을 짜다 우리가 직접 걸어봐요!라는 의견이 나와 멤버들이 모여 발로 뛰며 동선을 확인했다. 하필 모이는 날 비가 왔지만 최적의 동선을 위해 걷고 걷고 또 걸으며 스탬프 투어 동선을 짰다. 한창 준비 중인 10월 초까지만 해도 비가 많이 내려 행사 당일 날씨가 걱정되었다. 우천 시 계획안도 부지런히 세우고, 각자 믿는 신에게 기도하라며 진지하게 말하곤 했다. 기도 덕분인지(?) 다행히 행사 양일간 날이 너무 좋았다.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행사가 다 끝난 일요일 저녁부터 비가 내렸다.
이런 건 어떨까요, 저런 건 어떨까요? 하고 싶은 것이 많아 마구마구 아이디어를 내다 누군가 제동을 걸어주기도 하고, 작은 지구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끊임없는 릴레이 회의를 통해 우리만의 축제가 아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쓰없피가 되기를 소망하며 더 좋은 아이디어를 고민했다. 사실 오래 준비한 만큼 행사 전에 이미 행사를 끝낸 기분이었지만... 작은 지구 멤버들은 늘 회의에 진심이었다.
작은지구를 위한 실험실 연구원 예율이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