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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장 행사 양일. 그 기록과 회고

첫날은 흐렸고 정신이 없었다.

두 달 넘게 준비한 행사의 첫날 후기가 이 정도라니. 어떤 피드백을 듣게 되더라도 행사 후에 후회는 남지 않도록 잘하고 싶었다. 그런데 우리가 공들이고 아꼈던 그 행사를 알고 찾아온 사람은 거의 없었다. 스탬프를 5개 이상 채우면 뽑기를 통해 상품을 탈 수 있었고 뽑기에 그저 신난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응대하다 보니 하루가 지나있었다. 우린 분명 이 행사를 통해 시민분들에게 제로 웨이스트를 알리고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피크닉도 가능하다는 것을 제안하려고 한 것인데 오후 세시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밀려오는 시민분들에게 스탬프를 어떻게 채울 수 있는지만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즐기려고 방화수류정에 온 부모님들에게 환경적인 메시지를 전파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고 무겁게 느껴졌다. 첫날이라 정신도 없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나 스스로 그런 메시지 전달이 무의미할 거라 단정 지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고단했던 하루였다. 몸이 피곤했던 것보다는 이번 행사의 의미를 혼자 되짚어보다 여러 생각이 뒤엉켜 머릿속이 온통 시끄러워 고단했다. 생각보다 늦게 잠들었던 밤이었다.



둘째 날.

어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모든 집기들을 가지런히 정렬했다. 그리고 서포터로 와주신 도영님, 보미님께도 전날 특히 어려웠던 점과 예상되는 문제점들, 시민분들 응대할 때 멘트까지 상세히 전달해드렸다. 어젯밤에 늦은 시간까지 뒤척이며 나 혼자 낸 결론이 있었다. 첫째, 원래 하려던 게 뭐였는지 오는 사람은 이 행사의 의미를 모르더라도 나는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 둘째, 내가 80 정도 열심히 전달해도 받는 사람은 10 정도만 받을 수 있다는 것. 그게 내 잘못은 아니라는 것. 머릿속에 구름이 조금 걷히자 날씨도 도와주었다. 10월 초에 유래 없는 추위가 왔었는데 10월 마지막 날이었던 행사날은 봄날처럼 볕이 따스했다. 날이 좋아선지 토요일이었던 전날보다 훨씬 더 많은 인파가 몰렸다. 부스 앞에 사람이 가득 차서 머리가 아득해지기도 했지만 이튿날이라 그런지 좀 더 수월했다. 꼭 필요한 메시지도 설명 속에 빠트리지 않고 넣었다.

분명 반 이상의 분들이 내가 전달한 이야기를 흘려들으셨을 테지만 많은 분들과 뽑기 행사도 진행하고 다회용기 그릇 대여도 하다 보니 이상하게 에너지가 차올랐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다. 그거면 충분하다. 그런 생각이 스쳤던 것 같다. 물론 현타가 강하게 내 뒤통수를 친 일도 있었다. 스탬프 투어 미션 중 ‘방화수류정에 흩어져 있는 쓰레기 주워오기’도 있었는데 직접 일회용 컵에 커피를 테이크 아웃하시고는 그걸 미션 용 쓰레기로 내미는 분도 있었다. 그럴 땐 정말 메시지 전달이고 뭐고 집에 가고 싶었다.

네시쯤이었을까. 밀려오던 인파도 조금씩 끊어지고 있을 때 멋진 그림선물을 주신 분이 있었다. 우리가 하는 일들 계속 보고 있고 응원한다는 의미로 손수 그림을 그려 주신 것이었다. 응원받고 있다니. 모든 준비과정과 행사 진행했던 일들이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문득 떠올려보니 토요일에도 우리 인스타를 보고 왔다며 어머님과 열심히 행사장들을 돌며 모든 스탬프를 받아 오신 분, 또 다른 멋진 그림선물을 해주신 분이 있었다. 뭐가 그리 정신이 없었는지 감사하다는 말은 제대로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애초에 고생한 만큼 보상받는 일이라는 건 없었다. 학생일 때도 그랬고 직장인이던 시절에도 그랬다. 그런데 의도치 않게 좋은 사람들과 작은 환경모임을 하게 되었고 엉겁결에 큰 행사도 다른 단체와 진행해 보니 나도 모르게 기대하게 되었던 것 같다. 우리 그래도 열심히 했으니 더 많이 알아봐 주고 더 크게 호응해 줄 거라고. 이번 행사가 나에게는 좋은 가르침으로 남았다. 아직 멀었으니 다시 더 해봐야겠다. 우리 팀의 이름은 ‘작은 지구를 위한 실험실’이다. 우리 팀의 다정이 데이비드 오어의 책에서 따온 그 작은 지구의 의미를 잊지 말아야지.


작은지구를 위한 실험실 연구원 민정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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