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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사진

05.Friday3:13_수수


가끔 내 눈에 담긴 이 순간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면 내 손에 있는 아주 작고 간편한 핸드폰이라 불리는 사진기를 들어 찰칵 찍곤 하는데 보통은 내 눈에서 찍은 가상의 사진보다 못한 사진이 나온다.


내가 찍고자 하는 게 인물이었다면 그 인물이 그 순간 움직이거나 사진에 찍히고 있다는 자의식이 들어와 흔들리거나 불편한 표정이 고스란히 담기기도 하고, 사진기가 아무리 내 시야각과 가장 비슷한 각도를 구현한다 할지라도 4:3 1:1 16:9와 같은 화면비에 그 순간이 갇히게 되면 그 순간의 생동감 또한 잃어버리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보통 여행 갔을 때 찍은 멋진 풍경들을 거의 다시 보지 않게 되는 것 같다. 그 풍경은 그 순간 그곳에서 아름다웠을 뿐 사진에 담겼을 땐(아마 내 사진 실력이 부족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그런 풍경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어쩜 이런 이유로 어떤 사람들은 사진에 목메지 말라고, 사진보다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그 순간에 집중해 내 눈에 담고 머리로 기억하라고 말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끔 사진은 내가 기억하는 현실보다 더 나은 멋진 순간을 포착하기도 한다.

그러한 순간은 연출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의외로 아주 자연스러운 순간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진을 보면 내 평범한 일상이 꽤 멋지게 느껴진다. 가끔은 아주 자연스럽고 평범한 순간에 평소 하지 않던 얼굴을 한 나 혹은 내가 찍은 누군가가 찍히기도 하고, 저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싶은 독특한 몸짓이 찍혀 나도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참 뒤 그런 사진을 봤을 때 ‘왜 이런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 하고 그때를 추억하게 되고 한번 또 웃게 되고, 그 순간을 더 특별하게 기억하게 하기도 한다.


이렇게 특별한 표정과 순간을 포착한 사진은 오래도록 친구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도 한다. 나는 지금 한 사진이 떠오른다. 때는 대학 워크숍 때였는데, 어떤 한 차를 타고 친구들에게 인사하는 순간 찍힌 사진이다. 그 차는 음악소리가 컸고 커플이 있던 차였어서 타기 불편했나 보다. 사실 그 순간엔 그 정도로 불편하게 느끼진 않았던 것 같은데 사진을 보면 정말 리얼하게 불편함이 담겼다. 벌써 4년은 흘렀는데 아직도 그 사진이 친구들 사이에서 내 연락처 사진이다.


그래서 언제나 사진을 찍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못났던 순간도, 슬펐던 순간도, 아쉬웠던 순간도, 예뻤던 순간도, 괜히 설렜던 순간도, 어느 순간 내 머리에서 쓰윽 사라지곤 한다. 아주 오래 시간이 흐른 뒤 ‘아, 그때 그랬었지’하고 떠오르게 되기도 하지만 사진 한 장은 그러한 기억들이 더 오래 지속되게 해 준다. 아주 간편한 일기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잘 나온 사진이든 아니든 내가 지나온 순간들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해 주는 것만으로 가치가 있다.


 순간 언제나 사진을 찍거나 찍히고 있진 않지만, 어쩌면 사진 찍히는 것에는 정말 적응이 어려운 사람이기도 하지만, ‘남는  사진이다라는 말에 온전히 동의하며 지금도 속절없이 흘러가는 나의 시간들을 잠깐이라도 잡아두고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이러한 순간들을  주변의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사진을 찍곤 한다. 오늘도 한장 찍어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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