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Friday3:13_채채
20대 초반, 나의 자투리 시간들이 아깝다고 생각한 때가 있었다. (지금은 그것을 자유라 부르고 휴식이라 쓴다) 촘촘히 계획을 해서 무언가를 해야만 인생을 보다 더 잘 살고 있는 것이라 믿었던 그 시절 나는 블로그를 시작했었다. 몇 문장 끄적인 글에 그럴싸한 사진을 몇 장 덧붙여 열심히 이웃들과 소통했고 "아무도 안 봐도 좋으니 혼자 기록하자”로 시작했던 나의 블로깅은 어느새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위로 변화하고 있었다.(아마도 SNL방청권에 당첨되어 방송국에 찾아가는 방법을 담은 포스팅이 매주 녹화날마다 최고 조회수를 갱신하던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헉,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하다니!"
그 후로 이왕이면 핫한 곳, 이왕이면 조회수가 많이 나올 곳, 이왕이면 예쁜 곳을 찾았고 항상 사진을 찍어(정보전달의 목적으로) 글을 올리곤 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내 앞에 앉은 친구의 눈이 아닌 핸드폰만 보고 있는 나를 보고 '왜 내가 누굴 위해 이러고 있나’라는 생각과 함께 블로그를 접어버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에게 사진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것”에 더 가깝다. 예를 들어 지난 사진들을 보다가 예쁜 사진을 발견하면 ‘어? 내가 왜 이 사진을 업로드 안 했지?’ 아쉬워하다가 친구에게 전송하거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추억팔이, 지난날~ 등의 수식어를 붙여 업로드를 하고 친구들의 리액션에 뿌듯한 미소를 짓기도 한다. 블로깅을 할 때처럼 정보전달을 하지는 않지만 ‘나를 보여주는 것’ 더 정확히 말하면 '나의 예쁘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 자체를 즐기는 나에게 사진은 최고의 수단임에 틀림없다.
예술의 한 분야이기도 한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나의 모습을 담는 것에만 소비하는 것이 약간은 부끄럽기도 하지만 사람들에게 '잘'보이고 싶은 나의 소소한 욕망을 위해 오늘도 내일도 나는 사진에 의해 사진을 위해 살아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