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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  인생 찬가

06.Friday3:13_썸머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약간만 취하면 인생은 축제다.’


덴마크 영화 '어나더 라운드' 한국어 포스터에 적혀있는 메인 글귀이다.
영화는 “인간에게 결핍된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하면 적당히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라는 가설을 스스로 실험한 중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실험을 통해서 때로는 긍정적으로 때로는 부정적으로 변화해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단순하게 포스터의 글귀와 매즈 미켈슨에게 매료되어 본 영화였는데 다 본 후에는 씁쓸하면서도 마치 나도 영화속 그들과 함께 위스키를 마시는 것 처럼 식도에 느껴지는 뜨거움인지 혹은 그들의 인생이 느끼게 해주는 뜨거움인지 단정 짓기 어려운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해 준 영화였다.
술에 대한 찬가에서 술의 힘을 빌려서라도 인생을 나약하고 무기력한 지금과는 다르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과 결국 나를 다시 춤추게 하는 것이 삶임을 깨닫게 해주는 인생에 대한 찬가였다.


이 프로젝트의 첫 글인 어른 아이에서 나 또한 자신을 애주가라고 칭했다.
 환상 같은 즐거움과 순간이 주는 여러 감정이 나를 새로운 기분으로 이끌기 때문에 순수한 애정을 담아 애주가로 칭했다.
 갓 성인이 돼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을 땐 여럿이서 다 같이 즐기고 웃고 떠들고 하는 자리가 좋아서 술이 아닌 술자리를 좋아한다고 말했었다. 물론 지금도 그런 자리가 주는 에너지를 좋아하지만 반대로 그런 자리가 주는 피곤함도 있다는 걸 알기에 억지로 좋은 척해야 하는 자리는 피하게 되고 소수의 모임과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더 선호하게 됐다.
 처음 사회생활을 했을 땐 술자리에서 한 윗사람이 취하면 모두에게 던지는 날카로운 저격들과 이유 없는 미움을 받는 자리가 잦았었다. 그럴 땐  술이 너무 싫어서 소주 한잔도 넘기기 힘들어했다.
 그렇게 술자리를 좋아했던 시기와 싫어했던 시기를 지나고 나니 주말에만 술을 마시고 평일에 혼자 술 마셔도 맥주 한 캔이 다인 그런 시기가 왔을 땐 오히려 내가 주최자가 되어서 주말마다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어떻게든 여러 사람과 만나서 함께하는 행복한 주말을 보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29, 나는 주류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과거들이 모여서 미래를 만들듯이 술에 관한 모든 과거가 결국 나를 이 길로 이끌었다.
술을 즐기기만 했었던 예전과는 다르게 술에 대해서 공부 하면서 새로이 알고 마시는 즐거움에 대해 알게 됐다. 분명 예전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9년간 나와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나는 이 친구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았다. 그렇게 조금씩 더 알아갈 때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많은 친구를 사귈 것 만 같다.


인생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일까? 변화무쌍한 내 20대를 돌이켜보면 20살부터 현재까지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업으로 삼고 일해왔다. 그 안에서 방황과 무수히 많은 고민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내 취향을 놓지 않고 살아왔으니 나는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인생은 알 수 없지만 하나씩 알아가는 배움의 과정이 있고 그 안에서 내가 펼치게 될 미래를 기대하고 그 과정이 즐겁게 흘러가도록 노력하며 살아가는 원동력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춤추며 축제처럼 인생을 즐길 자격이 충분하지 않을까? 언젠간 충만하다는 인생 찬가를 외칠 수 있지 않을까!
 
 알코올이 아닌 내 인생에 취할 수 있도록! skå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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